서울이 방송산업 독점하는 한 지방차별 구조 개선 요원
[지방부활시대(45)] 내부식민지 이론과 방송산업의 지방차별 구조
지방방송과 내부식민지 이론
지방사람들조차도 “지방방송 꺼라”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내부식민지'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내부식민지 이론은 한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지역 간의 격차를 설명하는 이론 중의 하나로, 국가와 국가 간에서 형성되었던 식민지 지배구조가 한 국가 내의 중심 지역과 변방 지역 간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는 이론이다.(John R. Chavez(2011), Aliens in Their Native Lands: The Persistence of Internal Colonial Theory, Journal of World History, 22 (4), 785-810)
국가 간의 식민지배에 동원되는 군사력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부식민지 배는 그 방식이나 결과에 있어 식민지배와 큰 차이가 없다. 내부식민지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민지배 구조를 먼저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식민지배는 경제적 착취의 목적으로 한 국가의 국민이 다른 국가로 이주해 정치, 경제, 사회적 권력을 장악하고 통치하는 방식이다.
15세기 이후부터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개발과 문명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침략 수탈행위였다. 20세기 들어서는 일본이 마찬가지의 논리로 한반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 식민지의 경제적 수탈에는 군사적, 정치적, 문화적 수단이 동원되고, 인종차별, 정치적 압제, 문화적 종속 등이 수반된다. 원주민은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식민침략 국민에 비해 열등하다는 고정관념이 식민지에 주입된다(박찬승, 2005).
전체 종사자 중 21%만 지방에 근무, 방송 제작과 송출 시설도 서울에 집중
식민지 시절 이식된 지배 구조와 문화는 탈식민 이후에도 쉽게 제거되지 못하고 후유증을 유발한다. 식민지 시절의 외세 권력이 국내 권력으로 대체되고, 계층, 인종, 지역에 따른 차별과 격차가 지속된다. 내부 식민지배 구조 하에서는 중심 지역과 변방 지역 간에 경제적 격차가 지속되고, 경제적 정책 결정권이 중심 지역에 집중되며, 경제적 격차를 정당화하는 문화적 우열관계가 형성된다.
중심 지역이 높은 이윤과 고임금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반면, 주변 지역은 저 기술 저임금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유지한다. 주변 지역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나 문화가 중심지역에 비해 열등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저임금과 직업적 종속관계를 수용한다.(Stephen W. Williams(1977), Internal Colonialism, Core-Periphery Contrasts and Devolution: An Integrative Comment, Area, 9(4), 272-278)
한국의 지방방송 구조와 문화는 중앙이 변방을 통제하고, 변방이 중앙의 통제를 기꺼이 수용하는 내부식민지 이론이 딱 들어맞는 분야이다. 내부식민지 구조가 상존하는 국가에서는 중심지역의 경제적 지배와 착취로 인해 주변 지역은 경제 규모나 소득수준 등에서 중심지역 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방송산업계도 서울과 지방 간의 거대한 격차가 존재한다.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등록 TV수상기의 82.5%를 지방이 점유했다. 유료방송(종합유선, 중계유선, 일반위성, IPTV)경우도, 전체 가입가구 중 지방이 83%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청자의 지역분포와 방송산업의 지역분포는 큰 괴리를 보인다. 방송 사업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43.9%에 불과하다. 방송종사자의 중앙 집중도는 방송사업자보다 더 심해 전체 종사자 중 21%만이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다. 방송 제작과 송출 시설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방송산업 독점, 식민지 시절 방송산업 구조 큰 변화 없어
방송 제작비도 대부분 서울에서 지출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자체 제작비용을 보면, 지방에서 지출된 비용은 19.5%에 불과했다. 민주화 이후 다양한 방송사업자들이 새로이 등장했지만 제작은 서울에 집중되고, 지방은 수신에 치중하는 과거 식민지 시절과 군사독재 시절의 방송산업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한국 방송산업의 주요 지표를 보면, 지방의 시청자들은 KBS 수신료와 유료방송 수신료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있지만, 사업자나 종사자 등의 고용 측면이나 제작비나 광고 매출 등 경제적 측면에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 국내 방송산업의 경제효과나 고용효과는 서울이 독차지하고 있는 양상으로, 서울을 제외한 어떤 지역도 해당 지역의 TV 수상기 등록 대수나 수신료 비율에 상응하는 산업적 경제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서울은 전국 TV 등록 대수의 17%를 차지하고 KBS 수신료의 17.5%만 부담했지만, 방송사업자 56.1%, 방송종사자 79%, 지상파 제작 시설 65.8%, 지상파 제작비 80.6%, 광고 매출 84.9%로 방송산 업의 특혜를 독차지하고 있다. 전국 5대 광역시 중 조사대상 방송산업 지표가 TV 등록대수보다 높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만큼 서울이 방송산업을 독점하고 있고, 서울을 중심으로 중앙과 주변의 격차가 뚜렷하고, 지방 간 큰 차이 없이 균질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