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하게 예쁜 동백...이 슬픈 선연함처럼 붉게 물들었는가?
제주 ‘카멜리아힐’에서
2022-02-13 이강록 기자
십 년 뒤에 동백 언덕에 갔더니
동백꽃은 예전대로 붉게 피었더구나.
전에 왔던 얼굴 기억해 두었다가
어찌 혼자 왔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 아닌가?
그렇고 그렇더라고 했더니
어찌 그럴수가, 어찌 그럴수가
슬픈 것은 나인데
동백꽃들끼리 일제히 울음을 터뜨린다.
십 년 전
내가 동백 언덕을 찿아갔던 사연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백꽃들은 이미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더구나.
-'동백 언덕에서', 양중해 저-
겨울 제주~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디에나 꽃이 피어 있다"고 했던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를 떠오르게 하는 이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에 위치한 ‘카멜리아힐’.
한라산의 설백도, 감귤의 주황빛도 좋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단연코 동백이다.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꽃말 때문에 더욱 정이 깊어졌을까.
새빨간 꽃송이가 시들지도 않았는데 송이째 그대로 뚝 떨어진다. 그래서인가. 처연해서 더 아름답다고 할밖에...
고개를 떨구듯 잘려나가는 동백의 낙화는 불현듯 4.3 당시 힘없이 쓰러져간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갔던 영혼들, 4.3의 희생자들이여!
동백의 꽃심으로 살아계시라~
당신의 마음도
동백의 이 슬픈 선연함처럼 붉게 물들었는가.
/글·사진=이강록 기자(전 <사람과언론> 편집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