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과 창피함의 미덕
이화구의 '생각 줍기'
요즘 읽고 있는 경전들 중에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대하여 설하고 있는 법문이 많아 몇 자 적어봅니다. 불교 초기경전인 앙굿따라니까야 (아함경전)에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는 법문 84개나 나오는 걸 보니 사람이 인간답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한 도덕적 기준인 것 같습니다.
만일 국민들 개개인이 느끼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이라는 두 가지 도덕적 기준이 없다면, 국가라는 통치 기구가 우리의 사회 질서를 유지시키는데 있어 그냥 나라에서 만든 법과 제도만으로 운영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질서 유지가 어려울 것이고,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적어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소릴 들으려면 잘못한 것을 안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양심이 살아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다음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을 모르면 사람들은 그런 인간들은 철면피라고 부릅니다. 화엄경이라는 경전에도 보면 한자로 '참(慚,부끄러움)'과 '괴(愧,창피함)'라는 두 글자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참괴(懺愧)'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참회(懺悔)와 비슷한 말로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부도덕한 정치인이나 성직자나 고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로 어느 스님의 법문을 듣는데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요즘 지옥에 가면 가장 많이 오는 사람들이 주로 부도덕한 스님이나, 목사님 그리고 신부님 같은 성직자 분들이라고 말씀하시던데 저는 거기에 부도덕한 정치지도자를 하나 더 넣고 싶습니다.
어제가 입춘이었는데 오늘 오후 밖에 나와 보니 동장군은 물러날 생각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물러날 줄도 아는 게 자연의 섭리인데 이번 겨울은 염치도 없는 모양입니다. 끝으로 ‘숫따니빠따’라는 초기 경전에 나오는 법문 하나 올려놓고 물러갑니다.
'남을 화내게 하고,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