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들러리, 맹탕, 요식...",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왜 하나?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6월 3일(수)

2020-06-04     박주현 기자
전북중앙신문 6월 4일 1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6월 3일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가 반 년 가까이 공백 상태인 가운데 열려 관심이 쏠렸지만 ‘요식’, ‘맹탕’이란 우려를 씻지 못했다.

전북도의회가 인사청문회 제도도입 이후 전라북도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두 번째 인사청문회 자리였지만 ‘도지사 인사에 들러리 선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따가운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논평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논평을 냈다. 그럴만한 이유가 담겼다.

논평은 “지난 해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목격했듯이 지자체장의 인사에 들러리 선 요식행위에 불과한 맹탕 청문회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고 운을 뗀 뒤 “자질 검증과 상관없는 지역구 민원 청탁 수준의 질문이 대부분인데다 준비부족도 문제였고 도덕성 검증 과정 일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시민의 알권리가 철저하게 배제된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했다.

더구나 “올해 새 임기를 시작한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의 무리한 4번째 연임의 경우 역시 도의회의 무능력으로 인해 아예 청문회조차 실시하지 못한 채 인사가 강행되고 말았다”는 이 단체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난 해 말 전임 대표이사의 임기만료 이후 5개월 째 수장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사권자인 송하진 도지사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대표이사가 임기 중 퇴진한 것도 아닌데 논란을 거듭 일으키며 3번이나 공모를 반복했기 때문에 이번 청문회에 더욱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 지역신문의 보도 태도를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전북일보 관련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는 1면과 2면, 정치면 등에서 전날 관심이 집중됐던 도의회 인사청문회 소식이 잘 보이질 않는다.

그 많은 기사들 중에서 눈에 띄지 않으니 어찌된 영문일까?

전북일보는 10면 문화면에서 "재단 독립성 키우고 문화향유 확대"란 제목과 함께 다뤘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태도가 제목에서 묻어났다.

신문은 전날 완주군에서 준공된 수소탱크 충전소와 송하진 도지사를 중심으로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로 1면을 가득 채웠다.

전북도민일보는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기사를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지면이 부족했는지 해당 기사가 보이질 않는다. 대신 1면과 2면을 온통 ‘전국 최대 규모’를 앞세운 ‘수소충전소’ 관련 기사와 사진으로 가득 메웠다.

다행히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전북중앙신문, 전민일보는 관련 기사를 다루었지만 신문별로 성격이 다르다. 전라일보는 1면에서 다루어 시선을 끈다.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용론’ 대두’란 제목과 함께 비판적 견지에서 보도를 했다.

전라일보 관련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정책 역량 등을 공개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도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재단 운영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차원이지만, 도덕성 검증 과정 일체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기사는 “인사청문회가 여러 가지 검증을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공개라든가 법적 구속력 등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 과연 필요한가라는 논란이 자꾸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전북신문은 2면 해설기사에서 문제점 위주로 짚었다. 기사는 “가장 큰 문제는 검증시간이 너무 짧다”며 “실제로 청문회는 단 반나절에 불과했으며 더욱이 내정자 발표이후 한 달도 안 돼 열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사는 “청문위원들 입장에선 그만큼 준비시간도, 검증시간도 촉박할 수밖에 없는 셈이며, 이마저도 핵심 검증대상인 전문성과 도덕성 중 도덕성 부분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면서 ”자칫 수박 겉핥기식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인선에 대한 정당성만 높여주는 요식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중앙신문도 2면에서 다루었다. 그러나 ‘미술단체 이끈 운영바탕’, ‘재단 훌륭히 이끌어갈 것’, ‘관광상품 개발 재단자립’ 등의 제목들에서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민일보도 호의적인 태도로 보도했다.

전민일보 6월 4일 3면

신문은 3면 박스기사로 인사청문회 기사를 다루면서 ‘직무수행능력 ‘꼼꼼’ 검증’, ‘청문보고서 채택에 큰 문제 없을 듯’이란 제목으로 한발 앞서갔다.

기사에서도 “인사청문회에서 별다른 이슈가 부각되지 않아 청문보고서 채택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썼다.

이처럼 도민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두 번째로 열린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지역 신문들 반응은 세 부류로 갈렸다.

무반응, 무용론(비판적), 호의적(긍정).

무엇보다 최근 창간 70주년을 맞아 ‘전북의 빛으로 새 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하던 전북일보가 소극적이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한 점이 의아하다. 창간 특집호 별지 첫 면을 송하진 도지사로 가득 실어주었던, 그래서 달콤한 뒷맛(?)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것일까?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신문은 지면에 기사를 전혀 다루지 않은 전북도민일보 보도 태도다. 이 신문은 이날 9면에 김택수 자사 회장의 사진과 함께 ‘코로나 위축된 마음 ‘사르르’'란 제목의 미담 박스기사를 내보냈다. 지면의 사유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앞으로 교체가 예상되는 6곳의 전북도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회도 요식행위 또는 맹탕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주요 신문들의 침묵과 동조에서 읽힌다.

다음은 4일 목요일 아침 전북지역 주요 신문의 1면 기사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이것이 수소탱크

완주에 국내 최대 수소 충전소 준공

정부, 3차 추경 35조3000억

도내 학교 방역인력 대폭 늘린다

전북도민일보

전국 최대 규모 수소충전소 본격 가동

코로나 위기 넘고 한국판 뉴딜 첫 발

역대 최대 초슈퍼 추경 전북도 전략 대응 절실

도내 학교 감염 ‘0’

전라일보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용론' 대두

완주에 전북도내 1호 상용차 수소충전소 건립

수소경제 대중화 ‘시동’

새전북신문

수소차 대중화시대 개막

동료의원 구하기, 똘똘 뭉친 전주시의회

"문화관광 4차 산업혁명 일으키고파"

전북중앙신문

전북 수소경제 중심도시 가속도

장수 호남최초 가야역사관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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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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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3개시·군 통합시대 열어야”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