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으로 간 육사 이전 공약..."육사 유치" 큰소리 쳤던 장수군, 왜 조용한가?

[뉴스 큐레이션] 2022년 2월 3일

2022-02-03     박주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육사)를 경북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하자 그동안 육사 유치에 눈독을 들였던 지역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후보는 1일 고향인 안동을 찾아 ‘육사 안동 이전’을 비롯해 7대 경북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수도권에 있던 국방대학교가 충남 논산으로 이전한 바 있다”며 “육군사관학교 역시 서울에 있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연합뉴스TV 2월 2일 보도(화면 캡처)

그러면서 이 후보는 “안동에는 약 40만평 규모의 구 36사단 부지가 있으므로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한다면 안동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이 다른 지역으로 크게 번지는 모양새다. 더구나 안동은 이 후보의 고향이어서 육사 유치에 뛰어든 다른 지역들이 난감해하는 눈치다.

충남도·논산시 가장 난감...“육사 유치 추진위 구성까지 했는데” 

중도일보 2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가장 난감해하고 있는 지역은 충남지역이다. 지난해 충남은 도 차원에서 ‘육사 유치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해 정부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14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는 '육군사관학교 유치추진위회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육사 유치 당위성을 널리 알렸다. 

충남도를 비롯해 논산시의 육사 유치를 위한 노력은 그동안 지속돼 왔다. 특히 육사유치추진위원장을 맡았던 황명선 전 논산시장(민주당 소속)은 “논산에는 국방대와 육군훈련소 등 군 교육 관련 시설이 집중돼 있다”며 “중앙과 지역이 함께 잘 사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육사가 논산으로 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충남지역은 논산에 계룡대와 육군훈련소 등이 있어 육사 이전에 적합한 지역임을 강조해 왔다. 논산시에는 육군훈련소와 국방대·육군항공학교를 비롯해, 인근 계룡대에는 육·해·공 3군 본부가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안동 육사 이전 발언 이후 해당 지역 언론들은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충청 패싱’을 다시 들고 나섰다. 

강원·경기·전남도 육사 유치 눈독...장수군, '아니면 말고'식 유치전 '눈총' 

충남지역 외에도 육사 유치를 위해 다른 많은 지자체들도 그간 눈독을 들여왔었다. 원주시, 화천군, 홍천군이 유치전에 합류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강원도를 비롯해 경기도 동두천시, 경북 상주시는 물론 전남 장성군에 이어 전북에선 장수군 역시 육사 유치전에 가세했었다. 

전주MBC 2020년 8월 4일 보도(화면 캡처)

이 가운데 장영수 장수군수는 2년 전인 2020년 8월 초 뜬금없이 “육군사관학교를 고지대인 장수군에 유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장수군은 당시 육사 유치에 본격 나선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전북지역 언론사들은 물론 전국 언론사들이 관심을 갖고 보도했을 정도다. 

전라북도 역시 "육사 유치에 나선 장수군을 적극 지원하고 돕겠다"는 의지를 지역 언론들을 통해 홍보했다. 그러나 충남 논산시 등 다른 지자체들 간 유치전이 가열되자 2020년 8월 2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서 ‘육사 이전은 계획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수군, 축구종합센터 유치 실패 후 육사 유치 거듭 실패 ‘비난’ 

SBS 2020년 8월 25일 보도(화면 캡처)

장수군은 2019년에도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어 실패한데 이어 두 번째 굵직한 사업의 유치전에서도 실패해 곱지 않은 시선을 모았다. 그럼에도 군은 지역 언론들을 통해 유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흐지부지 되고 만데 대한 책임도 분명치 않아 비난을 샀다. 

'홯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장수군정(郡政)'이란 비난이 일면서 따가운 눈총은 지역 언론들에도 향했다. 육사 유치에 관한 홍보기사들을 쏟아냈던 지역 언론들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전민일보 2020년 8월 6일 1면 기사

한편 국방부의 반발 등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이재명 후보의 안동 육사 이전 공약 발표로 유치에 눈독을 들였던 다른 지역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이 후보의 발언이 대선 공약이란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육사 이전 문제는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수도권 발전대책 방안으로 논의되다가 국방부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으나 2020년 7월 태릉골프장과 인접한 육사 부지에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 건설을 검토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