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 부추기는 '지역주의 저널리즘'

[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4)

2022-02-02     박주현 기자

선거 과정에서 우리나라 지역 언론들이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경향은 갈수록 뚜렷하다. 특히 지역 일간지들이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지역 연고 후보자나 해당 지역과 관련된 특정 정당에 대한 편파 보도를 해 온 것은 늘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어 왔다. 

이러한 행태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지도 예외는 아니지만 지역 일간지의 경우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 네 번째 편으로 '지역주의 저널리즘'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역주의' 개념,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한반도 지형과 화합을 상징하는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선암마을 전경(자료사진)

서구 사회에서 지역주의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장(場)인 자신들의 지역을 개선하고자 하는 일종의 ‘집합 의식’이라는 긍정적 개념으로 사용되었지만 우리의 경우 반대로 부정적 의미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지역주의가 어김없이 화두로 등장하곤 한다.

이러한 지역주의는 자기 지역 중심주의로써 그것이 긍정적으로 전개될 때에는 지역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지향하는 의미를 가지지만, 반면에 부정적으로 전개될 때에는 지역집단별 이기주의 및 지역 간 적대감이나 대결적인 경쟁의식, 즉 지역 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 사회의 체제 유지와 통합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서구 사회에서 지역주의의 논의는 문화, 언어, 종교 등의 차이에 따른 집단의식과 결부되어 흔히 분리주의 운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적극적인 운동으로서 지방 분리주의는 유럽과 캐나다 등지에서 뚜렷이 대두되고 있다. 대개 불균형 경제발전 과정 속에서 비교적 후진 지역이나 또는 주변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성장한 지역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정체 상태에 놓인 더 큰 국가 구조에 의해 포위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 분리주의 운동과 결탁된 정치 운동이 전개되기도 한다. 

지역주의, 배타적·독점적인 권력 획득·유지·강화하려는 정치적 이념에서 출발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지방선거 결과(자료사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주의가 지배 집단의 연고지 위주 엘리트 충원이나 지역 개발 정책 수행 등의 과정에서 하나의 집단주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는 출신·거주 지역에 대한 특정한 정서적·심리적 의식 상태를 반영하는 에토스(Ethos)적 지역 정서가 집단적으로 형성·표출되는 형태로 보는 시각과 함께 지역적 연고에 기반한 집단의식과 그에 따른 정치·사회적 행위 패턴으로 보는 시각이 교차한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용어로 ‘지역 패권주의’는 한 국가의 일부 영토로 존재하는 특정 지역 출신 집단이 국가의 경영에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정치권력을 획득·유지·강화하려는 정치적 이념으로 볼 수 있다. 즉, 한 국가 안의 특정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향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한편으로는 국정을 자기 지역 중심으로 운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 출신의 도전을 억누르기 위해서 지역 갈등 내지 지역 분할 통치를 도모하는 정치적 이념을 말한다. 

따라서 지역 패권주의는 한 나라 안 특정 지역 출신들로 이루어진 정치 집단이 주체가 되고, 그 국가 안의 다른 지역이 그 객체가 되는 것으로 하나의 정치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 내부를 향하여 형성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역주의에서 파생된 지역감정이란 지연에 기초하여 형성된 여타 지역에 대한 부정적이고 편견적인 속성의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 즉, 특정 지역이나 여타 지역 주민들이 지연에 기초한 어떤 지역 주민에 대해 사회관계 속에서 표출하는 배타적 태도나 행위 성향을 말한다. 

지역감정, 양보할 수 없는 이해관계 상충될 때 '집단화' 

KBS 2020년 4월 16일 보도(화면 캡처)

이러한 지역감정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정 지역민에 대한 배타적 감정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이것이 여론화·집단화하는 과정에서 상승적으로 작용하여 증폭된다는 것과 평소에는 감정이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고 잠재하여 있다가 양보할 수 없는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집단화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역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논자에 따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으나 대체로 지난 30여 년 동안 사회·경제적 발전의 표면에 누적되어 왔다. 가령, 지역 간 불균형 발전과 분배 체계 및 인사의 불공정으로 소외받은 지역의 불만과 각 지역 주민의 감정적 주체적 편견 및 소외의식의 상호 결합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내재되었다.

특히 선거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적어도 지역 연고를 갖는 후보자나 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반면에 비지역 연고 후보자나 정당에는 배타적인 정치 형태로 표출된 결과도 이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지역주의는 개념적으로 볼 때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지역감정, 지역 갈등, 지역 할거주의, 지역 패권주의 등의 용어와 혼재된 채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주의는 하나의 ‘가공된 공동체 의식’으로서 지역 의식, 지역감정에 계기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지역주의는 자신의 지역에 대한 의식 또는 감정 등이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어 하나의 실천적 측면에서 이데올로기화된 신념 체계라고 이해될 수 있다. 지역주의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지역주의의 발생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 지역주의는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되어 왔다. 기존 정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기득권·연고지 위주' 개념 정의...'균열·감정' 등 부정적 이미지 함의  

MBN 2020년 4월 16일 보도(화면 캡처)

첫째, 지역주의를 전통사회의 증후군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지방주의 또는 전근대적 연고주의, 폐쇄적 지방의식, 지역 이기주의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이영일, 유석춘). 둘째, 지역주의를 경제적 이익의 한 차원으로 정의하는 것인데, 지역 개발, 연고를 매개로 한 물질적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감 등의 내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조기숙).

셋째, 일종의 중심 주변부 차원에서의 정의로 지역 패권주의, 내부 식민주의, 영남의 기득권 수호 의식,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 계급이나 신분 집단으로서의 지역주의 등의 내용으로 나타난다(김만흠, 황태연). 넷째, 하위 문화적 공동체 의식 혹은 문화적 균열로 특징짓는 정의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하위 문화적 정체감, 하위문화 간 대립으로서 지역주의 등의 내용을 갖는다는 것이다(김진국, 김만흠).

다섯째, 지역주의를 지배 이데올로기의 한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이는 반공주의 및 반급진주의와 결합된 지배 이데올로기, 호남 차별과 배제의 기득권 의식으로 정의된다(최장집)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주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지배 집단, 패권주의, 기득권 의식 등 연고지 위주로 개념이 정의되면서 균열과 감정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상당히 함의돼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지역감정, 상대 지역민에게 공격·차별적 태도나 행위로 나타나 

지역주의에서 파생된 지역감정은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논의해 왔다. 먼저 김진국은 지역감정을 ‘지연에 기초하여 형성된 여타 지역에 대한 부정적이고 편견적인 속성의 심리상태’ 또는 ‘지역적 연고에 따라 구분되어지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집단 적대감’이라고 정의했다. 

2021년 11월 29일부터 12월 13일까지 제목이나 본문에 ‘지연 강조’ 발언을 그대로 전한 신문기사들(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갈무리)

또한 김형국은 '지역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문제로 지적될 때는 지역 의식, 지역 갈등, 지역감정, 지역 차별, 지역 격차 등의 개념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면서 지역감정을 '지역주의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에 반해 강성우는 지역감정은 '지연에 기초하여 형성된 여타 지역에 대한 부정적이고 편견적인 속성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므로 이것은 '개인적 차원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소속 집단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으로 집단 적대감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상훈은 '우리나라의 지역주의 성격은 거꾸로 구분되는 속지주의적 기준이 아닌 출생지, 혹은 부모의 출생지(원적지)라고 하는 속인주의적이고 혈연주의적인 기준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전근대적 증후군이 포착되며, 특정 지역 출신에 대해 일종의 편견 내지는 허위의식을 동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지역감정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특성을 가지면서도 경제개발과 엘리트 충원에서 지역 간 차별이 누적됨으로써 지역이 위계적인 사회 체계의 구조적 특성의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지역감정은 ‘지역적인 내외집단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상대 지역민에게 공격적이고 차별적 태도나 행위로 나타날 수 있는 감정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지역감정이 선거 과정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우리가 남이가’, ‘충청권 핫바지’, ‘미워도 다시 한 번’, 싹쓸이'...반복 사례 

한겨레 1992년 12월16일 자 1면

후보자들이나 언론 모두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 지역감정의 조장이나 부추김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가끔씩 언론은 선거를 지역 간 대립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과거 ‘영·호남’ 간 대립은 크게 부각하지 않으나, 새로운 지역권의 개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중부권’, ‘경북·대구권’, '호남권', ‘수도권’과 같은 용어들이 그것이다. 특히 선거 기간 중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때 언론은 ‘무주공산’, ‘주인 없는 지역’이니 하면서 그 지역 주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기도 한다. 

문제는 지역 언론들이다. 특히 지역 일간지들은 많은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대체로 지역 정서에 편승하는 경향이 강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거나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선거철만 되면 자주 언론에 등장했던 ‘우리가 남이가’, ‘충청권 핫바지’, ‘미워도 다시 한 번’, '싹쓸이' 등은 대표적인 ‘지역주의 저널리즘’의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는 선거철만 되면 어김 없이 고개를 내밀며 유권자들을 현혹시킨다. 

※위 기사는 필자가 저술한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중 일부를 수정·보완한 내용임.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