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마음 속에 다짐하는 것들

신정일의 '길 위에서'

2022-01-31     신정일 객원기자

경자년 섣달 그믐날 새벽입니다.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날, 잠을 잘 수도 안 잘 수도 없는 날이지요. 오늘이 가면 임인년 음력 정월 초하루 새해 첫날 새 아침이지요,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은 ‘설다’. '낯설다‘에서 유래한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열하일기>의 저자인 연암 박지원도 그 설날에 <설날 아침에 거울을 대하고>라는 시 한편을 남겼습니다.

“갑자기 흰 수염이 몇 가닥 늘었으나

나의 몸 여섯 자는 그대로일세.

거울 속 얼굴은 세월 따라 다르지만

어린 마음은 지난 해와 같아라.“

매년 달라지는 외모와 달리 마음은 어릴 적이나 다름없으니 즐거운 마음에 앞서, 문득 서글픔만 늘어나는 것이 오늘날의 명절입니다.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지요. 그 옛날 두어 달 전부터 설레면서 기다리던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 추억 속의 설날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청나라 때 사람인 주석수朱錫綏 의 글 한 편을 떠올리며 새해엔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내키는 대로 말하더라도, 말은 조금 적은 듯이.(任氣語少一句) 

발길 가는 대로 가되, 길은 한걸음 양보하며.(任足路護一步) 

붓 따라 쓰더라도, 글은 한 번 더 살펴보고.(任筆文檢一番)“

설날,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그 복을 온 세상에 나누시길 기원합니다. 2022년 1월 31일 경자년 섣달 그믐날 함양 거연정과 군자정에서.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