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결국 법정구속...법원,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인정 '징역 6년'
재판 이슈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에서 500억원대를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직 국회의원(무소속)이 탈당, 구속 수사에 이어 법정구속되는 오명까지 남기게 됐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 "범행 부인하고 책임 떠넘겨...징역 6년 법정구속"
이날 재판부는 "이상직 피고인은 기업의 총수로서 이스타항공과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기업을 사유화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이스타항공 계열사에 70억원에 이르는 손해가 발생했고 피해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법정구속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함께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이자 이 의원 조카인 A씨에게 징역 3년 6월, 최종구 이스타항공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나머지 공동 피고인 4명에게도 징역 6월∼2년에 집행유예 2∼3년이 선고됐다.
검찰 "횡령·배임 금액 555억원", 법원 "범행 금액 70억원" 공방 여지 남아
이 의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 또는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를 실소유하면서 회삿돈 53억 6,000여만원을 빼돌리고 이 돈을 친형의 법원 공탁금, 딸이 몰던 포르쉐 보증금·렌트비·보험료, 해외 명품 쇼핑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2016년 7월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을 지역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 전주시 완산구 한 빌딩에 사무실을 얻어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운영한 혐의도 검찰에 적발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의 횡령·배임 금액을 555억원으로 산정했지만 이날 재판부는 범행 금액을 약 70억원으로 판단, 이 부분에 대한 법정 공방의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형 확정 시 국회의원직 상실
앞서 검찰은 이 의원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554억원을 추징할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 의원은 2015년 11월 이스타항공 계열사가 보유한 544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을 자녀가 소유한 이스타홀딩스에 105억원 상당에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한 주당 1만원대인 이스타항공 주식을 현저히 낮은 주당 2,000원으로 거래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또 이스타항공 계열사를 통해 이스타항공에 대한 부실채권을 취득해 채권의 가치를 부당하게 상향 평가한 후, 당초 변제기보다 조기에 상환받아 56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 계열사의 자금 약 59억원을 개인 변호사 비용, 생활비 등 용도로 임의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지난해 4월 28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돼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해 10월 28일 구속 만료를 2주 앞둔 시점에 재판부의 직권으로 구속 184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이번이 대사 법정구속됨으로써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 '제명 의결'...첩첩산중
이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전주시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이스타항공 회삿돈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구속되면서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신세가 된 데 이어 ‘의원직 제명’ 위기에도 처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 5일 무소속 이상직·윤미향 의원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의결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이상직 의원 등 3명에 대한 제명안을 심사한 결과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의견을 회신함으로써 선출직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 의해 배지를 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따라서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윤리특위의 심사와 본회의 의결 절차에 따라 이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윤리심사자문위의 심의 결과가 나온 만큼 여야는 조만간 이들에 대한 징계안을 심사할 윤리특위 일정을 조율할 전망이어서 빠르면 대선 이전에 결정이 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결과 '주목'..."자존심 상하고 창피하다"
이 외에도 각종 범죄 혐의로 정치적 기로에 선 이 의원이 이달 중 두 번에 걸친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이 의원은 이날 이스타항공 관련 횡령·배임 사건과 관련한 1심 선고에 이어 오는 26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는 "자업자득의 결과다", "불명예스런 재판 과정을 보면 자존심 상하고 창피하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그런가하면 "이 의원을 공천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