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성추행·갑질·투기 등으로 얼룩진 지방정치..."이런 사람 공천하지 말라"

[기획] 묻지마 공천 이제 그만①

2021-12-31     박주현 기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한다. 2022년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 꽃이 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고 헌법 제1조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권은 투표 참여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투표야말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소중한 행사라는 점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일당 독점 구도와 묻지마 공천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늘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역시 깨어 있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투표를 통해서만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잘못된 공천으로 인한 폐해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복당·사면 등으로 더욱 공고해진 일당 독점 구도...폐해 심각 우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사면과 대통합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기묘한 현상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합종과 연횡으로 정치권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인 형국이다.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탈당하여 당을 등졌던 정치인들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슈퍼 정당으로 거듭날 태세다. 호남지역에서 특히 복당이 줄을 잇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중견 정치인들의 복당이 러시를 이루며 가뜩이나 일당 독점 구도였던 정치 지형이 더욱 공고해지는 양태다.

대선이 끝나고 3개월 후에 있을 지방선거에 눈독을 들이는 정치인들이 더 많은 이유다.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당의 눈치를 보며 공천을 향한 처신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일당 독점 구도에서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진 사례 때문에 전북은 피해를 많이 보아왔다. 가까운 사례만 보더라도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의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졌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숱한 비리 혐의로 해당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상직 의원 공천 민주당, 비리 등에 대한 책임은 ‘모르쇠’...비난

MBC '스트레이트' 2020년 11월 29일 화면 캡쳐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이상직 의원(무소속)은 선거 과정에서의 공직선거법 위반 외에 그가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회삿돈 50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중 2020년 9월 2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선 후 불과 6개월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명의 정리해고와 임금체불 장기화로 인한 여론 악화에 온갖 비리 혐의들이 드러나자 민주당을 탈당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중에 재판을 받으며 전주을 유권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자괴감과 상처를 안겨준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전북민중행동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2020년 9월 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의원 처벌과 이스타항공 사태의 해결책을 호소했다.

이 바람에 전주을 지역구는 사고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정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불법선거운동을 도왔던 시의원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미숙·박형배 전주시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두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이상직 후보 선거를 돕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이 의원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박 의원은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두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중복 투표를 받기 위해 권리당원 등에게 일반 시민인 것처럼 거짓 응답토록 권유·유도하는 메시지를 발송, 이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상직 의원을 공천해 준 민주당에게 책임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심지어 같은 공범이란 지적까지 시민사회단체들에서 잇따라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나 조치를 내놓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 더욱 원성이 높다.

전북도의회 전반기 의장 '의원직 상실'이어 후반기 의장 폭언·갑질 '논란' 

송성환 전 전북도의회 의장

지방의회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 지방의원이 낙마하거나 재판에 넘겨지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는 한해였다.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란 점에서 역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전북도의회 전반기 의장은 의원직이 임기 중도에 상실된데 이어 후반기 의장은 사무처장에 대한 폭언 등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도의회 수장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다. 

여행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송성환 전 도의회 의장에 대한 징역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송 전 의장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던 지난 2016년 9월 동유럽 해외연수를 주관한 업체 대표로부터 현금 650만원과 1,000유로(약 125만원) 등 총 775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어 후반기 현 송지용 도의장은 의회 사무처장에 대한 폭언 등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난 13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공개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럼에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완주군수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전북도의원들 농지법·겸직금지 위반...싸늘한 시선

전북도의회 전경

게다가 전북도의원 2명은 농지법 위반 등 부동산 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법의 심판대에 섰다. 이들 의원은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전북경찰은 농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인 전북도의회 김기영·최훈열 의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김기영 의원은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와 관련 최훈열 의원은 1심 재판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겸직금지 위반도 도마에 올랐다. 사립유치원 대표를 겸직한 오평근 도의원에게 출석 정지 14일의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전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한기)는 지난 9월 3일 “사립유치원 대표 겸직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질의 회신과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오 의원이 지방자치법 제35조 제5항과 도의원 윤리 및 행동강령 조례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6월 8일 성명을 내고 "전북도의회 오평근 의원의 겸직금지 위반 행위가 동료 의원들의 묵인 속에 3년째 지속되고 있다"면서 도의회 의원들의 직무유기를 규탄했다. 

기초의회는 더욱 심각하다. 올 한해 음주 사고, 성추문과 폭언 등 잡음이 꼬리를 물었다. 전주시의회에서는 여기에 부동산 투기,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시의원들이 물의를 일으켰으나 가벼운 처분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샀다.

전주시의회, 음주·부동산 투기·부정 청탁 등 잇단 비리로 '얼룩' 

전주MBC 8월 23일 보도(화면 캡처)

송상준 시의원은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경신 시의원은 신도시 주변 부동산을 수차례 매매하여 투기 의혹을 받은데 이어 김승섭 시의원은 시에서 발주한 체육시설 개선사업을 자신의 회사가 맡아 시공하여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게다가 한승진 시의원이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남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물의를 빚었다.

여기에 방진망 선공사 의혹에 대해 경찰이 조사한 결과 전주시의원의 부정 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전북경찰청은 채영병 시의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시의회에 과태료 처분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잇따른 사고 속에 지난 8월 23일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 11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시의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시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하나마나 한 사과로 시민들을 우롱하지 말라”며 "즉각적인 징계 조치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제시의회,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동료 의원 간 불륜 사건 '파장' 

JTBC 2020년 7월 2일 보도(화면 캡처)

김제시의회에서는 동료 의원 간 성추문 사건이 발생해 관련된 시의원 2명이 의회에서 제명 처분됐으나 법원 소송을 통해 다시 복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동료 의원과 불륜 스캔들로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자 의회에서 제명된 김제시의회 의원 2명이 최근 모두 시의회로 다시 돌아왔다. 

전주지법 제1행정부(이의석 부장판사)는 12월 16일 유진우 전 시의원이 김제시의회를 상대로 낸 의원직 제명 처분을 무효로 하는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로 유 전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절차에 하자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김제시의회는 지난해 7월 16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유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을 의결했다. 제명안은 출석의원 12명 가운데 찬성 1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유 의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제명됐던 고미정 의원도 같은 소송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일부 승소해 지난 11월 의회로 복귀했다.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본회의장에서 난데없는 추태로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한 남녀 시의원에 대해 김제시의회는 지난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두 의원을 모두 제명했지만 다시 의회에 복귀함으로써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되풀이 되는 모양새다.

김제시의회 동료 의원 간 불륜 사건은 지난해 7월 해당 의원 둘을 제명하고 의장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수습되는 듯했으나 결국 시의회의 불륜 스캔들에 이어 허술한 징계 절차가 다시 망신거리가 된 셈이다. 

무엇보다 문제의 두 의원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을 수 있도록 빌미를 준 김제시의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불륜 스캔들로 인해 시의회에서 제명된 두 의원이 사법부 판단에 따라 잇따라 복귀하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읍시의회, 성추행 의원 '제 식구 감싸기' 비난 

KBS전주총국 3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정읍시의회에서는 동료 의원에 대한 성추행 사건으로 지역 시민단체 등이 의회의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김중희 시의원에 대해 정읍시의회는 지난 3월 제명 안건이 부결된 이후 조용하자 결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읍시의회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김 의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판결 이후에도 정읍시의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익산시의회, 의원들 욕설·막말 파문

지난 3월 익산시 공무원노조가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내건 현수막

익산시의회에서도 시의원의 폭언 등이 구설에 올랐다. 조규대 시의원은 지난 3월 12일 시의회 사무실에서 추진사업 설명을 위해 방문한 익산시 공무원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퍼부어 파문이 일었다.

이에 익산시 공무원노조는 “해당 의원을 징계하고 사퇴하라”는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해당 지역구위원장인 김수흥 국회의원이 사과문까지 낸 바 있다. 해당 시의원은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고개를 숙인 지 150일 만에 막말 논란이 확산되자 사과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익산시의회에서는 이어 조남석 시의원이 지난 6월 26일 열린 익산시 산업건설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욕설이 섞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군산시의회, ‘폭행·공석 장기화’ 빈축

전주MBC 3월 23일 보도(화면 캡쳐)

군산시의회에서도 잡음으로 얼룩진 한해를 보냈다. 군산시의회는 지난 3월 발생한 조경수 시의원의 폭행 사건으로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조 의원은 군산의 한 카페에서 전 시민단체 대표(민주당원) 김 모씨에게 폭행당해 안면 골절상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조 의원은 군산시정에 대해 논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으며, 피해자라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반면 김 씨는 조 의원이 먼저 욕설을 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막아 벌어진 싸움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전북도당 윤리심판원은 전 시민단체 대표 김 씨에게 당원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쌍방 폭행으로 고소된 조 의원에 대해서는 경고(품위유지의무 위반) 조치만 했다.

게다가 정길수 시의장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병상에 누워 의정 활동을 못 함에도 의장직을 내려놓지 않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또 다른 시의원 또한 일신상의 이유로 무단 출석을 일삼는 등 의정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공천 시스템 대폭 개선해야" 여론 비등 

2020년 6월 5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상직 의원의 사진을 들고 항공운항 재개와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제 식구 감싸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게 일고 있다. 당 내부의 공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이유다. 

이와 관련 지역 주민들은 “선출직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했거나 윤리 강령을 위반한 지방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재출마하지 못하도록 당이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