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정치 기만 30년...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뉴스 큐레이션] 2021년 12월 29일

2021-12-29     박주현 기자
새만금 방조제 전경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새만금과 관련해 엇갈리는 뉴스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도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새만금이 전북의 중요 현안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28일 제4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사업 선정 등 안건 심의에서 군산(대야)∼새만금 신항만(철송장) 구간 47.6㎞ 단선 전철을 신설하는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 사업과 새만금 환경생태용지 2단계 조성 사업의 예타를 통과시켰다. 그러자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 지역언론들이 일제히 반기며 흥분했다.

새만금항 인입철도 외에도 대규모 전국 7개 사업 예타 통과 

새만금항 인입철도 조감도(전북도 제공)

그러나 전북의 새만금 외에도 무려 7조 9,208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2031년까지 진행하는 부산항 진해신항 1단계 건설 사업과 행복 도시에서 청주국제공항 통행시간을 약 35분으로 줄이기 위한 연결도로 건설 사업, 제주 일주도로 우회도로(서귀포여중∼삼성여고) 4차로 신설 사업 등 대규모 7개 전국 사업의 예타 통과가 이날 함께 결정됐다. 

이밖에 교통 분야에서는 2조 2,011억원이 투입되는 신분당선 서북부(용산∼삼송) 연장 사업, 인천대로 혼잡구간(서인천∼가좌 나들목)에 도로를 신설하는 공단고가교∼서인천IC 혼잡도로 개설 사업, 철도 종합시험선로 순환선 구축 사업, 완도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사업, 노후 농업기계 미세먼지 저감 사업 등도 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다. 

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절차를 마친 5개 사업은 아예 규모와 계획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는 많은 지역의 신설 사업들에 대한 예타를 파격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해당 지역들마다 크게 환호하는 분위기다.

완성되지 않은 새만금 ’트라이포트‘ 지나치게 강조

전북일보 12월 29일 홈페이지(초기화면 갈무리) 

그러나 전북도는 마치 새만금 관련 예타만 통과한 것처럼 과대 포장해 홍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요란했다. 전북도는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며 새만금 트라이포트(Tri-port) 교통 물류체계 구축이 가시화됐다”며 “한반도 유일의 한·중 경협단지와 국제공항, 신항만에 이어 철도 물류 공급망 구축이 속도를 내면서 새만금이 동북아 물류허브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며 홍보했다. 

전라일보 12월 29일 1면 기사

그러자 지역 일간지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새만금을 중심으로 철도, 공항, 항만, 도로가 하나로 모이는 ‘트라이포트’ 가 완성되면 새만금은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에 이어 내륙까지도 육·해·공 물류 시스템이 구축돼 새만금을 향한 접근성과 수송능력 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반기며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생산 유발효과는 물론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이번 예타 통과에 힘을 보탰다는 기사들도 눈에 띈다.

새만금개발청도 이날 기다렸다는듯이 올해 새만금 지역에서 공유수면(바다)을 매립해 조성한 신규 등록 토지를 발표했다. 새로 등록한 새만금 매립토지는 198만 5,455㎡로 집계됐다. 그러자 이를 축구장으로 환산해 보도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축국장 278개와 맞먹는 면적이 육지로 탈바꿈했다”며 대서특필했다. 

전북도민일보 12월 29일 2면 기사

새만금 인입철도 개설사업의 예타 통과와 매립지 조성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반길 만하다. 그러나 타 지역의 예타 통과 사업들과 비교하면 그리 새롭거나 호들갑을 떨 정도의 성과는 아니다. 더구나 새만금 국책사업은 착공한 지 벌써 30년이 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성과다. 신공항 문제 등 아직 남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심상정 “30년 정치 기만 단골...새만금개발 사업 종지부 찍어야 할 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마침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과 관련한 정책 공약들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심 후보는 “지난 30년간 정치 기만의 단골인 새만금개발 사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보존에 역행하는 것으로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무려 13조원이 투입됐지만 희망 고문이 돼 왔다”면서 “매립을 중단하고 그린뉴딜과 해양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심 후보는 특히 “세계 최대의 갯벌이었던 계화도 갯벌을 새만금 개발로 파묻지 않았다면 전북은 가장 특별한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한 지역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만금이 더 이상 전북의 미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새만금의 막힌 물길을 확실히 뚫어 전북의 미래를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새만금 공항, 투자 효과에 비해 갯벌·생태 파괴 너무 커”

JTV 12월 28일 보도(화면 캡쳐)

또 심 후보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친환경 개발을 주장하는 정의당에서는 신공항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후 위기 시대에 불가피한 공항이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공항을 줄이는 추세”라며 “새만금 공항은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투자 효과에 비해서 갯벌·생태 파괴가 너무 크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는 즉시 새만금 해수유통을 확대하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간척사업인 매립을 중단해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해 대한민국 그린뉴딜과 해양생태관광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후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과 정책 협약식을 갖고 ‘새만금을 대한민국 그린뉴딜과 해양·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고 앞으로 새만금사업을 ’전북도민이 중심이 돼 전북도민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으로 진행하자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30년 동안 전북의 미래를 가로막아온 새만금 사업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대신 심 후보는 "전북을 문화관광도시로 육성하고 상용차 산업의 녹색전환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와 정치권이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과 환경생태용지 2단계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고, 축구장 278개 면적의 토지가 신규로 등록했다며 실적을 자랑하고 요란하게 홍보한 것과 대별됐다. 30여년 간 정치 기만의 단골이 되어버린 새만금이 아직도 갈길 멀었음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 대목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