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린 통계 분석 기사, ‘하위’를 ‘선방·성장’으로?
[뉴스 큐레이션] 2021년 12월 28일
전북, 1인당 지역내총생산 강원도에도 밀렸다 –전북도민일보(인터넷)
전북, 1인당 GRDP 여전히 하위권 –전북도민일보(지면)
전북, 코로나19 경기불황 속 경제성장 '선방’ -전북일보
코로나 불황 견뎌낸 전북 악조건 속 경제지표 상승 -전라일보
코로나 불황 속 전북경제 지속 성장 –전민일보
“전라북도의 2020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강원도에도 밀렸으며 꼴찌(8개 광역시 제외)인 제주도와 비슷한 규모로 나타났다.”
세밑 전북 경제의 암울한 상황을 분석한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전북도민일보가 28일 13면 머리기사로 내보낸 기사다. 신문은 기사 제목을 ‘전북, 1인당 GRDP 여전히 하위권’이라고 뽑았다. 인터넷 판에선 ‘전북, 1인당 지역내총생산 강원도에도 밀렸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 2,967만원, 전국 평균보다 772만원 낮은 전국 하위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를 분석한 기사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일정 기간 일정한 지역 안에서 특정 연도에 새롭게 생산된 재화 및 서비스의 시장가치 합한 시·도 단위 얼마나 부가가치가 발생했는지 생산 측면에서 집계한 종합경제지표’를 뜻한다.
신문은 기사에서 “27일 통계청의 2020년 지역소득 분석결과를 보면 1인당 GRDP는 전국 평균이 3,739만원으로 전년보다 12만원(0.3%) 증가했다”며 “울산, 충남, 서울 등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으며 대구, 부산, 광주, 전북 등은 전국 평균 이하를 보였다”고 했다.
아울러 “전라북도의 2020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명목)이 2,967만원으로 전년대비 2.9%(84만원)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보다 772만원이 낮았으며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면서 “특히 전북은 8개 광역시를 제외하고 도단위별 꼴찌인 제주도(2,914만원)와 불과 53만원 차이를 보였으며 강원도(3,223만원)와는 256만원 뒤쳐져 갈수록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이어서 기사는 “전북의 실질 GRDP는 전년 대비 2.3%인 1조 2,000억원 증가한 53조 2,000억원으로써 대부분 공공행정(7.0%)과 전기·가스업(15.7%)을 중심으로 증가해 전년 대비 0.1% 성장했지만 제조업(-2.5%)과 농림어업(-6.5%) 등이 감소해 이에 대한 성장저조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과 함께 심각한 부가가치 역외유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고도 강조했다.
전북의 경제지표를 나타내주는 GRDP가 전년에 비해 0.1%p상승했다고 하지만 1인당 규모 면에서는 전국 최하위에 다름 없다는 기사여서 눈길을 끌만하다.
“전북, 코로나19 경기불황 속 경제성장 '선방’”...대조
그런데 전북일보와 전라일보, 전민일보는 기사 제목과 분석이 달랐다. 우선 전북일보는 ‘전북, 코로나19 경기불황 속 경제성장 '선방'’이란 제목과 함께 기사 리드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개 시·도에서 경제가 역성장한 가운데 전북은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년 대비 0.1% 성장하며 경기불황 속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같은 통계청 발표 자료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나타내 준 것이다. 1인당 GRDP대신 전체적으로 비율이 소폭 증가한 수치만을 확대 해석한 것이어서 대조적인 기사가 됐다.
전라일보도 ‘코로나 불황 견뎌낸 전북 악조건 속 경제지표 상승’이란 제목과 함께 “전북지역의 경제성장 지표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전국평균 보다 높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리드에서 강조했다.
기사는 또 “전북도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지역내총생산(GRDP) 및 경제성장률이 전국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를 강조한 것으로 보아 통계청 자료가 전북도를 거치면서 해석이 희석되지 않았는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다.
“코로나 불황 속 전북경제 지속 성장?”...해석 차이 극과 극
기사는 또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967만원으로 전년대비 2.9%(84만원)이 증가했으며 1인당 지역총소득은 2,962만 7,000원으로 전년대비 4.7%(133만원)이 증가해 증가율 부분에서 각각 도 단위 1, 2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위 또는 꼴찌 수준에 달한다던 전북도민일보 기사와 정 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기사는 전북도 관계자말을 인용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전국평균보다 높은 지역내 총생산 증감률, 경제성장률 등 긍정적 지표를 의미 있게 봐달라"며 "2021년 8조2000억원대 국가예산, 전북 군산형 일자리 본격 생산·고용, 역대 최대 고용률, 새만금 SK 2조원대 투자이행 등으로 올해 지표도 선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민일보도 28일 2면 머리기사로 ‘코로나 불황 속 전북경제 지속 성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 역시 통계청과 전북도의 ‘2020년 지역내총생산(GRDP) 및 경제성장률’ 자료를 인용했다.
기사는 “지난해 기준 전북의 지역내총생산 증감률 및 경제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 코로나19 경기불황 속에서도 준수한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2020년 지역내총생산(GRDP) 및 경제성장률이 전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1년 전의 전국의 GRDP를 비교한 통계자료를 놓고 전체 성장률만 부각시키는 경우와 개인당 GRDP를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는 경우 이러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지만 독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더욱이 전국 평균 증가율에 비해 소폭 상승한 점만 부각시키려고 실질적인 1인당 규모가 최하위권인 통계 수치를 무시하거나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