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의 모방과 표절의 경계
이화구의 '생각 줍기'
시인이 다른 유명 시인의 시를 그대로 갖다 비슷하게 모방해서 쓰는 것과 단순히 참고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갖다가 비슷하게 모방하는 것은 표절이라고 비난하지만, 참고만 해서 더 멋진 시를 쓰는 건 창조적 모방이나 새로운 창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모방이고 표절이지 둘 사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모방과 표절의 경계가 너무 모호해서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같은 일반인들이 유명 시인의 시를 모방해서 습작을 하는 건 문제가 없겠으나 명색이 시집을 내고 등단한 시인 분들이 모방하면 표절시비에 걸릴 수 있습니다. 모방과 표절에도 어김없이 현 정부가 만들어낸 사자성어 '내로남불'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편이 하면 창조적 모방이고 상대방이 하면 표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애송하는 시를 꼽으라면 소월 선생의 '진달래꽃'과 정지용 선생의 '향수'라는 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한국인의 심성을 표현하는 최고의 시 두 편도 표절시비에서 자유롭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정지용 선생의 '향수'가 표절시비가 있다는 것은 10여 년 전에 알았지만, 소월 선생의 '진달래꽃'이 표절 시비가 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진달래꽃의 표절 시비는 소월 선생이 진달래꽃을 발표하기 1년 전에 스승인 김억 선생께서 예이츠(아일랜드 출신의 노벨상 수상 시인)의 시를 번역하여 출판한 시집을 읽었기 때문에 표절시비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아래 부분에서 시비가 있는 것 같은데 번역하기도 어려운 시입니다.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간단히 번역하면 "그대의 발 아래 하늘 비단을 펼치려니 부드럽게 그 꿈을 꽃인 양 밟고 오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표절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지용 선생의 향수는 정지용 선생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당시 미국의 '트럼블 스티크니'라는 시인의 'Mnemosyne (추억)'이라는 시가 유명했는데 '향수'라는 시가 이 시를 모방했다는 겁니다.
정지용 선생의 '향수'와 미국 시인의 '추억'은 시의 구조 및 기법에서 전체 5연의 구성은 물론 매 연이 끝나며 후렴구의 형식 1행이 반복되는 점이 외형상으로 무척 비슷하고, 또 내용상으로도 두 시에 담긴 시어들이 너무 비슷해서 표절 시비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정지용의 '향수' 시어와 미국 시인의 '추억'의 시어를 비교해보았습니다.
-꿈엔들 니칠니야 / I remember
-회돌아 나가고 / blew here about the ways
-황소 / yellow cattle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the perished ember
-뷔인 바테 / empty down
-엷은 조름 / lay to slumber
-검은 귀밋머리 날니는 / hair was dark
-누의 / a sister
-따가운 해쌀 / the long sun-sweetened
-별 / starry
-우지짓고 지나가는 / veering skimmed
-흐릿한 불비체 / the perished ember
-도란도란거리는 / babble
일부 관련된 부분들은 캡쳐(Capture)해서 사진으로 올려드렸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올려드린 사진들은 제가 예전에 담은 진달래꽃 사진과 2016년 4월 9일 직접 정지용 선생의 생가가 있는 충북 옥천을 다녀오면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여러분!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성탄되세요.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