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외곽단체 활용 여론 통제...'꼼수 전략' 횡행, 왜?
[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13)] 방기곡경(旁岐曲徑) 전략
정치권력은 언론을 직접 통제·관리하기도 하지만 관변단체나 시민단체 등을 이용해서 간접적으로도 이용한다. 정치권력의 사주를 받은 관변단체가 시위를 벌이거나 비판언론을 공격하는 등의 용역일을 하면, 친정부 언론에서 이를 확대·과장하여 뉴스화하는 식이다. 국민 다수의 여론을 소수의견으로 만들 수도 있고 소수의견을 다수의견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관제데모를 주도하는 외곽단체는 또 다른 의도된 여론을 만들고 친정부 매체는 이를 확대 보도하는 언론 통제 전략이다. 때때로 국정원이 시위전략, 플랜카드 내용까지 만들어 주는 등 정치권력과 외곽단체는 긴밀히 연계돼 작전을 수행한다. 언론은 이들의 정체성과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작전을 실행하는 일부 다른 주요 언론들은 크게 보도하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식이다.
'방기곡경'식 언론 통제 전략, 이명박 정부 대표적 언론 장악 '꼼수'
‘방기곡경’이란「옆으로 난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뜻으로, 일을 바른 길을 좇아서 순탄(順坦)하게 하지 않고 정당(正當)한 방법(方法)이 아닌 그릇되고 억지스럽게 함을 이르는 말로 정의되고 있다.
이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교수신문이 그 해의 ‘사자성어’로 꼽힐 정도로 혼탁하고 부당한 방법을 동원한 권력의 부정을 상징하고 있다. 방기곡경식의 언론 통제 전략 역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꼼수를 뜻하기도 한다.
정치권력 주위에는 항상 관변단체, 정체 불분명의 시민단체 등이 존재한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재정지원으로 살아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이들을 관제데모나 비판적 언론에 항의하는데 동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했다.
박근혜 정부의 추악한 민낯이 수사로 드러났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잘 이끌어달라고 뽑았던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 실장과 수석들이 청와대에 모여 은밀하게 부정한 돈을 보수단체에 투입, 관제데모를 주도했다고 주요 언론이 전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을 통해 보수단체 10여 곳을 지정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동아일보는 당시 보도했다.
박근혜·김기춘, 21세기 이 땅에 '관제데모' 활짝 부활
또한 경향신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지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을 지원받은 보수시민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차원의 지원을 받은 친정부 성향 외곽 단체들이 위기에 처한 정권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이다.”고 해석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시대에나 들어왔던 ‘관제데모’를 박근혜·김기춘은 21세기 이 땅에 활짝 부활시킨 것이다. 구시대의 부끄러운 유물을 현실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국민은 소위 좌파와 우파로 두쪽이 났고 시위도 동시에 진행될 정도로 분열된 모습이다. 사회 정의는 혼란속에 사라졌고 돈이 정의가 되는 세상이 됐다.
정치권력은 자유총연합 등 관변단체나 어버이연합같은 시민단체를 활용하는 또 다른 언론 통제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조직된 관제데모는 권력의 편에 선 언론사들이 주요 사건 인양, 국민의 여론 인양 확대, 과장하는 방식으로 보도했다.
국가보훈처는 2017년 12월 19일. 관제데모 의혹을 받고 있는 고엽제전우회와 보훈처 승인없이 수익사업을 진행한 상이군경회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보훈처는 이날 '종북척결', '세월호 특조위원장 사퇴' 등 고엽제법에서 정한 설립목적과 관계없는 정치활동을 진행한 고엽제전우회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이군경회는 국가유공자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 18조에 따라 국가보훈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수익사업을 해야 함에도 일부 사업을 승인없이 운영한 사례가 적발돼 역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관변단체들, 정치권력 수족 노릇...박근혜·이명박 정권 비호
구체적으로 고엽제전우회는 세월호 특조위 해체 규탄대회, 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를 실시한 것과 관련해 관제데모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정부의 관제데모 지시 물증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전경련이 고엽제전우회의 관제데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2018년은 정치권력의 수족 노릇을 하며 보수언론에 정파적 보도 뉴스를 제공한 각종 관변단체, 시민단체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들이 드러났다. 돈 받고 함부로 단체의 조직을 이용한 댓가를 치루게 되면 그 단체의 존립이나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지난 2014년 2월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종북세력을 규탄한다"며 박근혜 정권 비호 하에 관제데모를 벌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구재태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배임수재,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
우후죽순으로 단체 등장, 살벌한 관제데모에 앞장서며 이권 챙겨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등을 역임하고 2008년부타 경우회장을 지낸 구씨는 국정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현대기아차그룹과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얻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자체 사업 수행 능력이 없는 경우회 산하 영리법인 경안흥업은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대우조선해양의 고철 유통권을 따낸 뒤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통행세를 챙겼다.
검찰은 또 대우조선 측이 경안흥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중단하려 하자 구재태가 관변단체를 동원해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압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공갈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또한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가 위례신도시의 대규모 아파트 부지를 특혜분양 받아 거액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잡고 수사했다.
고엽제전우회는 박근혜 정권 출범초인 2013년 6월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수변지구인 ‘A2-3 블록’ 1만 2,700평을 1,836억원에 분양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분양공고를 낼 때 ‘국가보훈처장 추천서’를 단서 조항으로 달았고, 응찰한 곳은 대표적 친박극우였던 박승춘 당시 보훈처장의 추천서를 받은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 한 곳뿐이었다. 사실상 수의계약이었던 셈이라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했다.
이명박·박근혜 시대 관변단체는 우후죽순으로 등장하여 살벌한 관제데모에 앞장서며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도 따지고 보면 권력의 언론 통제 전략, 여론 분산 전략의 소모품에 불과했다. 이제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 됐다.
관제데모가 나쁜 3 가지 이유
첫째, 여론 (Public opinion)을 왜곡시킨다.
민주주의는 여론정치라고 할 정도로 여론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대중의 공통된 의견인 여론에 따라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되기 때문이다. 여론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가변성 때문에 권력이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의도에 맞도록 조작, 왜곡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청와대가 전경련의 돈을 보수단체에 지원하여 탄핵이나 세월호 사건에 민심과 다른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행위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인원을 늘려 최신형 스마트폰인 이른바 ‘작전폰’을 통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포털에 올리고 비난성 댓글을 확대재생산 한 것도 바로 이른 여론조작기법이다. 국방부는 “정치적 댓글은 달았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는 해괴망측한 해명을 내놓기도 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법으로 엄정중립을 강제한 국가기관을 동원하거나 해체수순을 밝고 있는 전경련과 보수단체의 한 축이 된 청와대의 범죄행위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악마의 행위다. 철학자 타키투스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가장 흉악한 야망이다. 부정하게 얻은 권력에서 선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둘째, 국민을 인위적으로 분열시킨다.
관제데모는 철저하게 국민을 분열시킨다. 이념과 지역, 세대차이를 악용하여 국민을 분열시켜나가는 정치적 술수다. 국민 전체를 상대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할 청와대가 ‘블랙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대상그룹과 지원배제대상 그룹을 이원화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김기춘과 조윤선은 그렇게나 ‘블랙리스트’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가 뒤늦게 ‘관여는 안하고 보기만 했다’는 식으로 실토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 피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이 단식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한편에서 폭식데모를 벌이는 망나니짓을 하는 것도 여론분열 책동이다. 여기에 멀쩡한 방송사, 신문사가 동원돼 청와대가 마사지한 뉴스를 여과없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뭘 모르는 국민은 부화뇌동하게 된다. 오늘 한국사회의 분열상은 ‘역사의 죄인’ 이명박, 박근혜가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물이다.
셋째, 사회 정의를 부정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이다. 오늘날 지구상 선진국 행세를 하는 나라들은 그래도 법과 정의가 현실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치고 한국처럼 권력과 돈으로 대학교를 부정으로 입학하고 특혜학사관리를 해주는 곳은 없다.
이런 명백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바로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책무가 주어진 대통령과 정부라는 사실 앞에서도 관제데모는 무조건적인 ‘우리 대통령님’을 소리치도록 만든다.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모두 좌파, 빨갱이가 되는 해괴한 나라로 만든 것은 청와대와 전경련 협잡꾼들이 보수단체에 검은 돈을 준 결과일 뿐이다.
“왕은 정의로 나라를 견고케하나 뇌물을 억지로 내게하는 자는 나라를 멸망시킨다.”(By justice a king gives a country stability, but one who is greedy for bribes turns it down. 잠언 29장 4절)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