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회의 유령들

권두언-'사람과 언론' 제8호(2020 봄호)

2022-01-08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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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사회에 진입하면서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빠름의 속성을 이용한 가짜 뉴스가 초연결 사회에 창궐할 줄이야.

초연결(hyper connected)이라는 말은 2008년 미국의 IT 컨설팅 회사 가트너(The Gartner Group)가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초연결 사회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와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의미한다. 이미 우리는 이런 초연결 사회로 진입해 있다.

2년 전인 2018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사상 최초로 지구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홀린 자오 사무총장은 2018년 12월 7일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51.2%인 약 39억 명이 월드 와이드 웹(WWW)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인구수의 절반을 상회 한다는 것은 정보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라고 발표했다.

2015년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가 30억 명을 돌파한데 이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70억 명을 넘어 섰다. IP(Internet Protocol) 주소만도 40억 개가 넘은지 오래다.

초연결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로써, 모든 사물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사람과 연결되는 사회이다. 초연결 사회는 사물 인터넷을 기반으로 구현되며,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증강 현실(AR)같은 서비스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초연결 사회다.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단연 최고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8년 6월 24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가 37개국 4만448명을 조사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스마트폰을 보유한 성인 비율이 94%로 가장 높았다. 2위는 83%를 기록한 이스라엘이었고 호주(82%) 네덜란드·스웨덴·레바논(각각 80%) 스페인(79%) 미국(77%) 요르단(76%) 독일·영국·칠레(각각 72%) 캐나다(71%) 등의 순이었다. 인도네시아·튀니지(각각 27%) 인도(22%) 탄자니아(13%)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주기적으로 인터넷을 쓰는 성인의 비율을 뜻하는 인터넷 침투율에서도 한국은 96%로 세계 최고였다. 네덜란드와 호주가 각각 93%를 기록했고 스웨덴(92%) 캐나다(91%) 미국(89%) 영국·이스라엘(각각 88%) 프랑스·독일·스페인(각각 87%) 등이 뒤를 이었다. 퓨리서치는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로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초연결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는데,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급속히 진행되는 초연결 사회가 분명히 우리에게 던져줄 긍정적 측면이 많지만,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저작권 같은 민감한 사항들은 보완이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이러한 틈새를 누비고 활개 치는 형국이다.

한때 SNS의 개방성, 확장성, 대중성, 소통성에 신기해하고 함몰되었던 사용자들도 이로 인해 혼자 있고 싶어 하고, 잊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이러한 부작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초연결 사회에 진입할수록 인간은 어쩌면 열린 네트워크상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SNS에서의 가식적, 피상적으로 의미 없이 남겨야 하는 메시지, 가짜 정보 등에 피로해진 것이다. 이른바 초연결 사회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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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 오가는 덕담들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장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초연결 사회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해괴한 전염병이 신년 설계와 포부의 훼방꾼이 되었다. 순식간에 확산된 것은 신종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번진 불안과 공포감이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가짜 뉴스를 타고 더욱 급속히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신종 바이러스와 가짜 뉴스가 무섭게 창궐하는 상황은 도처가 위협적인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모순성, 비합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해유발과 환경오염을 가속시킨 결과로 초래한 기후변화, 무분별한 항생·항균제 및 화학물질 사용으로 초래한 생태계 교란이 결국 주범인 인간들에게 변종 바이러스로 위협하는 것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할 것은 아닐까?

그동안 무분별하게 훼손하며 방치했던 것으로 봐선 앞으로 더 큰 재앙이 초연결 인류사회를 위협할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동안 ‘기후 변화와 생태계 교란을 계속 방치할 것인가?’란 물음이 제기될 때마다 허투루 들어 온 대가를 새해 벽두부터 우리는 톡톡히 치렀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변종 바이러스가 초연결 사회를 위협하고 있음은 자업자득이자 인과응보로 볼 수 있다. 거기에다 공포의 강도를 배가시킨 가짜 뉴스까지 덤으로.

매스미디어로 제한된 정보를 소통하던 환경이 누구나 손안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무한 소비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인지적 취약점을 노린 가짜 뉴스는 새 기술 환경에서 더욱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대일 또는 일대 다수, 다수 대 다수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가짜 뉴스를 우리는 더욱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형적인 가짜 뉴스 퇴치를 위해 필요한 백신은 변종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 이상으로 그 필요성이 증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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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호는 초연결 사회에서 활개치고 있는 가짜 뉴스 퇴치방법을 비롯하여 네티즌과 민중, 중국의 일국양제와 홍콩의 미래, 늘 현재 진행형인 친일 청산 등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특히 올해로 해방 75주년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친일에 관련된 논쟁은 뜨겁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해방 직후 가장 먼저 처리 되었어야 할 친일파 청산 문제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활동이 있었지만 혼란스러운 당시 정세 속에서 반민특위의 활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후 한국 사회에서 친일 청산 문제는 중요하게 논의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폐의 똬리를 틀고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 특히 올해는 일제 강점기에 창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따라서 이번 봄호는 ‘멀고도 먼 친일 청산, 왜?’라는 특별 기획을 통해 아직도 친일 친독재가 어개 펴고 사는 이 나라의 분노와 증오, 거짓과 배신의 소통구조의 원인과 문제점, 대안을 짚어 보았다.

지난 해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란 백서를 펴낸 김영만 선생은 민족 이익보다 미국, 일본 국익에 부역하는 반평화, 반통일주의자들 여전히 기승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특히 친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며 역사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는 단 한 번도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을 제대로 처단하고 치욕의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지 못했다”면서 “바로 이들이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와 사회제도를 왜곡하면서 국가와 각종 사회조직을 운영하고 통치해온 결과, 지금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수많은 모순과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또 “친일은 ‘친일인명사전’에만 있는 과거사가 아니라 해방되고 75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며 그것도 당당하게 어깨 펴고 큰소리치며 대한민국을 활보하고 있다”며 “이들을 감싸 안고 함께하는 정치판의 토착왜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다가오는 4.15총선을 통해 토착왜구들을 국민들의 손으로 국회에서 퇴출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우리민족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일’을 주제로 한 학술논문 네 편을 큐레이션으로 다루었다. 이지윤 박사의‘친일 청산의 딜레마 : 동원된 협력자 학병을 중심으로’,박수빈 박사의 ‘ 일제말기 친일문학의 내적논리와 회고의 전략–이광수, 김동인, 채만식을 중심으로’, 송선애 선생의 ‘해방 후 친일경찰관료 노덕술의 등용 및 활동’, 서동희 선생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청산에 관한 연구’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했다. 찬찬히 읽어 볼만한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다.

장호순 교수는 이번호에서 가짜뉴스를 퇴치할 방법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디지털 시대는 전염병 바이러스처럼 가짜 뉴스가 생성-전파되기 쉬운 서식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짜 뉴스를 구별해 낼 것인가?

장 교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그 뉴스를 만든 언론사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둘째, 뉴스의 제작과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셋째, 사실과 주장이 구분되어 있는지 보아야 한다.

그는 또“가짜 뉴스의 범람은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ㅂ조면서 “인류가 가짜 뉴스의 공포와 폐해로부터 벗어나는 시점은 각 개인이 면역력, 즉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라고 진단했다. 전염병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개발만큼이나 가짜뉴스를 퇴치할 백신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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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교수는 네티즌과 민중 사이에 언론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언론활동을 펼 수 있는 시대에 네티즌과 민중 사이의 언론은 ‘기성 언론’에 그치지 않는다”며 민중언론학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민중언론학은 ‘민중의 언론학’으로 자본의 이익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치권력을 대변하는 언론과 학문을 비판하는 동시에, ‘민중언론의 학문’으로 민중의 언론활동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민중은 주권자로 거듭난다. “2020년대를 맞아 다시 ‘민중언론’을 화두로 삼으며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까닭”이라고 그는 덧붙여 강조했다.

한편 강준만 교수는‘왜 증오는 공허한 삶에 큰 힘이 될 수 있을까?’란 화두를 던지며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오의 현상을 촘촘하게 규명하며 해결과제를 명료하게 제시해주었다.

구성희 선생은 이번호에서도 ‘중국의 일국양제와 홍콩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쏟아냈다. 결론을 잠깐 빌리자면 “홍콩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중국 중앙 정부와 홍콩 행정 당국, 홍콩 시민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 선생은 이어서 “그 결과로 홍콩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홍콩 사회가 하루 속히 안정을 되찾고,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상태에 있는 홍콩의 자유와 번영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조망했다.

이 외에 이번호에도 김창룡 교수의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 전략’, 양병호 교수의 ‘시평’, 조성욱 교수의 ‘지명 이야기’, 신정일 선생의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 최진성 선생의 ‘종교와 지리’, 김현 선생의 ‘서평’, 김명주 선생의 ‘영화 속으로’, 이강록 고문의 ‘인물탐구’ 등이 연재로 이어진다.

박대길 선생의 동학 재조명과 중국 유학생들의 한국생활 분투기, 언론고시생의 방송사 인턴 체험기 등도 볼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언어란 결국 그 사람의 전체를 알려준다.”

‘정의롭게 말하기(Political Correctness)’란 책에서 내내 강조한 말이다. 차별과 편견과 증오가 실린 말 대신 다정하며 공정한 말, 따뜻하고 정의로운 말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정의 사회, 공정 사회가 실현되지 않을까? <사람과 언론> 제8호(2020년 봄호).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