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문·학술계간지 '사람과 언론' 제9호(2020년 여름호) 발행
특별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과 사회, 어떻게? /책속으로/ 목차
시사· 인문·학술 계간지 <사람과 언론>이 6월 1일 창간 2주년을 맞아 제9호(2020 여름호)를 발행했다.
‘사람 사는 따뜻한 사회, 진실과 정의가 통용되는 숙의의 공론장’을 추구하는 <사람과 언론> 이번 여름호는 4차 산업혁명시대, 초연결·초인류 사회를 자랑해 왔던 지구촌 국가들이 미세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격리·재택·비대면 속으로 고립된 채 살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고민과 혜안들을 담아 보았다.
먼저 ‘광야의 민중 목사’로 잘 알려진 김병균 목사로부터 코로나 이후의 삶과 사회의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40년을 농촌목회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은퇴한 김 목사는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김 목사는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 영역을 침범하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온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의 근본적인 처방은 기후위기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 준 순기능 중에 신천지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것을 그나마 고맙고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 목사는 이 물음에 대해 사상에서, 철학에서, 종교에서 답을 찾아야 하며 우리 사회의 비주류에서도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주류에서 밀려나 잊혔던 늙은 스승이 있는 골방을 이제라도 찾아야 하며, 짧고 부분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복잡한 전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속에서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 외에 20년 넘게 부부가 함께 거리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풍찬노숙 투쟁을 해 온 김영곤ㆍ김동애 선생 부부를 찾아 나섰다. 김영곤 선생은 대학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헌신해 온 주역이자 ‘1:9:90 사회의 일과 행복-해고 강사의 0학점 강의’란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 임계점에 이른 기후와 생물다양성 파괴에 대한 자연의 역습”
부인 김동애 박사와 함께 1999년부터 20년 넘게 대학과 교육당국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온 김 선생 부부는 지난해 충남 당진 고향집으로 이사해 농촌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상아탑의 개혁과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소원과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김 선생은 “코로나19 사태는 임계점에 이른 인간의 기후와 생물다양성 파괴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라며 “인류가 기후와 생물다양성을 파괴한 결과이며 앞으로 이와 같은 전염병이 계속 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것을 막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문제 전문가답게 “실업자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고용보험을 전체 취업자에게 적용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피해가 큰 가난한 나라를 위해 세계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희한한 선거법이 정치를 망친다”
또한 <사람과 언론>은 창간 2주년을 맞아 ‘선거와 정치’란 특집을 마련하고 21대 총선이 남긴 문제점과 과제 등을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에게 들어보았다.
김 이사는 ‘온건 다당제의 길은 가능한가?’란 특별 기고에서 21대 총선이 제기한 질문과 과제들을 풀어주었다.
그는 “과연 한국에서 온건 다당제의 길은 가능할까?”란 물음을 던지며 “낙관적인 대답을 하기 어렵지만,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에 비판적이며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하는 시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며 “그러나 이를 실현할 신뢰할만한 제3의 정치세력의 가능성은 점점 좁아진다. 이런 역설적 현실이 오늘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웅변한다고 생각한다”고 설파했다.
이와 더불어 박주현 박사는 비평 ‘희한한 선거법이 정치를 망친다’는 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른 첫 총선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었다.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지역언론 파수꾼들의 특별한 삶
<사람과 언론> 이번호에서는 특별한 두 사람을 초청했다. 옥천에 울려 퍼진 제2 안티조선운동의 주역인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와 36년째 인천지역에서 지역언론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는 디지털과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에도 변함없는 끈기와 오기로 지역과 언론을 사수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오 대표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달기 운동을 주창해 한창 진행 중이다. 옥천전투의 주역인 오 대표가 제안한 제2의 안티조선 시민운동으로 진화한 일장기 조선일보 리본달리 운동은 조선일보가 올해로 창간 100주년 맞는 해여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해 36년째 인천지역에서 언론활동을 수행하며 올 해의 봉사대상, 북녘 큰물피해 돕기, 네팔 지진피해 돕기, 아프리카 도서관 건립 기금 모으기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는 ‘언론·뉴스 독립군’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역에서 금기시 돼왔던 언론문제를 수면으로 드러나게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언론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는 언론으로 알려진 장본인이다. “같은 지역의 언론인이지만 지역언론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보도는 진행형”이라며 지역언론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는 ‘언론 독립군’이다.
강준만 교수, ‘왜 우리는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보고서 그것을 욕망할까?
한편 강준만 교수는 ‘왜 우리는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보고서 그것을 욕망할까?’란 주제의 '명언 에세이'에서 인간의 본질인 욕망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명쾌하게 정의를 다시 내리며 본질을 파헤쳐주었다.
또한 김창룡 교수는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전략을 사자성어로 잘 풀이해주었다.
조성욱 교수와 신정일 선생, 최진성 박사는 이번호에서도 지리와 역사, 종교와의 관계를 명쾌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이 외에 공론장에서는 대학생들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생각과 언론사 체험담을 소개했으며 이번호 인물탐구는 효봉 여태명 선생을 클로즈업하였다.
또한 이슈분석에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과 퇴출 요구를 받고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아울러 논문 큐레이션에서는 ‘신종 감염병’ 주제 논문들을 통해 과거의 감염병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으며, 포토 에세이는 진주 남강 촉석루에 서려 있는 논개의 정신을 찾아 조명했으며 ‘김명주의 영화 속으로’에선 두 편의 영화가 맛깔나게 소개되었다.
이 외에도 동학 재조명과 진로진학에 관한 전문가 조언, 날카로운 시평도 찬찬히 읽으며 사실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되새길만하다.
책 속으로!
<사람과 언론> 제9호(2020 여름호)]
'궁핍이 적어지고 탐욕이 소용없는,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이 될 것이라던 21세기에 인류는 뜻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닥뜨려 휘청거렸다. 4차 산업혁명시대, 초연결·초인류 사회를 자랑해 왔던 지구촌 국가들은 미세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격리·재택·비대면 속으로 고립된 채 살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황당한 상황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보건연구팀에 의하면, 오늘날 신종 바이러스는 연간 200종이 넘게 출현하고, 그 대부분은 잠재적으로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들이 인류문명에 도전해 올 것이란 끔찍한 전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구촌 전체가 ‘환란’의 비상상황에 동시에 내몰렸다. 수 만 명이 죽어가는 데도 백신은 물론 치료제도 없는 탓에 오직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그나마 유용한 대응책일 수밖에 없다니,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말은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서력기원전(西曆紀元前)을 뜻하는 비시(BC, Before Christ)와 서력기원후(西曆紀元後)의 에이디(AD, Anno Domini)를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로 구분할 정도다. 일부에선 코로나 대신 질병(Disease)을 붙여 코로나 이후를 아예 에이디(AD, After Disease)로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가 그만큼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야기했다는 증거다.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역사에서 전혀 낯선 종류의 경험이 아니지만 허둥대는 이유는 그동안 무절제한 탐욕의 만연과 그로인해 약화된 정신적·육체적 면역력이 아닐까하는 반성과 성찰을 하게한다.
-권두언 중에서
사상에서 철학에서 종교에서도 답을 찾아야 한다. 비주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주류에서 밀려나 잊혔던 늙은 스승이 있는 골방을 이제라도 찾아야 한다. 짧고 부분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복잡한 전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취약계층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집세 걱정에 한 숨 쉬는 영세소상인’, ‘장기시설 수용자’, ‘잊혀진 노동자’ 들 속에서 인류 생존의 답을 찾아야 한다. 약자들의 입에서 우리도 이만하면 살만하게 되었다고 웃으며 답하는 세상이 오기까지 서로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적인 관심과 배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 등 행정 책임자들에게 배전의 헌신을 부탁드린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이름 없이 땀 흘리고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성실성과 헌신성에 다시 한 번 사랑과 감사를 드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중에서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28년 만의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다행이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제도적 다당구도와 합의제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하고 법 개정 전보다 훨씬 강화된 양당구도가 출현한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상대보다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위성정당 창당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결과였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위성정당을 허용한 선거법은 아무리 복기를 해봐도 분명 정상적인 궤도를 달려온 것이 아니다. 어디선가부터 궤를 이탈한 것이 분명하다. 2019년 8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 의석을 왕창 가져오는 편법도 가능하다”고 경고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이 참여한 ‘4+1’ 협의체는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인 2020년 벽두부터 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고, 민주당은 통합당의 의석 싹쓸이를 막는다며 뒤따라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희한한 선거법이 정치를 망친다’ 중에서
비교에 의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부추기는 광고를 볼 때엔 혀를 끌끌 차게 되지만,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괜히 그러겠습니까? 아무 불평 불만 없이 잘 살다가도 잘 나가는 친구의 전화 한통 받고 자신을 돌아보며 우울해지곤 하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서로 근황을 주고받다보면, 반드시 비교할 만한 무엇이 나타나기 마련이지요. 비교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 비교의 대상이 오직 물질 위주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돈 없이도 할 수 없는 일을 남과 비교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는 없는 걸까요? 욕망의 정의를 다시 내려 탈물질주의적 욕망을 갖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강준만의 명언 에세이’ 중에서
바야흐로 백세 시대, 배움도 마땅히 노년까지 이어져야 한다. 유발 하라리 교수도 “이제 모든 성인은 90세까지 평생학습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UN이 정한 새로운 연령 기준도 65세까지가 청년이고 66세부터 79세까지가 중년이니 적어도 여든 살 전까지는 왕성하게 배울 일이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저마다 취향과 목표가 있을 테니 각자의 소관이고.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이 말, 요즘 식으로 패러디한다면 ‘너 자신이 모르는 것이 날로 늘어난다는 것을 알라’라고나 할까. 세상은 그만큼 초고속으로 기술과 지식이 발전한다. 그러니 우물쭈물 하다가는 벽창호나 맹문이가 되기 딱이다.
-‘이강록의 세평’ 중에서
“일제 강점기에 창간한 조선일보도 일제치하에서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장악하기 시작한 1933년은 일제 강점기 24년째 되는 해다. 많은 이들이 조선독립을 포기하고 변절한 그런 시기다. 당시 방응모는 시대 흐름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지만 해방 후에도 식민과 아부근성은 지속되었다. 해방 후에도 착한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문화가 있었다. 항일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게 한 예다. 방응모 후손들은 그 문화를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해방 후 70년 이상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며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나쁜 짓을 하면서 괴로웠을 거라고 본다. 측인지심도 들지만 국민과 국가에 지은 배신과 거짓의 실상을 보면 그것도 잠시뿐이다.”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특별한 사람/특별한 만남’ 중에서
<사람과 언론> 9호(여름)의 주요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