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킬 땐 직원처럼, 해고할 땐 프리랜서...수많은 방송작가들이 우려했던 사건이 KBS전주에서"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이 9일 오전 11시 30분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렸다.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작가전북친구들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의 사회로 각계 참여 단체 관계자들의 발언과 기자회견 낭독 순으로 이뤄졌다.
이날 발언으로는 김유경 공인노무사(KBS전주 방송작가 법률대리인),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박두영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본부장, 박은진 전북 여성노동자회 활동가, KBS전주총국 부당해고 당사자 등이 차례로 나서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와 함께 당위성 주장이 이어졌다.
"명확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한 채 계약 종료 통보"
이날 참석자들은 "KBS전주에서 7년 동안 일해온 방송작가가 하루 아침에 해고됐으며, 명확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한 채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면서 "그동안 수많은 방송작가들이 우려했던 사건이 끝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작가는 2015년부터 KBS전주 내 라디오, TV, 뉴미디어를 오가며 기자 PD의 업무 지시 아래 정해진 업무를 수행해온 작가로, 행정 업무 외에 비품 구매, 녹화 테이프 관리 등 정규직 스태프들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이자 원고 집필 활동과 전혀 관계없는 업무까지 상시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출연자 관리, 진행자 셔츠 세탁, 제작진 회의 일정 조율, 큐시트 전달 등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자잘한 실무를 혼자 담당했다"고 주장한 이들은 "인력 및 제작비 부족 탓에 한 명의 작가가 팀 내 잡다한 일들을 모두 맡게 되는 지역 방송사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송사에서 일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준 대목이다.
"KBS전주, 프리랜서라고 주장하며 7년의 세월을 한 순간에 부정"
이들은 또 "이러한 업무 모두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라며 "구체적인 업무가 계약서 안에 적시돼있지 않으니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모든 일이 작가 일이 되는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도 A작가는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은 "프리랜서라는 허울로 아무런 추가 수당이나 임금 인상도 없이 일해왔다"며 "이렇게 직원처럼 일한 A작가를 KBS전주에서는 프리랜서라고 주장하며 7년의 세월을 한 순간에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C 보도국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 각하 판정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 취소 판정을 받은 바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사건에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프리랜서라는 허울 대신 방송작가의 노동 실질을 제대로 따져 전향적이고 상식적인 판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착취로 굴러가는 지역 방송, 차별 없는 현장 위해 굳건히 연대할 것"
나아가 참석자들은 "A작가와 법적 다툼을 멈추고 방송작가의 일을 노동으로 인정하라"며 KBS전주총국에 촉구했다. 이어 "상시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 아래 일한 작가는 노동자로 근로계약을 맺고,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답게 명확하게 업무 범위를 정해 제대로 된 위탁계약을 실시할 것"도 요구했다.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고 방송 권력에 함께 맞서기 위해 전북지역 12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이라는 이름의 연대체로 모인 이들은 이날 방송 비정규직 착취로 굴러가는 지역 방송 제작 현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차별 없는 현장을 위해 굳건히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든든한 '방송작가 전북친구들'과 함께 A작가의 원직복직과 방송 비정규직들이 노동법의 보호 아래 일할 수 있는 그날까지 힘차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1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KBS가 노동을 이야기하면서 직원처럼 일한 방송작가에게 프리랜서 운운하는 기만을 멈추고, 방송작가를 비롯한 방송 비정규직 착취를 멈출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하라”
또 방송작가 전북친구들은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도 벌였다.
지난 11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KBS전주총국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KBS전주를 규탄하고 전북 지노위의 상식적인 판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해 많은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릴레이 피켓 시위에는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작가전북친구들 외에도 민주노총 전북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전북 여성노동자회,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의당 전북도당, 차별없는노동사회네트워크,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단체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문
KBS전주에서 7년 동안 일해온 방송작가가 하루 아침에 해고됐다.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이 어렵다며, 명확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한 채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것이다. 서면계약서 없이 구두로 일을 시작하는 시대착오적 방송계 관행으로 A작가는 7년 동안 1년짜리 위탁계약서 한 차례 작성했을 뿐이었고, 이는 상시 지속적으로 성실히 일해 온 작가를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허울뿐인 계약서가 작가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해고의 명분만 만든, 그동안 수많은 방송작가들이 우려했던 사건이 끝내 벌어졌다.
2015년부터 KBS전주 내 라디오, TV, 뉴미디어를 오가며 기자 피디의 업무 지시 아래 정해진 업무를 수행해온 작가였다. 특정 패널을 섭외할 것과 특정 내용을 원고에 반영할 것 등을 상세히 지시받았고, 원고 작성 과정에서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수정 지시가 반복되었다.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지도 당연히 기자의 결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원고가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물일 리 없다.
여기에 행정 업무, 비품 구매, 녹화 테이프 관리 등 정규직 스태프들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이자 원고 집필 활동과 전혀 관계없는 업무까지 상시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심지어 출연자 관리, 진행자 셔츠 세탁, 제작진 회의 일정 조율, 큐시트 전달 등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자잘한 실무를 혼자 담당했다. 이는 인력 및 제작비 부족 탓에 한 명의 작가가 팀 내 잡다한 일들을 모두 맡게 되는 지역 방송사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업무 모두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구체적인 업무가 계약서 안에 적시돼있지 않으니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모든 일이 작가 일이 되는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도 A작가는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 프리랜서라는 허울로 아무런 추가 수당이나 임금 인상도 없이 일해왔다. 이렇게 직원처럼 일한 A작가를 KBS전주에서는 프리랜서라고 주장하며 7년의 세월을 한 순간에 부정했다.
뉴스 리포트로, 방송 프로그램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비판하면서 프리랜서라는 허울로 방송작가를 부품처럼 사용하는 KBS전주는 노동을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가! 국민의 방송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울 자격이 있는가! 공영방송, 수신료의 가치를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 더 이상 관행이라는 부조리 뒤에 숨지 말라! 상근하는 프리랜서,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의 MBC 보도국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 판정 이후 다수의 방송작가들이 현장에서 근로자성을 다투고 있다. 또한 현재 KBS 서울 본사를 포함한 지상파 3사에서는 총 430여 명의 시사·보도분야 프리랜서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진행중이며, 곧 시정조치까지 내려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방송작가가 KBS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논리로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KBS전주와 달리, 이러한 흐름은 방송작가 근로자성이 당장 해결해야 할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MBC 보도국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 각하 판정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초심 취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프리랜서라는 허울 대신 방송작가의 노동 실질을 제대로 따져 전향적이고 상식적인 판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KBS전주총국에 촉구한다. A작가와 법적 다툼을 멈추고 방송작가의 일을 노동으로 인정하라. 상시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 아래 일한 작가는 노동자로 근로계약을 맺고,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답게 명확하게 업무 범위를 정해 제대로 된 위탁계약을 하라!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고 방송 권력에 함께 맞서기 위해 전북 지역 총 12개의 시민사회 단체가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이라는 이름의 연대체로 모였다.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은 방송 비정규직 착취로 굴러가는 지역 방송 제작 현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차별 없는 현장을 위해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든든한 <방송작가 전북친구들>과 함께 A작가의 원직복직과 방송 비정규직들이 노동법의 보호 아래 일할 수 있는 그날까지 힘차게 싸우려 한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내려지게 될 오늘,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촉구한다. 7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를 부품 취급한 공영방송 KBS전주는 각성하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방송작가의 근로 실질을 제대로 따져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단순 계약 만료가 아닌 부당해고임을 명확히 판결하라!
2021년 12월 9일.
방송작가유니온&방송작가전북친구들(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전북 여성노동자회,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전주시민회,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의당 전북도당, 차별없는노동사회네트워크,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