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백승종의 서평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반다나 시바 지음, 우석영 옮김, 책세상, 2017)
정말 좋은 책이죠. 우리 시민들이 꼭 알아야할 내용이 담긴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저자 시바는 인도의 생태사상가요, 또한 운동가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21세기 지구의 농업환경을 정확히 진단합니다. 날카롭게 문제의 핵심을 지적하고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대안을 내놓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우석영 선생의 글 솜씨도 매우 훌륭합니다. 도저히 번역한 글이라고 여길 수 없게, 매끄럽습니다. 시바가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요? 8가지로 요약해봅니다.
첫째, 지금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농생태학”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하면 “유기농업”이라는 뜻입니다.
둘째, 우리는 반드시 화학비료의 폐해를 벗어나야 하며, 그러려면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건강한 토양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입니다.
셋째,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살충제를 지양하고,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지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질서를 어기지 말아야 “지속가능한 삶”이 보장된다는 것이지요.
넷째, 온 들판을 한 가지 작물로 뒤덮는 “단일방식”을 그만두고, 생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본래의 농업으로 되돌아가자. 시바는 그렇게 호소합니다.
다섯째, 우리는 여태 “산업형 농업”이 아니면 모두 굶어죽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랍니다. 지구를 살리는 것은 “가난한 소농”이랍니다. 현실이 그러하고, 역사가 그러했답니다!
여섯째, 오늘날 지구상에는 몇몇 거대 기업이 “종자”를 독점하고 있어요. 인류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소농들이 “종자 독립”을 이뤄야한답니다. 종의 다양성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근본적인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그러므로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화”의 담론이 아닙니다. 시바는 이 점을 매우 분석적으로, 명쾌하게 밝혔어요. 인류의 장래는 “지역화”에 달린 것입니다. 맹목적 통합이 아니라, 분권적 사회를 무수히 건설할 때 우리의 희망이 꽃을 피우게 될 것입니다.
여덟째, 이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아마 계시겠지요. “기업화”된 “산업 농업”이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득한 “여성”이 농업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통 사회에서는 어디서건 “여성”들이 농업을 견인하는 힘이었습니다! 우리가 가부장제도의 환영에 들씌워, 놓치기 쉬운 역사의 진실입니다. 땅은 “여성”이 가장 잘 이해합니다.
이렇게 말을 해놓고 보면, 씨앗에서 식탁까지 아니 인간과 자연을 돌보는 가장 중한 책임을 져온 것은 우리의 어머니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아내와 딸들이었다고 말해도 좋겠군요!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