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들, 왜 노동가치 인정 못 받나?"...KBS전주 7년 방송작가 해고 파문 ‘일파만파’

진단

2021-12-02     박주현 기자

KBS 전주, 방송작가 일방 해고에 노조 반발…1인시위도 -미디어오늘

7년 일한 KBS전주에서 해고된 방송작가 1인 시위 -미디어스

방송작가 일방 부당해고 KBS 각성!…방송작가유니온 성명 -경향신문

“KBS전주는 방송 비정규직 착취 멈춰라” -매일노동뉴스

‘국민의 방송’임을 자처하는 KBS, 그 곳도 다름 아닌 KBS전주방송총국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 제목들이다. 특히 국내 미디어 비평 전문 매체들의 기사가 눈에 띈다. 

그러나 전북지역 언론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도 가타부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KBS전주, 비정규직 방송작가 해고 논란 확산 

KBS전주총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사진=방송작가유니온 제공)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7일 ‘KBS 전주, 방송작가 일방 해고에 노조 반발…1인 시위도’의 기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가 KBS전주방송총국(KBS전주)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다”며 “7년간 일하다 해고당한 방송작가 A씨의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심문일 전날인 12월 8일까지 KBS전주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사는 방송작가유니온이 낸 성명을 인용해 “A씨는 지난 6월 KBS전주에서 해고됐으나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명확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한 채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A씨는 지난 2015년 KBS전주에 입사한 이후 ‘생방송 전북은 지금’, ‘생방송 심층토론’ 등 라디오와 TV, 뉴미디어를 오가며 업무를 수행했다”는 기사는 “A씨는 해고 형식도 지키지 않은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스도 지난 30일 ‘7년 일한 KBS전주에서 해고된 방송작가 1인 시위’란 제목의 기사에서 “7년 동안 일하던 KBS전주총국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작가가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29일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시위를 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번 사건이 지역 방송사에서 공론화하는 첫 번째 방송작가 부당해고 및 근로자성 다툼”이라고 강조한 기사는 “방송작가 전북친구들과 함께 방송 비정규직의 착취로 굴러가는 지역방송 제작 현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는 방송작가유니온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와 ‘방송작가 전북친구들’은 A 작가의 원직복직과 방송 비정규직들의 노동권을 위해 오는 9일로 예정된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심문 전날까지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첫날인 지난달 29일에는 KBS전주총국 앞에서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이 직접 1인 시위를 펼쳤다. 방송작가 전북친구들 1인 시위에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방송작가유니온,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전북 여성노동자회,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의당 전북도당, 차별없는 노동사회네트워크,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등이 함께하고 있다. 

“7년 간 계속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정규직 준하는 대우해야 함에도...” 

전북CBS '컴온라디오, 김도현입니다' 2021년 11월 30일 방송(유튜브 캡쳐) 

한편 지역에서는 이와 관련 전북CBS ‘컴온라디오, 김도현입니다’가 지난 30일 ‘7년 일한 방송작가 부당해고 논란...1인 시위’ 코너에서 이 문제를 다뤄 주목을 끌었다. 이날 프로그램에선 이 외에도 ‘출입 기자단 소송...지역에 미칠 영향은?’이란 주제를 함께 짚었다. 

이날 방송에는 김유경 노무사가 출연해 방송작가들의 실태와 앞으로 전망 등을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KBS전주 방송작가의 해고 논란에 대해 "당사자가 2015년 라디오 방송작가로 입사해 7년 근무하면서 작가 업무 외에 행정업무 등 잡무를 했다는 점과 구두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김 노무사는 ”법적으로 해고를 통보할 때는 서면으로 해야 하는데 KBS전주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많은 시민단체 참여 1인 시위에도 지역언론들 침묵, 왜?

그는 또 ”7년 간 계속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정규직에 준하는 대우를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며 창작 활동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많은 지역 방송사 작가들의 사례들이 있지만 이번 사안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부당해고 항의 1인 시위와 9일 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노무사는 “지난 3월 MBC 보도국 방송작가 2명이 해고됐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로 인정돼 그 후 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작가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에 방송 진행자도 “작가의 노동자성 인정이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추후 방송사의 공식 입장이 나오는 대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전북CBS '컴온라디오, 김도현입니다' 출연 모습)

한편 이날 방송에는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사무처장이 출연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KBS전주총국 앞의 1인 시위에 대한 언론의 무도보 실태 및 배경 등에 대해 의견을 밝혀 시선을 끌었다. 

사회자가 “방송작가 전북친구들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는데 언론들이 왜 침묵하는지?” 묻자 손 처장은 “지난 8월부터 이슈가 됐는데 거의 모든 지역언론들이 무보도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방송사 내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 처장은 부산민언련에서 발표한 최근 자료를 인용하면서 “부산·경남지역 지상파 방송사 작가들 중 100%가 프리랜서라는 충격적인 조사가 나왔다”며 “노동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실태가 만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내에서도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를 직시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입 기자단, 검은 유착 의혹 해소와 언론자유 차원에서 개선을”

그러나 손 처장은 “이러한 내용을 좁은 지역에서 당사자들이 외부에 밝히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밝히면서 그 이유에 대해 “찍힐까 봐서, 또는 찍힐 경우 외부로 다시 취업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출입 기자단의 폐쇄성과 배타성 등의 문제로 법원 소송으로 이어진 서울 법조출입 기자단 사건과 관련해 손 처장은 “전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며 “김제시 코로나 사태 출입 기자단 외 브리핑 참여 제외와 2014년 전북도청 출입기자실에서 참소리 기자가 쫓겨난 사건 등에서 보았듯이 이번 법원 판결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이비 기자들의 출입 문턱을 높이는 긍정적 의미 외에 부정적 시각이 더 많다”는 손 처장은 “그동안 검은 유착 의혹이 많았기 때문에 헌법적 가치의 언론자유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