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겁주기...권력 유지 위한 언론 통제
[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11)] 소송남발(訴訟濫發) 전략
언론피해구제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고, 민·형사 소송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종종 패소가 확실시 되는데도 민·형사 소송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언론의 추가보도에 압박을 가하고 이미 보도된 내용에 대해 수사기관을 통해 수사를 받도록 하면서 최소한 네 가지 목표를 노린다. 첫째 후속보도에 재갈을 물리고, 둘째 다른 언론사가 보도에 동참하지못하게 하여 뉴스의 확산 전파를 막고, 셋째, 소송에 걸려들었다는 그 자체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도록 해서 취재보도에 자기검열을 하도록 위축효과를 노리며, 마지막으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담당기자나 언론사 간부를 수시로 부르는 방식으로 정상업무를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보도에 자기통제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주로 정치권력이나 재벌 등이 자금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언론통제를 가할 때 동원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 언론사 상대 소송 29건 중 유죄 인정은 단 1건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 기자나 PD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즐겼다. 결과에 상관없이 소송 그 자체로 보도의 위축효과를 노린 언론 통제 전략의 일환이었다. 소송당한 언론사는 대응에 전력을 쏟아야했고 후속 취재나 보도에 차질을 빚는 법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언론사 상대 소송 29건 중 유죄가 인정된 경우는 단 1건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비난 트윗을 올린 군인이 상관모욕죄로 기소돼 징역6월 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은 사례다. 주진우 시사IN 기자 등 언론인의 경우 소송에서 유죄가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언론사에 대한 소송은 줄어들지않아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심지어 공영방송사에 대한 미디어 비평조차도 소송을 하는 등 언론사 전반에 걸쳐 소송이 난무할 정도로 언론자유의 위축을 가져왔다.
박경신 공익법센터 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공적 발언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공무원의 형사고소 등 소송제기는 무죄로 판명되더라도 여론형성의 위축만 초래할 뿐 아무런 법적 이익이 없어 국민입막음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사장이면서 전 편집국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정권 차원의 언론 탄압이 확산되고 낙하산 사장을 통한 위축효과가 구조적으로 확립되면서 정당한 언론 비평을 언론중재와 명예훼손 소송으로 겁박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사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언론사 자체가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았고 언론사간 상호 비평이 늘어났다”며 “오늘날 공영방송사는 정당한 비판과 비평을 법적으로 심판하려고 한다. 약속 없이 보도국장실에 방문했다는 이유로 100만원 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며 전과자가 된 기자도 있다”고 개탄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사 소송을 일종의 언론통제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했다. 정치권력의 언론사 소송은 취재 기자들과 간부에게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여기다 재미를 본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답습하여 공영방송사조차 권력홍보나 왜곡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사를 즉각 소송하는 행태를 취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디어오늘 전·현직 기자 7명 MBC와 민·형사 소송
대법원에서 언론사간 소송은 ‘언론사는 서로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소위 무기대등의 원칙에 따라 잘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받던 MBC는 2015년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무더기 고소했다. △교황 앞에, 언론은 부끄러웠다(2014.8.20) △ MBC에선 세월호 유족이 황새보다 못하다(2014.8.23)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이슈 덮는 MBC(2014.9.27) 등 비평보도와 △‘교양국폐지’ 언론단체 “MBC구성원, 이제는 목소리내야 할 때”(2014.10.27) △‘불만제로 폐지’가 보여주는 박살난 MBC 편성권(2014.10.30) 등 보도가 사실과 다르거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디어오늘 전·현직 기자 7명이 MBC와 민·형사 소송을 벌였다. 미디어 오늘 정철운 기자는 “MBC는 2014년 12월, 매체비평지 미디어스 기자 2명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했다. MBC의 잦은 소송은 매체비평지 기자들의 자기검열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MBC는 특별히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사를 장악했고 그 왜곡된 보도를 지적하는 미디어오늘, 미디어스와 같은 매체비평 전문지에 대해서는 직접 소송하거나 혹은 MBC 같은 공영방송사가 대신 소송하도록 했다.
KBS는 2013년 ‘윤창중 보도지침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경향신문을 상대로 6000만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MBC는 2012년 ‘최필립·이진숙 정수장학회 회동’을 보도한 한겨레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을 경우 정치권력이나 공영방송사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공적 지위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정철운 기자는 ‘미디어 오늘’ 보도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공영방송사가 자사에 대한 비판·비평보도에 대해 임막음용 소송을 제기한다면 이는 언론 자유를 최전선에서 지켜내야 하는 공영방송사로서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사간 언론조정 신청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9월까지 접수된 언론사간 언론조정청구 160건 가운데 KBS의 조정청구수가 53건으로 압도적 1위였다. 비율로는 전체 조정 청구의 33%였다. ‘MB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공영방송, 자사 비판 봉쇄하기 위한 엄포용으로 소송 남발
언론은 상호비평이 있어야 건강한 언론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언론자유를 존중하고 언론자유를 실천해야 할 언론사가 소송에 가볍게 나서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하고 제지당해야 한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언론사가 언론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은 특히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며 “KBS는 언론조정 본래의 취지보다 타 언론사의 KBS 비판·봉쇄 수단으로 언론중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정 처리결과 종류별로 살펴봤을 때 KBS는 53건 가운데 스스로 ‘취하’한 경우가 22건(41.5%)에 달했다.
KBS가 자사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엄포용으로 소송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KBS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겠지만, 자기방어가 가능한 사안에 대해 굳이 언론중재위원회나 소송을 택하는 것은 언론사답지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사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관'과 연계시켜 정윤회 보도를 했던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2016년 소송을 당해 결국 강제추방당했다.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보도한 것일 뿐이었지만 박전대통령은 조선일보는 건드리지않고 산케이만 콕 찍어 소송한 것이다. 외신보도의 확산을 두려워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가보도를 막는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
같은 사안인 ‘국정농단 사건’ 일명 ‘정윤회 게이트’를 특종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 편집국장 등 역시 줄줄이 소송을 당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한 내용의 핵심은 ‘이 땅에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고발이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는 ‘정윤회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트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청와대, 일단 의혹 제기한 언론사에 대해 소송부터...소송 만능주의
그러나 이런 보도는 즉각적인 소송과 세무조사 협박으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정농단은 더 길어지고 더 심하게 병들어 대통령 스스로 탄핵당하고 구속되는 처참한 지경이 된 셈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가 있을 때마다 비선(秘線) 의혹이 제기됐지만 별 해명도 사과도 없이 잠잠해졌을 뿐이다. 언론에서 부분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정도에 그친 이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박 대통령의 소송 만능주의가 있었다.
'박근혜의 청와대'는 일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대해 소송부터 제기한다. 세계일보, 시사저널, CBS, 산케이신문, 한겨레, 시사인, 조선, 동아일보 등 박 대통령 취임 이후 1년여만에 언론사, 기자 상대 소송은 10 건이 넘었다.(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