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기존 주식 가치 0원...전북기업 이미지·신뢰도 ‘곤두박질’
진단
이스타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면서 485억원에 달하는 기존 주식 971만 주를 모두 무상 소각함에 따라 창업주인 이상직 국회의원(무소속·전주시을)의 자녀가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41.65%)와 이 의원의 형이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7.68%), 군산시청(2.06%) 등이 보유한 옛 주식은 ‘0원’으로 사실상 가치가 모두 사라졌다.
그동안 전북지역 일부 언론들이 ‘향토기업’, ‘애향심’ 등을 자극하면서 전북도를 비롯한 지자체들과 정치권이 적극 회생 지원에 나설 것을 호소했지만 더 이상 전북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스타항공 침몰 과정에서 드러난 부도덕한 기업 창업주와 경영진을 바라본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무너져 이스타항공뿐만 아니라 전북과 전북기업들에 대한 이미지·신뢰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 주식 무상 소각...이상직 일가, 군산시 지분 가치 ‘0원’
이스타항공 인수업체인 ㈜성정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획득해 최대 주주에 오른 반면, 옛 주식 전량은 무상소각됐다. 이로써 '이상직 일가'는 인수 대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상직 의원 차명 보유 의혹이 제기된 이스타홀딩스(2020년 3월 기준 지분율 39.6%)와 이 의원의 형인 이경일 씨가 대표인 특수관계사 비디인터내셔널(7.49%)를 포함해 보통주(47.14%) 지분이 모두 무상 소각됐다.
그간 이 의원 일가는 지주사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을 지배해왔으며,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 씨가 지분 66.7%, 딸 이수지 씨가 33.3%를 보유했으나 주식이 더 이상 가치가 없게 돼 지분도 제로가 된 셈이다.
㈜성정, 3자 유상증자로 지분 100% 확보...군산시 외에 소액주주들 피해
문제는 소액주주들과 군산시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구주 소각으로 이스타항공 지분을 소유한 군산시청(2.06%)과 소액 주주들의 지분도 이번 무상 소각 과정에서 함께 소각됐기 때문이다. 당초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일부 피해 보전을 해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생계획안에 회생계획안 인가일 전 주식에 대해 전부 무상 소각한다고 명시돼 애꿎은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이어졌다.
이스타항공은 상업 운항을 시작하기 위한 항공운항증명(AOC)을 조만간 신청해 이르면 내년 2월 국내선 항공편을 띄워 본격적으로 운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정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에 700억 100만원을 넣고 주식 1,,400만 200주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써 이스타항공은 기존 주주의 주식은 전량 무상 소각해 ㈜성정 지분만 남겼다. 결국 ㈜성정은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지닌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사라진 주식 971만 4,000주, 지분 가치 총 485억 7,000만원
종합하면, 이번 무상 소각을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가치 202억 3,000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은 0원이 돼 이 의원 일가는 인수 대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다.
또 이 의원의 차명 보유 의혹이 제기된 비디인터내셔널의 지분 전량도 무상 소각돼 37억 2,862만원이던 주식 가치도 사라지게 됐다. 이스타항공 지분 7.68%를 보유한 비디인터내셔널은 이 의원 형인 경일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특수관계법인으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성공적으로 매각됐다면 이 의원 일가는 당시 가치로 5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3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비디인터내셔널, 대동인베스트먼트 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인수 계약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구주 소각으로 피해를 본 게 이 의원 일가뿐만이 아니라 지분 2.06%를 소유한 군산시청의 지분도 무상 소각 과정을 통해 사라졌으며, 소액 주주들의 지분도 역시 전부 무상 소각돼 지자체와 시민들의 피해까지 발생했다.
한편 이번에 사라진 이스타항공 주식 총수는 971만 4,000주로 지분 가치는 총 485억 7,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타항공은 기재 단일화를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B737 맥스 항공기 2대를 연내 반납하기로 한데 이어 나머지 B737-800 여객기 2대와 추가로 리스한 동일 기종 1대 등 총 3대로 내년 초부터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소비자 신뢰 회복 없으면 정상화도 어려워
하지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으로 남았다. 성정이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부도덕한 항공사’라는 피해자들의 인식과 공분이 사라자지지 않고 있어서 조기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많은 소액 주주들과 채권자들은 피해 금액을 온전히 보상받지 못했다. 따라서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어 운항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되돌아선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신뢰도 회복이 가장 큰 선결 과제로 보인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