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세대·언론이 대선을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나라
김명성의 '이슈 체크'
내년 3월 대선에서 세대투표 경향이 확실해진다. 20대와 30대가 하나로 묶여 실용적으로 움직인다. 40대와 50대는 비교적 진보성향을 드러낸다.
반면, 60대 이상 노인층은 ‘태극기 부대’의 이미지와 성향을 주로 띄게 된다. '태극기 부대'는 '철지난 정치 의식에 맴도는 노인들'을 가리킨다. 조롱 섞인 표현이다. 문제는 노인층이 유권자의 3분 1에 가깝고 투표율은 늘 압도적이다.
노인층이 대한민국 미래 5년을 결정하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과거 지향의 세대가 바람직한 미래를 그려 나가는 데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살아온 세월(노인층) 보다는 살아갈 시간(청년층)이 더 중요하다. 청년층이 의사 결정권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 60세에서 100세를 넘나드는 ‘60100’ 노인세대가 이번 대선 판을 흔들지 말아야할 이유다.
‘60100’ 세대, 27.3% 차지...투표율 압도
60대 이상 노인층은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향하고 있다(작년 4월 총선 기준). 투표율은 80%에 가깝다. 젊은층 40% 대에 비해 압도적이다. 결국 선거판을 주름잡는다. 노인층의 보수 성향이나 노인층 일부의 극우 지향성은 종종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가로막아 왔다.
오랜 군부독재를 떨치고 민주화 열기가 드높았던 1987년 이후에도 변화를 거부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수립도 가까스로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젊은층의 개혁 의지를 짓누른 셈이다. 그들은 이명박 ‧ 박근혜 정부 수립에 기여했고 어렵게 등장한 개혁 성향의 문재인 정부도 내년 3월을 끝으로 끝장내려 한다.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모’라 칭하고 미국 국기와 종종 이스라엘 국기까지 흔드는 극히 일부 노인들이 많다. 60대 이상의 노인층 중에는 길거리에 나서지 않았을 뿐, 정치적 성향은 태극기 부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행동은 같이 하지 않지만 보수적 성향은 뚜렷하다. 이는 역대 노인세대의 투표 성향과 투표율에서 확인된다.
전쟁-냉전의 상처를 안고 사는 노인 세대들
노인층은 한국 전쟁을 전후해 가난과 아픔을 겪은 세대다. 전쟁의 여파로 반공 이데올로기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아울러 경제성장을 중시한 1970년~1980년대를 열정적으로 살아온 세대다. 그들은 보수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역동성, 그 다이내믹 코리아를 만들어온 세대인 만큼 할 말도 많은 세대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전쟁-냉전의 상처가 그들의 생각을 짓누르고 있다. 트라우마(trauma)를 안고 산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外傷)이다. 분노, 슬픔, 수치, 불안, 우울,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노인세대는 이러한 감정에 휩싸인 채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권위주의를 지켜봤다. 너무 긴 세월을 견디느라 권위주의에 익숙해졌다. 갑작스런 민주화가 낯설기도 했다. 박정희의 죽음과 박근혜의 탄핵이 불편했다. 밖으로 나가거나(태극기 부대) 길거리로 안 나가면 투표장에서 나의 불편한 감정을 배출했다.
노인층 생각 사로잡은 퇴행적 ‘조·중·동 의제’
그들을 잘 대변한 미디어(언론)가 기세를 보인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조·중·동)이다. 그들의 고민과 분노를 배설할 탈출구다. 한 쪽은 트라우마 해소 때문에, 다른 한 쪽은 상업적 이익으로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조·중·동이 세계 언론사상 기록적인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이유다. 조·중·동은 노인세대를 길들였고 지금은 노인세대만 보는 미디어로 남았다.
종합편성 채널까지 소유한 조·중·동은 종이신문과 영상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간다. 값싼 시사프로그램으로 선정성을 더하고 노인 취향을 저격한 트롯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신문시장 대부분을 거머쥔 조·중·동은 나머지 미디어들이 의심 없이 따라오도록 의제생산과 확산을 이끌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은 그들이 만든 의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장치다. 노인층은 어느새 조·중·동에 매료되고 변함없는 독자층이 된다. 또한 종편의 시청자로 편입되며 보수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유튜브 방송, 노인층 사고의 정치 편향 가속화 기여
유튜브가 노인들을 사로 잡는다. 유튜브 이용자는 1인당 평균 시청시간을 기준으로 10대와 20대가 앞선다. 그러나 50대 이상이 30대와 40대를 넘어선다(와이즈앱. 2020년 4월 기준). 코로나19 여파는 유튜브 시청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시청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고령화로 노인세대의 유튜브 이용이 가장 앞설 수도 있다.
문제는 유튜브의 소비가 정치적 편향성을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좋아요’ 선택을 통한 채널 내용, 얼마나 봤는지를 따지는 시청 길이가 기본이다. 정보검색 훈련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인세대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유튜브에 눈길을 주게 되고 점차 확증편향에 빠져든다. 결국 우리 사회의 이념적인 양극화를 다지는 토대가 된다. 가짜뉴스는 노인층 유혹을 더 부추긴다.
역설적으로 보수정권에서는 정권에 비판적인 진보적인 유튜브가, 진보정권에서는 보수적인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게 된다. 반면 보수성향의 노인층에겐 보수의 확증편향만이 강화된다. 고령층의 유튜브 이동 현상은 우리사회를 빠르게 보수 ‧ 극우화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미래 청년부’ 신설하고 자치단체도 제도화해야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 사회는 전 분야에서 미래를 어떻게 대응할지 낯설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급격히 보수‧극우화하는 흐름은 특별히 경계할 일이다. 이는 다가올 미래를 과거지향의 노인층이 결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설계가 노인층의 의사 결정권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집권자와 정책 집행권자가 대부분 노인세대에 속한다. 여기에 5년 단위로 치러지는 대선마저 노인층이 결정한다면 이 나라의 강점인 역동성(다이내믹 코리아)을 꺾는 일이다. 가정으로 치자면, 부모만이 의사 결정권을 갖는 구조와 같다. 자녀의 생각도 얹을 때 그만큼 리스크는 줄어든다. 파탄 난 가정들을 보라.
세대 간 소통은 갈수록 힘들어지기 때문에 제도화되어야 한다. 정부 조직에 미래 세대인 청년층의 의사를 관철할 가칭 ‘미래 청년부’의 신설이 시급하다.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청년 의사가 의무적으로 반영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세대는 미래를 짜는 이번 대선 판에서 청년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김명성 객원논설위원(전 KBS전주총국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