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농협, 직원 횡령사고 손실금 갹출 파장 '일파만파'
진단
“조합장 지시에 겨자먹기식 갹출… 갑질 끝판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주농협 분회 노동자들이 지난달부터 전주농협의 농약 대금 담당 직원 횡령에 따른 손실금의 강제모금 중단에 이어 전주농협을 엄중하게 감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시선을 끌었다.
전주농협이 8억원대 농약 대금 횡령 사건으로 발생한 손실을 애꿎은 임직원들에 떠넘기면서 커졌다. 농협 측은 내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모금활동이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조합장이 직원 횡령 사건으로 악화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갹출을 강제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주농협 직원 횡령 사고 파장 거듭, 왜?
이에 지난달 2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주농협 분회 노동자들은 농협중앙회 전북본부 앞에서 농약 대금 담당 직원 횡령에 따른 손실금의 강제모금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문제점을 고발해 파장이 일었다.
그런데 전주농협 변상금 모금 사건이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감사 과정 중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또 말썽을 빚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주농협분회는 5일 다시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주농협을 엄중하게 감사해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최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의 감사 과정에서 진행된 설문조사가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이는 직장갑질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북의 지역농협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해 왔던 전주농협이 농약 대금 사건으로 얼룩져 파행을 빚게 된 배경과 실태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 온 구조적 비리들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다.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농약보다 많은 물량 구입한 것처럼 꾸며 수억원 횡령
전주농협에서 내부 직원이 농약 대금 등 8억원가량을 횡령해 발생한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해 임직원들로부터 갹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이 문제가 일부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주MBC는 8월 13일 ‘직원이 횡령하고 책임은 애먼 사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두 달 전 전주농협에서는 농약 구매 담당 직원이 농약 대금을 빼돌려 횡령한 사건이 있었는데 금액만 8억원대에 이른다”며 “농약을 납품하는 업체에게 '송금이 잘못됐으니 차액을 돌려달라'며 개인 계좌로 입금받는 수법으로, 죄를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농협이 돈을 돌려준 농약 업체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일부를 변상하라'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기사에서 “전주농협의 농약 구매 담당 직원은 농약을 납품한 8개 회사에 농약 대금을 송금하면서 업체마다 서너 번에 걸쳐 수천만원씩, 1억원이 넘는 돈이 추가로 입금됐다”면서 “그때마다 이 직원은 '다른 회사로 입금돼야 할 돈이 실수로 송금됐다'며 다시 계좌번호를 안내하며 재송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실제 돈을 받아야 할 다른 업체의 계좌라는 말을 믿고 송금을 했다”고 덧붙인 기사는 “하지만 농협은 '업체에도 책임 있다'며 입금 금액의 최대 50%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농협 농약 구매 담당 직원 A(40)씨의 자금 횡령 사건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A씨는 2월부터 6월까지 농약업체로부터 실제 공급받는 농약보다 많은 물량을 구입한 것처럼 구매건의서를 허위로 작성해 매입처리한 뒤 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은 사실이 한 농약회사 제보로 드러났다.
언론 보도되자 부랴부랴 갹출 등 조치 나선 조합장, 그런데...
쉬쉬하던 것이 외부로 밝혀지자 농협은 긴급 지점장 회의를 열어 임직원 280여명의 직급별로 구체적인 할당 금액을 정해 최소 50만원부터 많게는 2,000만원까지 별도 개설한 전주농협 계좌로 송금하도록 했다.
농약 대금을 관리·감독하는 직계 라인 3명에 대해서는 징계변상금 외 추가로 2,000만원을, 이사·감사는 500만원을 부담하게 했다.
따라서 조합장은 1,000만원, 지점장급은 300만원, 3∼6급과 기능직은 50만∼250만원을 할당하기로 한데 이어 농약을 납품하고 받은 대금을 빼돌려 전주농협 한 직원에게 별도로 송금한 업체에 대해서도 손실금 2억원을 내도록 했다.
농협은 A씨가 전주시농업기술센터 지원 보조금과 농협중앙회 보조·장려금 등 3억가량을 추가로 빼돌린 사실도 확인했지만 A씨는 고발돼 현재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이며, 농협 측이 변상토록 조치한 3억원을 변제하지 못하고 상황에서 농협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율적 모금을 빙자할 뿐 사실상 인사권을 가진 조합장 지시에 의한 강제적인 갹출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인사권자 조합장 지시... 안 낼 수도 없는 처지” 하소연
직원들 사이에선 “강압적인 지시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고 금액을 대신 물어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인사권자인 조합장이 지시하고 확인하는 상황에서 안 낼 수도 없는 처지”라는 볼멘소리가 높다. 농협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손실이 너무 큰 데다 횡령 당사자의 변제능력이 없어 결산 전에 이를 해결하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데 전주농협 변상금 모금 사건이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감사 과정 중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와 또다시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는 '횡령금 변상을 위한 직원 모금'이 벌어진 전주농협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설문조사 대상자의 근무지점과 이름 등을 적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2차 가해” 주장 파문 확산
이에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주농협분회는 5일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주농협을 엄중하게 감사해 징계하라"고 촉구하면서 "최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의 감사 과정에서 진행된 설문조사가 공개적으로 진행됐지만 이는 직장갑질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익명성을 보호받지 못한 설문조사 결과를 진상조사에 반영할 경우 오히려 갑질을 비호하고 은폐하게 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인권위에 제소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주농협에서 발생한 농약대금 허위 정산 후 개인계좌로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5개월 동안 8억 1,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더구나 전주농협은 손해액을 메꾸기 위해 횡령한 직원은 물론이고, 직원들과 농약업체 등에 손실금을 부담시켜 또 다른 논란으로 파급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