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역사 날조' 계승한 ‘총독부 학파’ 퇴출해야
김명성의 '이슈 체크'
해방 직후 친일 매국 행위자 청산이 안 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사 분야만큼은 일제 통치가 계속되고 있다. 식민지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날조된 역사가 지금껏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민족행위로 처벌받아야 할 인물은 조선총독부 소속 조선사편수회에서 날조를 주도한 이병도 등이다.
그러나 서울대 교수로, 교육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권위자로 추앙받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조작한 역사가 정설로 만들어지고 총독부 정책을 추종하는 충실한 제자들이(가칭 ‘총독부학파’) 국사학계의 주류로 행세하고 있다.
새 정부는 학문의 자유를 존중해 ‘총독부 학파’를 일개 집단으로 인정해주는 대신,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기관에서는 이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퇴출시켜야 한다. 해방 77년이 되는 내년 3월, 새 정부는 즉시 단행해야 한다.
‘총독부 학파’ 국책기관 장악, 총독부 정책 주입
우리나라 역사 분야를 수립하고 교육하는 기관은 정부 부처로서 교육부와 국가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이다. 교육부는 역사 분야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사료의 수집과 연구, 역사진흥에 힘쓰는 기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학 진흥과 민족문화 창달을 기치로 운영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역사왜곡에 대응하고 동북아시아의 바른 역사 정립을 위한 곳이다.
국책기관은 올바른 국사 연구와 정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을 이끌어가는 책임자와 구성원은 역사연구의 주류로 행세하는 ‘총독부학파’들로 꾸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대일 항쟁기) 조선총독부가 설정한 한국사 날조 방침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일제를 추종하는 ‘총독부 학파’의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은 참여할 수 없다. 국사연구의 주류(main stream)는 일제강점기 식민지배 목적으로 일본인이 쓴 케케묵은 논문을 추종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선침략 노린 일본인 논문, 한국사의 금과옥조?”
대표적인 한국역사 날조 기술자는 이나바 이와기치(稲葉 岩吉 1876~1940), 나카 미치요나카 미치요(那珂通世 1851~1908), 스가 마사토모(菅政友 1824~1897),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 1873∼1961), 스에마쓰 야스카즈 (末松 保和, 1904~1992), 이마니시 류(今西龍 1875~1932),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 1864~1946), 나이토 코난(内藤 虎次郎 1866~1934), 도리이 류조(鳥居 龍蔵 1870~ 1953), 사라토리 구라기치(白鳥 庫吉 1865~1942) 등이다.
이들은 명성황후 살해범으로 동원된 낭인깡패에서부터 조선총독부 소속 관변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활동 목적은 조선 침략이고 점령 후 효율적인 식민지 통치방식 연구였다. 그런 목적 아래 우리 역사가 동원되었고 방법은 ‘역사 날조’였다.
피식민지국의 저항의지를 꺾기 위한 날조 행위는 ‘한사군 한반도 북부설’과 ‘임나일본부의 남조선 경영’이 대표적이다. 우리 역사는 ‘북부지방은 중국의 4백년 통치로, 남부지방은 일본의 2백년 통치’로 시작됐다고 세뇌시키는 일이다. 중국 대륙과 만주를 무대로 펼쳐진 우리 역사를 반도 안에 꽁꽁 가둔 것이 ‘한사군 북부설’이고 일본의 식민지배는 과거 2백년 통치의 복원이라는 게 ‘임나일본부설’이다. 근거는 역사서에 없다. 일본인들의 주장만 담은 논문뿐이다. 그렇기에 쓴 지 백년 넘은 케케묵고 음흉한 논문들이 이병도에서부터 지금의 젊은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금과옥조로 떠받들어진다.
국책기관, 중국 동북공정-일본 역사왜곡 동조
교육부를 비롯해 국사편찬위원회 등 ‘총독부학파’가 장악한 국책기관은 정부의 국사편찬을 조선총독부에 맞춰 교묘히 변질시켰다. 먼저 한사군 북부설과 임나일본부설을 철저히 옹호한다. 2천여 년 전 중국 역사가들은 북경 부근의 하북성 일대에 한사군이 설치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대동강 부근 평양을 중심으로 북부지방으로 못 박는다. 북한을 역사적으로 중국 땅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철저히 동조한다. 2백년 남조선을 경영했다는 범위도 전북에 이어 전남, 충청권까지 확대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적극 협력한다.
하지만 최근 ‘총독부 학파’의 음모와 무지가 연이어 무너지고 있다. 지난 2015년 국고 47억원을 들여 제작한 동북아역사지도를 영문판으로 전 세계에 배포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최근에는 전북을 2백년 일본 식민지로 바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다 들통났다. 모두 백 년 전 일본인 논문을 베껴 그대로 밀어붙이다가 가로막혔다. 이들을 혼줄나게 한 주역들은 중국 역사서의 기록(原典)을 토대로 이의를 제기했으며 결국 일본인 논문이 원전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엉터리 학자들이 공부하는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은 사건이다. 학문적 의리와 도제관계, 논문 베끼기로 엮인 ‘총독부학파’의 힘없는 붕괴를 예고한다.
‘총독부 학파’ 추종하는 한심한 국내 언론인들
국내 언론도 ‘총독부학파’ 논리를 확대시키는 역기능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주로 역사 분야를 전담하는 문화부 기자들은 일제의 역사 서술 정책에 동원되고 있다. 그들의 얕은 역사 지식 때문이다. 진보매체, 보수매체 가릴 것 없이 전적으로 ‘총독부 학파’에 기울어있으며 원전을 중시하는 학자들의 주장은 아예 무시한다.
특히 학자 수준의 탐구력으로 역사 저널리즘을 구현한 선배 언론인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거짓 역사를 받아쓰기에 급급한 나머지 독자들을 백 년 전 일제의 역사왜곡 방침으로 내몰고 있다. 언론인과 언론기관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얕은 역사지식이 빚어낸 대형 오보들이다. 스스로 언론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원전 탐독에 다다를 역사 저널리즘의 정립, 식민사관을 가려낼 소양, 상반된 입장을 소개할 균형 있는 취재와 보도, 역사 분야 전문지식 습득을 위한 연수 과정이 필요하다.
대선주자는 국책기관 ‘총독부 학파’ 퇴출 공약하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일제식민지 청산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날조와 조작으로 점철된 한국사의 식민적폐 청산은 가장 우선돼야 한다. 청산방법은 국책기관 구성원의 과감한 인적 쇄신과 ‘총독부 학파’의 제자리 찾아주기다.
해방은 된 지 오래지만 조선총독부가 벌인 역사 날조는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조선총독부의 역사관은 마치 이 시대의 주류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해방 즉시 역사분야 식민지 청산에 성공한 북한 역사학계로부터 배워야한다. 역사분야 남북 학술교류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사분야 식민지 적폐 청산, 새 정부 과제
일본인이 의도를 갖고 날조한 논문, 그 논문을 바탕으로 쓴 역사 서술은 논리가 허술하다. 역사적 사실(原典) 앞에 초라하게 무너지고 있다. 이제 ‘총독부학파’도 일개 학문집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타당하다. 결코 주류로 행세하도록 국민의 세금을 허비할 수 없다. 국책기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국책기관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이 수립된다면 뒤늦지만 역사 분야 식민지 청산도 가능하다. 대선주자들의 대선 공약과 내년 출범할 새 정부의 용단을 기대한다.
/김명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