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천만 교포 잇는 ‘해외 교포부’ 신설하라
김명성의 '이슈 체크'
전 세계 재외교포 사업가들이 집결하는 한상(韓商)대회가 가칭 ‘해외 교포부’ 신설의 필요성을 확인시켰다. 올해로 19년째 계속돼온 한상대회는 매년 60여 개 나라에서 모국을 찾고 있다. 2002년도에 서울에서 처음 열린 한상대회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한상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할 만큼 정부차원의 각별한 관심으로 시작됐다. 이제는 재외교포 경제인을 연결하는 민족 공영권을 실현해가는 실질적인 행사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특히 한상들의 글로벌한 연결망,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 부처의 주요 축으로서 가칭 ‘해외 교포부’신설이 시급해지고 있다.
현대사의 아픔, 해외 이주민 세계 4위의 나라
우리 민족의 해외 이산(디아스포라. diaspora)은 일본 침략과 그로인한 분단이 주 원인이다. 일본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망명길에 오르거나 가족단위로 해외로 이주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을 비롯해 만주와 러시아, 하와이, 멕시코, 쿠바 등으로 흘러들어간 선조들의 서글픈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국토분단과 6.25 한국 전쟁은 다시 한 번 해외 이산의 물결을 일으켰다. 일찍이 임진왜란 때부터 왜병에 붙잡혀가 해외로 팔려나간 한인 노예의 역사까지 거슬러가기도 한다.
이렇게 흩어진 우리 민족은 백 93개 나라, 749만명 집계되고 있다(외교통상부).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최대 천만 명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1억 5천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해외이산 주민과 비교해본다면 우리 민족의 해외 이산규모도 세계 4위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한류 확산 발맞춰 통일시대 한인 네트워크 중시
1990년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까지 진화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 아픈 기억으로 시작된 해외이주의 역사가 자랑스러운 모국으로 반전되는 기회를 맞고 있다. 여기에 2년 연속 수출입 규모 1조 달러 초과 달성은 세계 수출순위 6위의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천 만 동포들은 얼마나 가슴 벅찰까.
해외동포들은 미국에 254만 명이 거주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 246만 명, 일본 82만 명, 그리고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러시아, 호주,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의 순을 기록하고 있다. 대륙별로도 가장 많은 동북아시아에서부터 아프리카, 중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구석구석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인종 차별과 떠돌이 민족으로서 서러움을 딛고 경제적 자립과 정치적 권리를 각자 획득해야만 했다. 그리고 사업가로서 저마다 성공사를 쓰며 나라별로 한인사회를 이루고 멀리서나마 자랑스러운 모국을 그리워하고 있다.
남북분단 고착, 해외 한인들도 남북으로 분열
남과 북이 둘로 갈리고 77년째 분단이 지속되면서 해외 이산동포들도 둘로 나뉘고 있다. 남북한 부모 고향으로 한인사회가 나뉘고 분단국가 스스로가 조장하는 교포 분열책으로 둘로 쪼개져 있다. 심지어 해외 현지의 한인식당 마저 남북으로 갈리는 경우도 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해외 교포들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바라본 한국이란 갈라진 나라이며, 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은 한국이 ‘이상한 나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 한국인의 평가는 어떠한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이산의 아픔을 살아간 유대인만큼 뛰어난 민족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가. 교민들은 모국인 한국의 민간외교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도지키기다. 미국교포들이 결성한 재미한국계시민연맹은 미국의 주요 정계인사를 만나 민간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한인들을 중심으로 유권자 로비활동도 벌인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6.25 참전용사 기리기 행사도 감동적이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법은 없다. 한인들의 성장이 뚜렷함에도 활동은 미미한 나라는 숱하다. 모두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가칭 ‘해외 교포부’ 업무는 남북 화해-경제 활력
천만 해외 교포들이 당장 발 벗고 나설 일은 남북화해여야 한다. 남북당국이 갈라놓은 반쪽 교포사회의 화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나 된 교포사회는 분단된 모국을 찾아 백해무익한 ‘분단놀이’의 허구성을 까발려야 한다. 이를 토대로 모국으로의 관광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유럽인들이 자유롭게 북한 땅에서 여행을 즐기듯 해외한인들의 모국 여행은 북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남북한으로의 경제투자는 남북화해를 가속화시키고 침체된 내수시장을 되살릴 묘안이 된다.
한상조직이 파악하고 있는 크고 작은 한인회는 중소규모까지 합하면 천여 개에 달한다. 이들의 모국 공헌은 경제 활력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해외 한인사업가들이 일으킬 남북 투자효과는 남북한 투자시기를 저울질하는 외국인들을 자극해 해외자본의 남북한 유입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성공한 한인사업가와 후손세대의 모국 이주도 활기를 띨 것이다. 이는 남북의 인구증가의 동력이 돼 남북한, 중국 동북3성, 러시아 고려인으로 이어지는 2억 명 규모의 경제권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대권주자, 남북 문제 풀 철학과 비전이 관건
내년 3월의 대선은 남북문제를 풀어갈 대권주자의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북핵을 빌미로 북한 고립을 주장하는 주자들은 시대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 3면이 바다에 둘러쳐 있고 북쪽은 휴전선에 가로막힌 이 땅은 해외로 경제영토를 확대하는 게 선(善)이다. 해외 한인들의 연결망을 확고히 다지며 한인교포들의 모국 투자를 늘리는 게 급선무다.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낯선 땅에서 우뚝 선 그들에게 모국이 두 팔을 벌려야 한다. 그리고 모국 공헌의 빗장을 영구히 열어놔야 한다.
가칭 ‘해외 교포부’는 남북간 화해와 협력,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일본의 침략과 그로인한 국토 분단은 이제 해외 이산 한인들에 의해 하나의 민족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체제 유지와 체제 우위 경쟁에만 몰두했던 분단국 남한 정부의 정책도 해외 교포부 신설을 계기로 ‘글로벌 코리안’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생활이 어려운 해외 한인 후손들의 국내 취업도 독려해야 한다. 3백만 명으로 치닫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무분별한 유입도 적절히 조절돼야 한다. 해외교포의 유입은 현실적으로 같은 동포이기에 결혼 인구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그게 인구절벽의 시대를 돌파하는 21세기에 걸 맞는 지혜이다.
/김명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