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은 도둑을 시켜서 잡아라”... 황당한 '언론 통제'
[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9)]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이이제이'(以夷制夷, 이쪽 오랑캐로 저쪽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뜻) 전략은 고대 중국의 부족 국가 간 전투 상황에서 종종 등장하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정치집단이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이언제언'(以言制言, 이 언론으로 저 언론을 견제 혹은 제압한다는 의미)을 연상케하는 언론 통제 전략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친정부 단체와 친정부 언론에 대해 국정원이 특별 관리·지원하도록 했다는 것이 세월이 흘러 하나씩 드러나게 됐다. JTBC는 “자유총연맹 S, 미디어워치 A…등급별 지원한 MB 국정원”( 2017.10.24) 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 보수단체 5개 등급으로 분류... 차등 지원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보수 단체의 등급을 매겨서 대기업 돈을 끌어다준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최고인 S등급에는 자유총연맹, A등급에는 미디어워치 등을 올려 놓았는데 이들에게 각각 수억원 씩을 지원하도록 했다고 국정원 TF측이 밝혔습니다. 두 곳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의 맨 앞에 섰던 단체입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기업체가 직접 보수단체에 활동자금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은 단체의 활동 실적과 인지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한 뒤 지원에 차등을 뒀다고 한다.
“국정원이 돈을 끌어다 준 곳에는 자유총연맹, 한반도 선진화재단 등 대표 보수단체들과 함께 탄핵반대에 앞장섰던 변희재 씨의 인터넷 매체 미디어워치도 포함됐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2010년 18개 단체에 32억 원 지원을 하던 것에서 2년 후 41개 보수단체에 대해 50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2012년 말 국정원 댓글 활동이 공개되면서 급하게 사업이 종료됐습니다.”
국정원이 창간부터 개입, 광고를 후원하도록 지원한 것으로 보도된 ‘미디어 워치’는 JTBC의 테블릿 PC 조작설을 주장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와 무죄석방을 요구하는 극우 매체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미디어워치의 '커넥션'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요구하며 호외판 100만부 발행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미디어워치’라는 신문이 게재했다. 2017년 8월 한달 간 특별 호외판 1백만부를 제작 및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개인 독자와 법인 독자의 후원과 광고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워치 편집부는 (2017.07.25) 홈페이지에 이렇게 소개했다.
“본지가 개인독자들과 법인독자들의 후원과 광고를 받아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을 위한 미디어워치 특별호외판 100만부를 발행하는 기획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기획 사업은 현재 대한애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과 함께 하는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중요한 국면이자 또한 대한애국당 창당 이전 시점인 8월 한달 동안 진행된다.“
국정원과 미디어워치의 커넥션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그러나 국정원과 연계된 사실, 국정원 지원대상 A 등급을 받은 점, 공기업 광고 수주를 받도록 도움을 준 점, 국정원의 청탁성 보도를 한 점 등은 정상적인 언론으로 보기 어렵다.
미디어워치와 같은 극우 매체에 대해서는 정부나 공기업의 광고가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 지원으로 ‘우리편 언론’을 지원하는 것은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언론통제전략의 하나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2017년 10월 경, '지난 3년간 홍보예산을 극우 매체들에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3년 간 홍보 예산이 집행된 매체들이 극우 성향으로 몰려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매체에 광고 지원, 이명박·박근혜 정부 언론 통제 전략
신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홍보 예산 전체 9,740만원 중 가장 많이 집행된 매체는 ‘imbc’였고 2위는 대학내일이었다. 뒤를 이어 미디어워치, 뉴데일리, 조갑제닷컴이 3~5위에 기록됐다. 미디어워치와 뉴데일리는 1,100만원, 조갑제닷컴에는 880만원이 집행됐다.
신 의원이 “너무 편향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제가 재임하는 동안에 집행된 것만 보신 것 같은데, 그 전에는 완전히 좌파 매체 일변도로 돼 있다”고 되받았다고 한다.
MBC와 같은 공기업 집행부에서 스스로 편향을 인정하면서까지 특정 매체에 광고를 지원한 것은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 전략이다. 모두 똑같이 나눠줄 수야 없지만 국가의 광고 정책이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식으로 나눈다면 행정 집행의 정당성, 공정성 차원에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우 매체로 영향력과 전파력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지않다. 인터넷과 SNS로 연결된데다 댓글부대의 조직적인 지원과 반대, 지지와 비난 등이 합세하게 되면 소수 극우의 주장이 사회 여론의 중심을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소수의 극우 매체와 관변 단체 활용
이름 없는 매체, 힘 없는 매체라고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언론 환경이 된 셈이다. 그런 미디어 환경을 알기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소수의 극우 매체와 관변 단체를 활용했고 여기에 댓글 부대를 투입,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참고로 2017년 9월 26일 월요신문에서 ‘미디어워치’라는 극우신문이 이명박 정부에서 어떻게 국가정보원과 얽혀있으며, 대기업 광고를 받을 수 있었는지를 보도한 내용을 소개한다.
국정원 ‘미디어워치’ 지원에 대한 변희재의 7가지 변명
변희재 “국정원이 북한 관련 기사 작성 요청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보수 매체인 ‘미디어워치’에 광고를 주도록 민간기업에 요청해 수억원의 광고를 받도록 도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해당 매채를 창간한 보수논객 변희재씨(43)는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25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정치인·교수 등 MB 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2월 미디어워치 창간부터 재원마련 조언을 해줬다. 창간 석달 후인 5월에는 ‘미디어워치, 운영실태 및 활성화 지원방안’을, 그해 8월 ‘미디어워치 활성화 중간보고’를 지도부에 보고하며 지속적으로 관리·지원했다.
국정원 TF는 미디어워치의 광고 수주를 위해 국정원이 전국경제인연합회·삼성 등 26개 민간기업과 한국전력공사 등 10개 공공기관에 광고지원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디어워치가 수주한 광고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2월 사이 4억여원이었다. 또 국정원 지휘부는 국내 부서 기업체 및 정부부처 담당관들에게 미디어워치 정기구독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변씨는 “억대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변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정원 국정원 TF와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기사 쓴 언론사에 대해 억대 민사소송 걸 것”이라고 게시했다.
변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여차례 게시글을 올리며 미디어워치의 국정원 지원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국정원의 ‘창간 조언’ 의혹에 “미디어워치 창간은 제가 광우병 촛불난동 보고 방송과 포털 그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해서 1년 준비 끝에 청년창업 펀드 5천만원 마련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창간 초기 줄줄이 민간 대기업 광고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변씨가 직접 대기업 상대로 ‘영업’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변씨는 “당시엔 영업이 쉬웠던 게, 광우병 촛불난동 때, 광고주 불매운동이 번져 대기업들이 극심한 피해를 봤을 때였다”며 “창간 초기엔, 주로 전경련을 통해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좌익(매체) 미디어오늘 광고주 리스트를 보여주며 ‘왜 좌익만 광고주냐, 우리도 달라’ 이런 식으로 영업했고 잘 먹혔다”고 말했다.
미디어워치가 2009년 3월 ‘한예종 사업 좌파 나눠먹기 의혹’, 2010년 5월 ‘한명숙 후보 비난 논조 호외판 10만부 발행, 배포’ 등 친 정부 성향의 기사를 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 광고 받아 이런 기사를 미디어워치가 썼다고 주장하는데, 호외판은 미디어워치 독자 배가와 홍보용으로 쓰는 거고, 지금 매주 10만부씩 찍는다. 한예종 기사도 제가 인생을 걸고 잡은 기사”라고 말했다.
변씨는 “그런 건(국정원 지시를 받아 쓴 기사) 단 한 건도 없다. (미디어워치는) 다른 웬만한 기성, 혹은 보수매체들과도 워낙 차별화 되어, 누가 지시한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광고 수주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 홍보팀에다 정부와 공기업 광고 요청했다”며 “정부 광고를 청와대 홍보실에다 요청한게 범죄인가”라고 반문했다.
변씨는 “전경련과 주요 민간기업은 박근혜 정권 때 그대로 광고가 이어졌지만, 정부와 공기업은 다 잘렸다. 만약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광고 전체를 다했다면 박근혜 정권 들어 민간기업 광고도 잘렸어야 한다”며 “공기업만 잘렸다는 건, 민간기업은 제가 직접 수주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편, 변씨는 국정원이 미디어워치에 ‘북한’ 관련 기사를 작성하도록 요청받은 사실도 밝혔다. 그는 “국정원이 미디어워치에 1년에 한두 건 정도 기사 요청한 적 있다. 모두 다 북한, 탈북, 이런 관련 기사”라며 “국정원이 요청했던 기사 공개하겠다”고 말했다.(월요일신문, 2017.9.26)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