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댓글부대 내용들 검증 없이 퍼뜨려...'여론 조작'
[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8)] 서동부언(胥動浮言) 전략
미디어 환경변화는 권력의 언론 통제 전략에도 다변화를 가져왔다. 세계 최초로 댓글부대를 창설하여 여론을 통제, 조작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선보였다. 국군 사이버 사령부에 이어 국정원 산하 댓글부대 등 이명박 정부는 여론 조작과 대통령 선거를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댓글부대를 더욱 강화하고 주요 정치적 사안에까지 동원한 사실이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확인되고 있다.
서동부언(胥動浮言)이란 거짓말을 퍼뜨려 인심을 선동(煽動한다는 뜻이다. 댓글부대란 진실과 무관하게 여론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댓글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국내 네티즌들 상대로 '일본 위안부' 주제 댓글 공작 '충격'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일본군 위안부'를 주요 작전 주제로 설정해 국내 네티즌을 상대로 댓글 공작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2017년 12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12년 대응작전 목록'이라는 제목의 사이버사 내부 문건을 보면 심리전단은 매달 10가지 안팎의 주요 작전 주제를 설정했다.
2013년 12월 11일 작성된 이 문건은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가 2017년 12월 27일 비밀 해제한 21건의 사이버사 문건 가운데 하나로,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이 결재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대체로 김정일 사망, 천안함 등 안보 이슈를 작전 주제로 꼽았으나, 개중에는 일본군 위안부뿐 아니라 광우병 촛불집회,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등 국내 정치와 밀접한 이슈도 상당수 포함됐다.
사이버사는 특히 2012년 1월과 7월 위안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연합뉴스는 “그해 1월 25일에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강일출 할머니와 함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강한 어조로 이명박 정부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 지시로 조직 확대에 박차를 가하던 사이버사령부는 요원들에게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와 국방정책 홍보를 지원하라는 내용의 트위터·블로그 작전 지침을 내렸던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를 희석하고 정부지침에 따르도록 댓글을 다는 공작이 정부차원에서 이뤄진 셈이다.
국민 세금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 조작...범죄행위
이 지침에는 민간·비군사 분야 사이버전 노출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작전 글과 위장 글의 비율을 3대 7로 유지하라고 지시하는 등 치밀한 보안대책이 담겨있다. 사이버사는 이밖에 각군 사관학교 교육과정에 사이버전 과목을 신설하고, 유사시 '사이버 계엄'이 가능하도록 계엄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했던 것으로 이번 비밀해제된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또, 경향신문의 ‘국군 사이버사령부 지휘관계 참고자료’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3년 4월 1일 국방정책실 산하 정책기획관실 안에 국방 사이버정책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사이버사의 효율적인 조정·통제 방안을 검토했다.
이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같은 해 7월 17일 국방정책실이 전권을 쥐고 사이버사를 지휘·통제하는 내용이 담긴 ‘국방 사이버정책 기본계획’을 보고받았다. 과거 사이버사는 사이버 공격은 국방정책실장, 사이버 방어는 정보화기획관, 대북 사이버심리전은 합참 민군심리전부장으로부터 각각 다층적인 통제를 받았다. 이 중 2012년 총·대선 당시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지휘했던 국방정책실이 다른 부서의 통제 없이 사이버사를 완전히 장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부대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국고 손실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병주 전심리전단장은 2018년 “죄를 깊이 반성한다”면서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다. 민 전단장과 변호인측은 “공소사실에 관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국민 세금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공작은 범죄행위로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게되자 뒤늦게 ‘반성’ ‘불구속’ ‘보석’ 등의 자기고백이 나오고 있다. 실무 책임자들은 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는데, 핵심 책임자인 김관진 전국방부장과 이명박 전대통령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여론 조작, 무관용 원칙으로 민주주의 파괴자로 간주 엄정한 처벌 이뤄져야
이들에 대한 법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든 무관하게 권력의 불법적인 사이버 사령부, 댓글부대 창설과 운영은 대북 심리전이라는 본래 목적과는 분명히 다르게 운영됐다. 그것은 곧 국고의 낭비와 여론조작, 언론통제의 결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 후퇴와 여론 조작이라는 국민 기만 행위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010년 1월11일 창설된 사이버사는 출범 당시 국방정보본부에 예속돼 있었다. 그러나 2011년 7월 국방부 직할부대로 지휘체계가 변경되면서 국방정책실 통제를 받기 시작했는데, 비밀리에 정치 개입을 하기 위해 지휘체계를 단순화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의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사이버사가 어떻게 이렇게 왜곡되고 망가졌을까. 책임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범법 행위를 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각종 언론 통제 전략이 불법적으로 총동원됐음을 의미한다.
여론 조작의 주범, 댓글부대 기안자, 실행자, 지휘자 등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민주주의 파괴자로 간주,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치 권력의 댓글부대, 무엇이 문제인가?
1. 정치 권력의 댓글부대를 이용한 여론 공작은 정상적인 여론형성 과정을 훼손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반헌법적 폭력이다. 여론을 중심으로 여론정치를 한다는 민주주의는 정상적인 여론형성과 반영을 통해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 댓글부대는 국가의 공조직을 사유화하고 범법에 동원하기 때문에 국가의 근간과 공직자의 본분을 벗어나게 해 국민 전체에 봉사하는대신 특정 정치집단에만 충성하도록 하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3. 댓글부대는 인위적 여론 공작으로 국민을 통합대신 ‘네편 내편’으로 분열시키고 이념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반사회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4. 댓글부대는 진실을 훼손할 위험성이 높다. 사실에 근거하여 진실을 파악해나가는 과정에서 댓글부대는 일종의 연막작전이나 다른 그럴듯한 주장을 내세워 진실접근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5. 댓글부대는 사회정의 실현도 어렵게 만든다. 정치집단의 댓글부대 운영은 태생부터 정치적 목적에 있을 뿐 정의도 합법성도 무시되는 법이다. 오직 정치적 이해와 정치집단이 주장하는 자신의 정의 실현만을 위한 도구로 존재할 뿐이다. (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