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지리산’, 남원시 통 큰 지원 속 첫 방송...효과는?
비평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드라마가 국내 굴지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가운데 마침내 첫선을 보였다. 첫 방송이 시작된 23일부터 반전의 반전을 이어간 드라마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첫 방영에 앞서 tvN은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드라마 ‘지리산’은 전지현과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등이 출연한다"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20년 9월부터 남원시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드라마 제작사인 (주)에이스토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리산’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부정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남원시 특정 상업방송사 드라마 20억원 통 큰 지원"...비판·우려
특히 남원시는 당시 "20억원의 통 큰 지원을 한다"며 언론에 흘렸으나 지자체의 예산지원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됐다. 특정 상업방송에 지원하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남원시의 통 큰 지원에 관한 비판 여론과 우려되는 문제점 등을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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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재정규모에 비해 특정 상업방송사 드라마 제작 비용으로 20억원 지원은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와 달리 민간·상업방송의 드라마 제작에 지자체가 통 큰 지원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지역언론들은 무비판적인 홍보기사를 경쟁적으로 내보내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더니 불과 1년도 안 돼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드라마 촬영에 냉기류가 불어닥쳤다. “남원시 인월면 소재 오픈세트장에서 촬영 중인 tvN 새 드라마 ‘지리산’이 지역 안팎에서 불어닥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촬영이 일시 중단됐다”는 지역언론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올해 1월 초 “드라마에 투입되는 제작 지원비가 막대하고 코로나19와 수해 복구 등 가뜩이나 재정 부담이 큰 남원시의 입장에서 전북도에 제작지원비 일부를 지원 요청했으나 외면당하자 내부에서도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드라마 촬영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화·TV드라마 촬영 각 지자체마다 유치전 가열” 비판
당시 이정린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장은 지역언론과 인터뷰에서 “최근 영화나 TV드라마 촬영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도 유치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며 “도가 시군과 함께 영상산업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세운다거나 보다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원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드라마 촬영 유치에 성공했지만 막대한 야외 세트장 조성 제작지원비를 지불해야 하는 탓에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어쨋든 통 큰 지원을 하겠다던 남원시는 제작지원 비용 일부를 전라북도에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해 재정 부담의 압박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관심도가 적어진 탓도 크다. 그럼에도 남원시는 드라마 제작사인 (주)에이스토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드라마 ‘지리산’의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드라마 유치는 남원시뿐 아니라 지리산권역의 타 지자체가 경쟁에 나서 치열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 중 남원시가 한정된 재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특정 방송사에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블록버스터 ‘지리산’ 드라마 남원 세트장 오픈...본격 촬영
남원시는 드라마 촬영지원으로 관광산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적극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드라마 ‘지리산’ 남원 오픈세트장은 인월면 지리산 흥부골 자연휴양림 내 부지면적 1만 5,372㎡(건축면적 2,52.92㎡) 규모로 조성됐다.
남원시와 제작사인 (주)에이스토리, 스튜디오드래곤, 바람픽쳐스 등은 오픈세트 촬영 전 드라마 ‘지리산’ 의 성공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행사도 지난해 11월 29일 현지에서 열었다. 이후 드라마 ‘지리산’은 오픈세트장을 비롯해 남원시 일대 명소 곳곳에서 촬영됐다.
‘지리산’은 배우 전지현, 주지훈을 주연으로 제작비 총 320억원이 투입돼 ‘킹덤’, ‘시그널’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고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로 유명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년의 촬영기간 동안 남원시 인월면 해동분소와 비담대피소 등 오픈세트장을 중심으로 남원시내, 광한루원, 와운마을 천년송,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산동부절마을 소나무숲 등 남원시 일원과 지리산 일대가 다양하게 촬영됐다.
남원시, "드라마 촬영지와 연계 관광 프로그램 개발" 큰 기대
최근 지자체들이 드라마 제작지원을 통해 지역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유발시키자 남원시도 드라마 '지리산'의 활용방안 계획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선 오는 11월에 지리산국립공원 전북사무소 뱀사골분소에 드라마 '지리산' 기획전시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남원시는 국립공원공단, 전북문화관광재단 등과 MOU를 체결해 드라마 촬영지와 연계한 남원관광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드라마 오픈세트장은 지리산권을 대표하는 산악체험 랜드마크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환주 남원시장 등 시 관계자는 "드라마 지리산 제작지원으로 인한 지리산 일대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면서 "이번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흥행해 지리산 중심도시 남원이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이를 계기로 지리산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전의 반전, 첫 방송 ‘호응’...효과 장담은 아직 일러
한편 드라마 '지리산'이 방송된 이후 국내 언론사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남원서 제작한 드라마 지리산 첫방송’, ‘전지현·주지훈 주연 드라마 화제’ 등의 제목으로 방송 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첫 드라마는 조난자를 구조하며 완벽한 콤비가 된 서이강(전지현 분)과 강현조(주지훈 분)가 2년 후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모습까지 첫 회부터 반전의 반전이 이뤄져 시선을 끌었다.
몸을 날리면서 사고를 당한 동료를 구조하는 모습과 "수색은 2인 1조다. 뒤처지면 버리고 간다", “만에 하나 살아있다면 지금 가지 않으면 조난자는 죽는다" 등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들이 주목을 끌었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과 명대사들로 이어진 첫 방송에서 결국 조난자는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발견됐지만, 시간이 흘러 주인공 중 서이강은 휠체어를 탄 채로 등장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강현조는 1년이 넘게 의식을 잃은 모습으로 등장해 재차 충격을 안겼다. 서이강이 "누군가 저 산 위에서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돌아왔다"고 말한 장면은 앞으로도 반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문화·관광 프로그램 연계 효과, 좀 더 지켜볼 일
이처럼 드라마는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인 서이강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로 당분간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남원시가 효과를 너무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촬영 전부터 남원시의 통 큰 제작비 지원을 놓고 말도 많도 탈도 많았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성급한 진단과 평가, 당장의 효과를 장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지리산'이 과연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가져다 줄지, 남원시와 지리산을 제대로 알리고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연계시킬지는 냉철하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