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대통령 공약사업들 '속빈강정'... 초광역도 '초라'

[뉴스 큐레이션] 2021년 10월 21일

2021-10-21     박주현 기자
전라일보 10월 21일 1면 기사.

전북도는 20일 ‘지역현안 해결과 지역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제20대 대통령 전라북도 공약사업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지역의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큼지막하게 받아 썼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등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은 21일 지면에서 “제20대 대통령 전북 공약사업은 모두 65건으로 총 사업비가 무려 27조 7,997억원에 달한다”며 “전북도는 그동안 대선공약 발굴을 위해 ‘제20대 대선공약 발굴 추진단’을 구성하고 분과별 킥오프 회의 및 발굴전략 회의 등을 거쳐 172건의 사업을 발굴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발표한 공약사업을 건수로 보면 65건으로 지역 분야 62건, 초광역 분야 3건으로 선정돼 전체 건수로는 꽤 많아 보인다. 지난 제19대 대선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채택 여부와 실행 가능성이 관건이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점도 엿보인다.

초광역 분야 3건, 초라...광주·전남과 대조 

전북도민일보 10월 21일 3면 기사.

무엇보다 최근 송하진 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 초광역 분야의 공약사업은 도로와 철도구축사업 3건으로,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송 지시가 강조한 것과는 달리 지나치게 왜소해 보인다.

‘서부내륙고속도로 부여-익산구간 조기 착공’과 ‘전주-대구 고속도로’, ‘서해안(새만금-목포) 철도건설’이 초광역 분야로 제시한 전북도 공약사업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들이 관심을 보이며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초광역 사업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인근 광주시와 전남도의 초광역 분야 대선공약사업들과 대별되기 때문이다. 이미 광주시는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이 4대 핵심과제에 선정됐고, 미래 전략산업으로는 친환경 자동차와 첨단의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주력하는 양태다. 광주시는 지난달 초광약 분야를 중심으로 대선공약사업을 시민토론회 등을 통해 8대 분야 사업으로 확정·제시했다.

KBS광주총국 9월 1일 보도(화면 캡쳐)

특히 에너지와 첨단의료단지 등은 ‘호남권 공동으로 초광역 사업’으로 담아 관심을 끈다. 광주와 전남은 ‘RE 300’을 필두로 에너지사업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들을 협력하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도는 이를 발판으로 8개 분야 60개 공약사업을 발굴해 제시하는 등 전북과는 발 빠른 초광역 공약사업 발굴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전남도의 경우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수송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활성화하는 이른바 '에너지 섬' 조성사업도 주목되는 분야다. 에너지를 그린 수소로 저장하고, 배로 이동시켜서 전남과 광주 산업단지에서 사용하고 더불어 인근 도시 나아가서 서울, 해외까지 수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제시하고 있다.

광주·전남에 전북 낀 ‘호남 초광약 핵심전략’ 제안 '주목'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 도전을 노리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제안한 “국가균형발전의 대전환이 될 ‘초광역 협력사업’과 ‘호남발전의 초광약 핵심전략’이 주목을 끌고 있다.

강 전 수석은 이날 성명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열었고, 문재인정부는 ‘초광역 협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행정구역을 초월한 지역 간의 협력 정책은 차기정부의 중요 국가전략 과제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광주총국 9월 1일 보도(화면 캡쳐)

또 강 전 수석은 초광역 협력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위해 명확한 주체와 독자적 재원 확보 방안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전남에 이은 전북권과 연계한 ‘호남권 초광역 협력 추진단’ 설치와 ‘초광역협력특별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 전 수석은 최근 발표한 ‘호남권 7대 대선공약’의 세부 과제인 수소광역급행망, 1,000만평 공항도시, 메디컬시티, 22세기형 디즈니랜드, 기후대기환경산업, 미래에너지·데이터 인재양성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적극 지원분야로 발표한 초광역 협력사업과 궤를 같이하는 대선공약인 만큼 호남권 초광역협력사업으로 지정해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가자”고 말해 광주·전남 언론들의 조명을 받았다. 

문 대통령 공약 중 이행 완료 4건 불과...31건 중 상당 부분 ‘공약(空約)’ 가능성

JTV 10월 20일 보도(화면 캡쳐)

이처럼 광주와 전남의 경우 한 발 앞서는 형태의 초광역 분야의 공약사업 발굴에 한창인 반면, 전북의 경우 전북도가 내놓은 대선공약에서 초광약 분야가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전북도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문재인 대통령의 전북지역 공약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전북도의회 문승우 의원(군산 4)은 최근 도정질문을 통해 19대 대선 당시 전북지역 공약이 31건, 15조원에 달했지만 현재 이행 완료는 4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취임 4년 6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전북의 공약은 대부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공의대 설립 등 핵심 지역현안은 실마리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에는 정부의 일차적 책임이라 할 수 있지만 전북도의 정책적 뒷받침과 전북도와 정치권의 정치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말로만 그치는 공약, 밑그림만 화려한 공약보다는 좀 더 내실 있고 미래 지향적인 공약사업 발굴과 공약 실행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