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시대 적폐 ‘낙하산 공무원 인사’...지금도?

[뉴스 큐레이션] 2021년 10월 19일

2021-10-19     박주현 기자
전북지역 시·군 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가 18일 전북도청 앞에서 "일방적인 시·군 교류인사 관행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전북도의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올라 주목을 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전북도는 일방적으로 시·군에 부시장 또는 부군수 등 부단체장을 임명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공무원 노조가 이 문제를 들고 일어나 “상식에 어긋난 인사 관행”이라며 “즉각 개선하라”고 촉구함으로써 공직사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질지 초미의 관심 이슈로 부상했다. 

"전북도, 인사 교류 명분삼아 부단체장·사무관 시·군에 내려보내...관치시대 적폐" 비난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는 18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청이 지자체 간 인사 교류를 명분 삼아 시·군청 관리자급 자리를 빼앗는 식의 인사는 부당하다”며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일방적인 인사 교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라북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 최지석 위원장(김제시)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북본부 조명훈 부본부장(순창군) 등 전북지역 14개 시·군을 대표하는 양대 공무원 노조는 전북도청 국·과장급(3·4급) 공무원들이 관행처럼 도내 거의 모든 시·군 부단체장을 독식하다시피한 인사 행정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양대 공무원 노조는 “올해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아 시대적 소명인 지방분권으로 가는 새로운 전환기가 도래했지만 전라북도는 여전히 인사 교류를 명분삼아 부단체장과 일부 사무관을 시·군에 내려보내는 인사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시·군청 소속 공무원들은 인사 기회를 박탈당한 채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 낙하산 인사로 시·군청 공무원들은 부단체장에 승진할 기회조차 박탈" 

전주MBC 10월 18일 보도(화면 캡쳐)

공무원 노조는 이어 “지금 인사 교류는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의 인사적체 해소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그동안 기초자치단쳬 소속 공무원들은 적은 승진의 자리마저 인사 교류란 명목 하에 잠식당하고 있어 좌절감까지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라북도는 14개 시·군의 인사권을 빼앗아 갈 권리가 없다”며 “14개 시·군 부단체장의 낙하산 인사를 즉시 중단하고 인사교류위원회에 노조 입장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지방자치의 근간인 수평적 협력관계 속 자율성을 훼손하는 이 같은 불합리한 제도 개선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강경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기자회견 직후 도내 시·군 공무원들이 연서한 ‘전라북도의 일방적 인사폭정 저지 1만인 서명’ 서명부를 전북도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인사 교류 문제는 다음달 진행될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도마에도 오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전북도 외에 중앙부처나 타 지방 지자체와 인사교류를 해온 전주시 부시장직을 제외하면 대다수 전북 시·군의 부시장, 또는 부군수는 전북도청 공무원들이 발령되고 있다. 

명분은 지자체간 인사 교류지만, 시·군청 공무원들은 사실상 퇴직 전 부단체장에 승진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날 군산시와 익산시 등 몇몇 시·군의 경우 한층 더 심각하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중간 관리자급 자리마저 도청 과·팀장급(4·5급)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치 아닌 감시...정의와 공정에 부합되는 인사” 비난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광역과 기초지자체는 업무 연계성이 높고 협치를 해야할 현안이 많기 때문에 부단체장 인사교류를 통해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단점만 얘기할 게 아니라 순기능도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는 부단체장이 지방자치제의 취지를 역행하는 낙하산 인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협치가 아닌 감시 역할을 하며, 근무 주기도 점차 짧아져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노조의 지적이다. 

공무원 노조는 “부단체장뿐만 아니라 현재 군산, 익산, 진안 등 3개 시군에 5급 사무관이 각 2명이 파견돼 있는데 1대 1교류가 아닌 정례적인 도청 인사 자리”라며 “인사교류라는 명목으로 전북도청 공무원들이 승진 혜택을 누리는 동안 기초단체 공무원들은 인사 적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덧붙여 노조는 “전북도청은 95% 이상이 5급 이상의 직위로 퇴직하지만, 14개 시군은 90% 이상이 6급 이하 하위직으로 퇴직하고 있으며, 정원 대비 5급 사무관 이상 비율도 전북도청은 20%가 넘지만, 14개 시군은 평균 5%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를 바라본 시민들 사이에는 '협치를 위한 인사 교류가 아닌, 감시를 위한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정의와 공정에 부합되는 행정이 돼야 할 것'이란 따가운 비난이 일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