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경향신문, 당시 두 편의 글이 주는 '충격'과 '분노'
김상수의 '세평'
나도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평가가 냉정하다. 이명박근혜를 불러들인 실패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2개의 글을 우연히 뒤늦게 페이스북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악독하고 못된 글을 쓴 것들은 언론인이라고 할 수 없다.
1. 2009년 5월 9일자 경향신문 문화1부장 유인화 칼럼 “아내 핑계되는 남편들”
"여자: 당신, 구속안되겠지? 다른 대통령들은 2000억원 넘게 챙기던데. 우린 80억원도 안되잖아요. 고생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돈 좀 보낸 건데. 지들은 자식없나. 지들은 돈 안받았어!
남자: 내가 판사출신 대통령이야! 고시보느라 당신에게 가족생계 떠맡긴 죄밖에 없다고. 15년 전 내가 쓴 책 <여보, 나 좀 도와줘>에 고생담이 나오잖소.
여자: 그래요. 당신 대통령될 때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로 동정표 좀 얻었잖아. 이번에도 내가 총대멜게요. 우리 그 돈 어디다 썼는지 끝까지 말하지 맙시다. 우리가 말 안해도 국민들이 다 알텐데 뭘….
남자: 걱정마. 내가 막무가내로 떼쓰는 초딩화법의 달인이잖아. 초지일관 당신이 돈 받아서 쓴 걸 몰랐다고 할테니까. 소나기만 피하자고. 국민들, 금방 잊어버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연극공연용으로 적어본 대사입니다...(후략)..."
2. <굿바이 노무현> 2009년 4월 16일자 이대근 칼럼(경향신문)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집권한 그는 민주화 운동의 인적·정신적 자원을 다 소진했다. 민주화 운동의 원로부터 386까지 모조리 발언권을 잃었다. 그를 위해 일한 지식인들은 신뢰와 평판을 잃었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함부로 쓰다 버리는 바람에 그런 것들은 이제 흘러간 유행가처럼 되었다.
낡고 따분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 이름으로는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을 수가 없게 되었다. 노무현이 다 태워버린 재 속에는 불씨조차 남은 게 없다. 노무현 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김상수(작가ㆍ연출가)
/2020년 5월 24일 페이스북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