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에서

신정일의 '길 위에서'

2021-10-10     신정일 객원기자

'신정일의 천년의 길' 촬영차 어청도에 왔다. 군산. 아니 전라도에서  가장 먼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섬 어청도. 물빛이 거울같이 맑아서 이름조차 어청도인 이 섬이 1960년대까지 충청도 보령의 오천면이었다가 금산과 맞바꾸면서 전라도 군산시 옥도면이 되었다.

한 때는 이백여 가구 천여명이 살았다는데 전답이 없어서 보리와 고구마가 주식이었고 그나마 연평도로 가는 조기를 잡아서 소금으로 간을 해두었다가 팔아서 근근히 살았다는 어청도.

손만 뻗으면 닿을듯한 외연도는 지금도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과 달리 지금은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조업을 못한다는 어청도의 바다와 산은 푸르고 맑았다.

감국과 쑥부쟁이. 그리고 야생부추꽃이 지천인 어청도에서 만나는 한반도 지형.저 끝자락이 이순신 장군이 근무했던 두만강의 끝자락 녹둔도이고 저기는 압록강의 하구 위화도.

저기는 강화해협, 어디 그뿐인가, 저 푸른 바다너머 중국의 산동반도를 바라보는 외로운 등대,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어청도, 가을인데도 여름처럼 더워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걸었던 어청도의 산길이 그새 그립다.

곧 이어 어청도에도 아침이 열리고 새로운 세상이 기적처럼 펼쳐지겠지. 이 어청도에!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