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잇단 비리 의혹... 조용한 전북경찰, 왜?

진단

2021-10-02     박주현 기자

전북지역에서 최근 잇따라 고위직 비리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경찰 등 사법당국은 수수방관하거나 미동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현직 군수인 장영수 장수군수와 관련된 수상한 금융기관 및 부동산 거래와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 등이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이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사법당국은 조용하기만 하다. 

또한 전북도 전 비서실장이자 순창군 부군수를 지냈던 장모씨의 순창군 채계산 인근 관광농원 투기 및 특혜 의혹이 지난 6월부터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자 경찰은  지난 7월 5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순창경찰서에서 내사 중인 내용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지만 3개월이 돼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연이어 불거진 전북지역 고위직 비리 의혹의 실태와 허술한 감시·관리 체계 문제점들 중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를 톺아본다.

[#1] 한두 가지 아닌 장영수 장수군수 수상한 거래들..."복덕방 전락" 비판 

먼저 장영수 장수군수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와 지역농협과의 이상한 거래 내역 등이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달 7일부터다. 지역농협들의 불법 대출과 비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온 전주MBC가 이날 장영수 군수의 재산으로 신고 된 땅 중 수상한 내용을 추적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방송된 보도에 따르면 4년 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땅을 산 장 군수는 매매 당일 장수농협로부터 과도한 대출이 이뤄진데다 허위 계약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돼 의혹이 시선을 받고 있다.

전주MBC 9월 7일 보도(화면 캡쳐)

방송은 해당 기사에서 “올해 장영수 장수군수가 신고한 재산 내역들 중에는 700평이 조금 안 되는 규모인데 공시지가 기준으로 1,656만원이 신고됐다”고 밝히면서 “농촌 땅이 통상 공시지가의 세 배에서 다섯 배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5,0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장영수 군수가 이 땅을 매입한 것은 군수에 당선되기 두 해 전인 2016년인데, 등기부등본을 떼 봤더니 1억 5,000만원을 주고 산 것으로 신고 돼 시세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거래 자체가 좀처럼 이뤄지지도 않는 땅을 장 군수는 왜 각종 세금까지 더 내가면서 굳이 높은 가격을 주고 샀다고 신고한 것일까”라고 반문한 뒤 “거래가 이뤄진 바로 그 날, 기다렸다는 듯 이상한 대출이 일어났다”며 “장수농협이 이 땅을 담보로 무려 1억 5,000만원을 대출해주었다”고 강조했다.

​“무슨 특수 사항이 있지 않는 한, 그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대출” 증언 

기사는 “개발 호재와도 무관한 흔한 농촌 땅을 담보로 당시 시세의 약 두 배 공시지가를 기준으로는 무려 열 배가 넘는 대출이 이뤄진 것”이라며 농민과 지역농협 관계자들의 말은 인용해 보도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무슨 특수 사항이 있지 않는 한 그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대출”이라고 지역농협 관계자가 말해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매매 당일 하루만에 이뤄진 대출이 감정은 어떻게 했는지 심사는 또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 이어지지만 장수농협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기사는 “실거래 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샀다고 신고한 이유가 결국 과다한 대출의 근거로 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취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거래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런 정황도 드러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장 군수에게 이미 4년 전 땅을 판 A씨는 웬일인지 해당 토지 위에 지어진 집에서 아직도 거주하며 사실상 땅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 의혹을 뒷받침해주었다.

​게다가 이날 기사는 “장 군수 취임 직후 부산에 살고 있던 A씨의 아들은 주소를 장수로 옮긴 뒤 이듬해 군청 청원 경찰로 채용됐다”고 밝혀 또 다른 의혹까지 제기됐다. 

전주MBC 9월 14일 보도(화면 캡쳐)

또 전주MBC는 14일 ‘땅 거래 후 승진... 집 앞으로는 도로 개설’의 후속 기사에서도 장 군수의 수상한 땅 거래에 관한 집중 취재를 계속 이어갔다. 장 군수의 땅 거래와 관련해 장수농협으로부터 과다 대출과 명의신탁 정황을 보도한데 이어 이날 방송은 장 군수의 또 다른 수상한 땅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해 시선을 끌었다. 

방송은 이날 기사에서 “장 군수는 지난해 특이하게도 군청 직원에게서 땅을 사 집을 지었는데 문제는 장 군수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땅을 샀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땅을 판 공무원은 서열까지 뒤집고 과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승진 서열상 앞 순위에 있던 공무원들을 제치고 이뤄진 인사여서, 현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기사는 수상한 땅 거래에 이은 인사상 특혜 의혹까지 제기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수군수의 비위 의혹은 연이어 불거졌다. 

장영수 군수, 측근과 만든 업체에 업무추진비 몰아주기 의혹까지 

전주MBC 9월 29일 보도(화면 캡쳐)

16일에도 전주MBC는 장영수 장수군수와 관련된 의혹 보도를 이어갔다. 기사는 "올해 초 장수군은 육아용품 대여소와 공무원 관사 조성 목적으로 6억 6,000만 원을 들여 한 다가구 주택을 매입했다"며 “해당 건물은 수 년 동안 팔리지 않았는데, 건물주가 장영수 장수군수의 전 비서로 이 직원의 친오빠는 장영수 군수 선거캠프의 핵심 측근이었다”고 보도해 또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는 건물을 매입한 직후 육아용품 대여소는 인력과 의료원과의 거리 등 여건 문제로 없던 일이 되고 온전히 공무원 관사로만 쓰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의혹의 대상자로 지목된 전 비서와 오빠는 "원래 내놓은 가격보다 싸게 팔았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고, 장수군 또한 "대안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전주MBC는 "장수군청이 ‘복덕방’으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29일 전주MBC는 장영수 장수군수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본 결과, 오미자즙, 사과즙 구입이 유난히 많았는데 대부분 특정 업체(장수팜 영농조합법인)에 집중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15년 장영수 군수가 측근들과 만들었던 업체"라고 보도한 기사는 "해당 업체의 대표이사 2명은 선거 당시 장영수 군수와 부인을 수행했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고 밝혀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전주MBC 9월 10일 보도(화면 캡쳐)

이처럼 연이어 장수군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장수군 농민회와 지역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0일 장수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수는 군민의 얼굴이다”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민들은 "더 이상 이런 문제가 쉬쉬하는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알고 지적하며 반드시 해명이 되고 개혁해야 될 문제”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이처럼 장기적인 의혹 제기와 파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경찰과 검찰 등 사법당국은 수수방관만 하는 형국이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 ​의혹만 더 키운 전북도 전 비서실장 투기·특혜 의혹 감사결과 

전북도청 전경

한편 지난달 16일 전라북도 감사실은 순창군 부군수와 전라북도 비서실장을 역임한 장모씨의 채계산 출렁다리 인근 투기 및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만 '셀프 감사', '셀프 면죄부'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특정 감사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는 4건에 대해 순창군에 주의 또는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전북도는 이날 '순창 채계산 구름 관광농원 관련'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를 통해 '관광농원 영농체험시설 사후관리 소홀' 등 4건의 지적 사항에 대해 순창군에 '주의' 또는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북도가 내놓은 감사 결과를 보면 크게 4가지 분야로 행정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다. 논란의 핵심 당사자에 대한 투기 또는 특혜 의혹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제외돼 본말이 전도된 감사와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순창군 채계산 인근 투기 및 특혜 의혹 감사 결과 나왔지만...핵심 의혹은? 

그동안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전북CBS·노컷뉴스는 ‘'전북도 전 비서실장 출렁다리 땅' 감사 무더기 적발…핵심은 빠져’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또 다른 특혜를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기사는 “갖은 의혹 가운데 인근에서 추진된 모노레일 사업, 산책로 개설, 사방시설 추진 등 각종 특혜 및 투기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등 핵심은 비켜갔다"고 지적했다.

전북CBS 노컷뉴스 9월 16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어서 "단순 행정업무상 관리 소홀 등 곁가지만 면피성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비판한 기사는 "전북도 전 비서실장에 대한 봐주기식 감사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이유”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지난 6월 초부터 각종 투기 및 특혜성 논란과 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전북도는 6월 24일에야 특정 감사에 나섰지만 제기된 의혹의 핵심을 비켜가고 대신 '주의 조치'와 '시정 요구' 등 두루뭉술한 결과를 내놓아 오히려 특혜 논란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모노레일, 산책로 개설, 사방시설은 특혜로 보기 어렵다?” 의혹 규명 안 돼 

특히 그동안 숱한 언론 보도들에서 제기돼 왔던 전북도 전 비서실장 관광농원 인근에 추진되는 모노레일이나 산책로 개설, 사방시설 등 각종 특혜 및 투기 의혹에 대해서 전북도는 '법령상 문제가 없다‘ 또는 ’특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 이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의혹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는 현 송하진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고위 공무원인데다 퇴직 이후에도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자리로 옮겨 근무할 정도로 지역 내 유력 인사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 사안이다.

전국적으로도 이슈가 컸던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사안임에도 3개월 가까이 아무런 혐의점을 내놓지 못하다 겨우 솜방망이 조치를 내놓은 전북도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경찰 수사권 확대, 자치경찰제 시행 불구 지역 중대 사안에 '잠잠' 

그럼에도 이러한 고위직 투기 및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진행 중인 전북경찰의 수사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아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북경찰청 전경

전북경찰은 잇단 의혹 보도와 파장이 일자 지난 6월 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7월 5일 순창경찰서에서 내사 중인 내용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간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북도 전 비서실장에 대한 투기 및 특혜 의혹과 함께 지역 사회의 해명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장수군수의 수상한 땅 거래와 농협 거래, 각종 특혜성 논란 등에 대해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권 확대와 더불어 자치경찰제가 시행되었음에도 오히려 경찰이 지역의 중요 이슈와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