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물타기'로 국민의 눈과 귀 막고 '엉뚱한 짓'
[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4)] 혼용무도(昏庸無道) 전략
'뉴스 물타기', '물타기 뉴스'는 언론계 내부에 일반화 된 용어지만 그동안 학습효과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어휘가 됐다. 뉴스 물타기는 주로 정치 권력에 부담이 될 주요 뉴스를 희석시키기 위해 다른 대체 뉴스나 흥미로운 뉴스 등으로 섞어버리거나 아예 바꿔버리는 것을 일컫는다.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지배 권력이나 집권당에서 정보관리, 여론관리 차원에서 뉴스 물타기는 흔하게 애용되고 있다. 뉴스 물타기의 전제 조건이 언론이 권력의 하수인격으로 ‘권언유착’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됐다면 권력의 뉴스물타기 시도는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언론이 얼마나 권력에 순치됐는지 뉴스물타기 사례를 보게 되면 쉽게 이해하게 된다. 뉴스 물타기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송사 사장, 언론사 사장 등을 제대로 뽑거나 부당한 간섭을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시대 언론 통제 전략 두 번째로 '혼용무도(昏庸無道) 전략'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혼군'을 '혼군'이라 부르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못한 언론
교수신문은 201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혼용무도는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으로, 혼용(昏庸)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이 합쳐져 이뤄진 말이며, 각박해진 사회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다시 말해 지도자에게 묻는 말이라고 교수신문은 풀이했다.
이 성어의 ‘혼용’은 고사에서 흔히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에서 유래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국정 문란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진실이 실종됐지만 권력은 언론 통제 전략으로 혼군을 혼군이라 부르지 못하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못했다. 혼용무도 전략은 언론이 자발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지만 권력의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의 전략을 구사, 뭐가 뭔지 사회적 혼란을 심화시켰다.
간단한 예로 가수 김흥국이 2011년 MBC 라디오에서 하차한 이유가 2017년 말에 확인됐다. 정부에 비판적 성향을 띤 연예인들을 쫒아내기 위한 ‘물타기용’이었다는 것이다. 김흥국은 당시 퇴출에 항의하며 MBC 앞에서 1인 시위도 했었는데, 그때도 보수의 상징 중 하나인 해병대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왜 해고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진보에 대한 보수정권의 보복이 가해지던 시점이었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 소위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퇴출할 당시 물타기용으로 김흥국을 끼워 넣었다는 국정원 문화예술 블랙 리스트 조사에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공개적으로 보수를 지지했던 김흥국은 자신을 물타기용으로 이용한 보수정권에 대해 “지금 와서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당시는 혼란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진실을 흐리고 의도를 혼란시키기 위해 ‘물타기 방식’은 일반적
정치 권력은 자신의 성향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은밀한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비판적 진보 인사들을 방송프로그램이나 공공기관에서 배제하면서 이를 위장하기 위해 보수 인사 한 둘을 끼워넣는 방식을 택했다. 진실을 흐리고 의도를 혼란시키기 위해 ‘물타기 방식’은 일반적이다. 뉴스 물타기도 바로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민간 언론 감시기관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이와 관련한 좋은 사례를 분석한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2017년 10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640만 달러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에 대해 민언련은 “이미 검찰에 의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데다가 공소시효까지 지난 사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시점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한 이후 갑작스럽게 꺼내들었다는 측면에서 이는 사실상 물타기 행보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전략에 동원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민언련은 “민주당의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시점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재수사 요구와 한국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 유가족 고발 사안을 정치 공방의 한 소재로 묶어 보도하며 한국당의 '물타기' 에 적극 동조한 방송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KBS와 MBC, 채널A입니다.”라고 주장했다.
KBS는 2017년 10월 15일 ‘여 "세월호 재수사" 한국 "노 유가족 고발"’이란 기사 제목을 통해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시점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당과 제1 야당 간의 정쟁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천명하자, 한국당은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 검찰 고발로 맞불을 놨습니다"라며 내용상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그 중요성에 있어서도 비교 불가능한 두 사안을 노골적으로 엮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께 묶을 수 없는 서로 다른 성격의 뉴스를 묶어 보도...물타기
이런 것이 전형적인 뉴스 물타기 사례다. 세월호 참사 최초 보고 시점 조작이라는 중대 사안이 그대로 보도되면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이 사안과는 아무 상관없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전면 재수사와 유족 검찰 고발’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야한다. 함께 묶을 수 없는 서로 다른 성격의 뉴스를 묶은 것 자체가 뉴스 물타기를 한 것이다. 정치권의 잦은 대립보다 더 나쁜 것이 언론의 진실 흐리기식 뉴스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채널A 역시 ‘"박근혜 재수사" vs "노무현 재수사"’(2017년 10월 15일)에서 "여야 정치권은 상대를 적폐세력으로 부르며 과거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당일 얘기를 다시 꺼내들었고 자유한국당은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밝히자며 권양숙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는데요. 여당의 세월호 진상규명 및 재수사 촉구 목소리를 전한 뒤 그 뒤에 이런 민주당의 행보를 '박근혜 정치보복'이라 규정한 한국당 정우택 대표의 "한풀이 굿판식의 정치보복 가하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협치라는 의미이고 협치 정신입니까?"라는 발언을 소개했다.
이런 물타기 보도는 나름의 근거와 명분을 갖고 보도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여야의 공방 가운데 불거진 내용이기 때문에 형식상 물타기 보도를 했다고 비판하는 것도 쉽지않다. 똑같은 사안을 다른 매체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비교해보면 쉽게 드러난다.
같은 사안을 두고, JTBC는 별건으로 '공소시효 지났고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JTBC는 ‘자유한국당,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고발’ (2017년 10월 15일)을 통해 한국당이 이번 고발건을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과 뇌물수수 의혹 등을 제기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정진석 의원 사건과 같이 묶어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이 사안은 "의혹 자체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난 데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을 부각해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 일거에 국내 많은 논란거리 잠재워
물타기 뉴스는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것이다. 과거 정권에 불리한 대형 뉴스가 나올 때는 연예인 마약사건, 스포츠 스타 섹스 스캔들 등을 동시에 터뜨리는 식으로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다. 심지어 김일성·김정일 미확인 사망 소식도 뉴스 물타기 용도로 활용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일거에 국내 많은 논란거리를 잠재워버렸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여당 의원실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격사건과 수사 결과에 대한 의혹, 청와대 개입설 등 한겨레의 추적과 특종 보도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시점에 김 위원장의 사망 뉴스가 발표된 것이다. 그의 사망 뉴스는 자연스럽게 뉴스 물타기 형태로 사회 주요 의제를 바꿔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뉴스 물타기는 국가 주요 뉴스를 다루지 않거나 가볍게 처리하는 대신 연예 오락 뉴스는 과도할 만큼 자세하게 다룬다. 물론 국민적 흥미가 높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신성일의 자서전 팔아먹기식 치졸하고도 부도덕한 언행에 대해 KBS, MBC의 공중파 방송사들은 그를 앞 다퉈 출연시키며 함께 놀아났다.
2011년 12월 9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 출연한 신 씨는 화제가 된 자신의 자서전 내용에 대해 언급한 후 출판 기념회에서의 반사회적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지금도 애인이 있다. 뉴욕에 있다"며 "나같이 튼튼하고 나같이 자유스럽고 몸 건강하고 남보다 조금 잘생긴 사람이 연애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방송은 너그럽게 봐주고 있다. 방송법에는 건강한 사회윤리의식과 미풍양속을 저해할 경우, 제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분명한 유부남이 방송에서 ‘현재의 애인’을 자랑하고 그것을 홍보하여 책 판매에 기여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음에도 공영방송 MBC는 멍석을 깔아줬다. 이 방송의 리포터는 신 씨에게 "지금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등의 질문으로 공중파 방송의 윤리와 품위는커녕 기본이 되지 않은 제작을 했다. 그런 것을 편집을 통해 걸러내야 하지만 부장, 국장도 개념이 사라진 것은 마찬가지로 보였다. MBC는 또 다시 그를 출연시켰다.
2011년 12월 11일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출연한 신 씨는 자신의 자서전을 또 소개하며 “엄앵란과 지금은 냉전 중”이며 “통 큰 엄앵란이니만큼 모두 잊고 잘 지내자”라고 발언했다. 12일 MBC ‘기분 좋은 날-연예플러스’에 출연한 신 씨는 자신의 자서전을 소개하며 그 책에 실린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여인’ ㅇㅇㅇ씨의 비키니 사진을 공개했다. 또 14일 YTN ‘뉴스앤이슈-이슈앤피플’에 출연한 신 씨는 예의 그 자서전 내용을 언급한 후 방송 말미엔 “엄앵란 씨, 37년 전 일 맘에 두지말고 다시 잘해봅시다”는 식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뉴스 물타기 통해 국민의 눈길 뺏긴 사이 대통령은 최순실과...
이런 식이니 공중파 방송 SBS가 가만있지 못한다. 엄앵란은 12월 20일 방송되는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아침'에서 방송 최초로 신성일 불륜 발언에 대해 심경을 전한다고 미리 선전까지 한다. 이들의 가정사가 무슨 공적 가치,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이렇게 야단들일까.
책 출간 판매라는 분명한 목적,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과 신 씨의 무개념 발언 등을 공중파 방송이 앞 다퉈 다뤄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공익성도 공공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머물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사건을 이렇게 자세하게 되돌아보는 것은 대통령이란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대신 연예 오락에 시간을 대폭 할애한 공영방송의 책임이 가볍지 않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이 그 당시는 전체적인 의미와 진실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뉴스 물타기를 통해 연예인의 신변잡기적인 연애담에 국민의 눈길을 뺏긴 사이 대통령은 국정을 팽개친 채 안방에서 최순실과 놀아났다. 장차관도 청와대 수석들도 대통령 한번 만나기 힘들어 서면보고를 했지만 그 부당성에 대해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잠들어 있었다. 침묵으로 일관했고 어쩌다 기자회견이 열려도 질문은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혼자 망할 수가 없다. 참모진과 언론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며 깊은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할 때 병은 깊어지고 대형 사고는 준비되는 법이다. 그래서 모든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언론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하여 국민에게 알릴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 물타기' 왜 나쁜가?
-국가적 주요 사건에 대한 정당한 관심을 불필요하거나 덜 중요한 뉴스로 대체, 국민을 바보로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감시, 견제 역할을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회정의를 훼손, 여론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본령을 배반하는 언론 통제 전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같은 국가적 대형사고로 병이 깊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국가발전을 저해, 국민에게 큰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계속)
/김창룡(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