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림 열전(18)

정치 풍자 '콩트'

2021-09-20     조상식 객원기자

하오문(下午門) 

앞서 무림강호의 무사등급을 살핀 바 있다. 대의명분과 가오다시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구분하였다. 협객(俠客)-건달(乾達)-반건(半乾)-아치(蛾癡, 부나방처럼 어리석다는 뜻으로 지음)-레기(㾢己, 염병앓는 놈이란 뜻으로 지음)다.

메뚜기도 한철이라. 천하대전이 임박하니 너도나도 협객인 양 무림강호를 들쑤시고 있으니. 염병에 땀구멍 막힐 년놈들의 집단이 있으니 하오문이라. 뽀리꾼(도둑)이나 네다바이(사기)꾼, 쓰리꾼(소매치기), 점장이, 기녀 등이 속해 있다.

선택적 기억상실로 중원무림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법비가 있으니 겉은 멀쩡하나 네다바이 선수 아니겠나. 내식구 완장채우기는 하오문만의 독문절기라. 땅뽀리꾼들의 토쏠리는 입정의도 하오문이니 패쑤다.

하오문과 깊은 인연을 맺은 강호인들이 정사무림 곳곳에 암약하니 강호가 레기 천지니. 하오문을 GSGGD로 한방에 정리한 고수가 나섰으나 레기들 왈 "너나 잘하세요~"라. 쩐과 완장만 채워준다면 강시(僵尸)에게도 충성한다는 하오문류의 레기들을 솎아낼 무림지존의 탄생을 손꼽아본다. 

잠시 샛길:

남녀평등, 남녀공학, 돌싱남녀 등 남녀의 앞뒤를 분별해 놓고 왜, 하필 욕할 때만 '년놈'으로 뒤바뀌는 지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강호제현의 도움을 청한다. 

계륵(鷄肋) 

윤춘장이 봄내를 찾아 구김의 은거 고수 진상태와 오찬을 했다. 진상태가 누구인가? 독문절기인 진상독공으로 상대를 치떨리게 만든 후 제압하는 구김의 은거 고수 아닌가.

자타 공인 진상부리기 강호 일인자다. 윤춘장의 처가 추문을 물고 늘어지며 진저리치게 맹공을 펼쳤던 고수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내일의 적이 다시 친구가 된다'고.

윤춘장과 깊은 악연이나 오찬장은 파안대소로 화기애애 했다니 얼척없다. 봄내의 대표 먹거리는 닭갈비와 막국수가 있으니. 

진상태: 오찬은 뭘로 대령할깝쇼?

윤춘장: 음~닭갈비가 땡기네요.

아마 이랬을 듯. 이리하여 닭갈비 즉, 계륵(鷄肋)이 오찬상에 올랐다. 국수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길(吉)한 음식이다. 반면, 계륵은 먹잘 것도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애매함의 상징이니.

윤춘장이 길한 국수를 피하고 애매한 계륵을 택한 속뜻이 있었을까? 진상태나 윤춘장 둘 다 하이바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지라 파안대소 했으리라. 규니 진지에 자의반타의반 머물던 무림고수 하나가 이무상 진지로 갈아탔다.

처음이 무겁고 어렵지 다음에야 깃털처럼 가벼우리니 바야흐로 이적 열풍이 불어오리라. 역병부터 물리치고 고수대전을 치루자며 나홀로 깃발을 들더니 대세가 기울어지자 맨 처음 셀프 이적하니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고자 눌러 참고 있었노라니 풉~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 했으나 간나구들의 죄우명은 나부터 살고 난 다음 친구도 있는 법이니. 몸값이 똥값되기 전 이적이 먼저라. 강호의 대의명분은 간데 없고 하이에나의 생존능력만 대접받으니 거참~이로세.

선작오십가자필패(先作五十家者必敗) 

수호지에 개차반 살인귀가 있으니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다. 인간흉기 이규와 가히 맞짱 뜰 적수가 없었으나 그 역시 임자를 만났으니. 낭리백도(浪裏白跳) 장순(張順)이다.

맨 땅에서야 이규의 미친 쌍도끼를 당해낼 자 없으나 장순은 수중전(水中戰)의 달인이라. 이규에게 먼지나게 쥐어터진 장순이 꾀를 내어 이규를 물가로 유인해 역관광 시키니. 겉으로 드러난 전력만으로 승패를 점칠 수 없으리라.

선작오십가자필패(先作五十家者必敗). 

바둑에서 ‘50집을 먼저 짓는 사람이 진다’는 말이다. 형세가 유리하면 되레 심리적으로 방심하다 지기 쉽다는 뜻이니. 여니와 윤춘장의 부침(浮沈)이 이와 같다. 이무상의 독주와 홍그리버드의 부상 또한 언제 변할 지 모르는 게 강호 인심이라.

잡은 물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했던가. 이무상이 저 싫다고 정도무림을 벗어날 강호인이 얼마나 있겠냐며 광오(狂傲)한 썰을 날렸다. 집토끼는 냅두고 산토끼를 잡겠다는 속내를 드러냈으니.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 집토끼를 단디 지키고 나서 산토끼 사냥도 나서는 법.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더 주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않겠나.

조번비성(鳥飜飛聲) 

꿩잡는 추매가 얼척없는 숟가락 얹기로 강호인들에게 큰웃음 주셨다. 같은 조류(鳥類)과 홍그리버드의 부상(浮上)에 펭귄박수를 치고 나선 것. 다 '내 덕'이라며 감사를 표하라 했으나 홍그리버드는 냉무다.

예전처럼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하이킥을 날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니. “새 뒤집혀 날아가는 소리!” 조번비성(鳥飜飛聲)이라. 강호소졸이 지은 사자성어니 해량하시길. 기실 추매와 홍그리버드는 동문수학한 사이.

같은 반 동기였으니 남모를 정이야 티끌만큼이라도 없을손가. 강호행도 동기이나 정도와 사파로 갈린 운명이라. 일찌기 개꼰과 구김 대가리도 같은 때 하였으니 서로 팔짱끼고 파안대소하지 않았는가.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강호다. 홍그리버드를 향한 추매의 알흠다운 공치사야말로 살벌냉랭한 강호를 훈훈하게 데펴주고 있다.

덧붙여: “새 뒤집혀 날아가는 소리!” 조번비성(鳥飜飛聲)과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견초식음(犬草食音)은 같고도 다른 길을 걸어온 추매와 홍그리버드와 유사하니 헤아려 살피시길. 

주유천하(酒遊天下) 

천하를 술과 벗하여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를 즐기나니 강호소졸과 딱이다. 주유천하 강호인들의 웅심(雄心)은 "인생 뭐 있어, 알콜이제!!"라.

李伯一斗詩百篇  "이백은 술 한말에 시(詩) 백 편을 쓰는데."

강호의 가오는 한 잔 술도 예(禮)와 도(道)를 기울이며 정(情)을 나누니. 잔을 높이 드는 거배(巨杯), 높이 든 술잔을 잠시 멈추고 이를 그윽하게 응시하는 정배(停杯), 목을 뒤로 조금 젖히고 술을 천천히 넘기는 경배(傾杯), 술을 들이킨 후 비운 잔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건배(乾杯) 등이 있다.

하루라도 주(酒)님을 섬기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나니. 저녁이 있는 삶을 지양(止揚)하고 규칙적인 삶을 지향(指向)하는 강호인들이 있으니 주독교도(酒督敎徒)라. 이들은 주(酒)님을 섬길 때면 주독신경(酒督信經)을 읊조린다.

‘얼큰하사 고단한 자(者)들을 위로하여 주시는 주(酒)님이시여.

소주(燒酒)님을 내가 믿사오며 그의 형제이신 맥주(麥酒)님을 믿사오니 이는 양조장에서 잉태하사 낳으신 지 삼일 만에 상위에 오르사 젓가락 우편(右便)에 앉아 계시다가 장사한 지 삼분 만에 육(肉)과 영(靈)이 하나 되어 부활(復活)하시니라. 

주(酒)님을 믿사오며, 안주(按酒)님과, 소맥(燒麥)님이 서로 교통하는 것과, 전주(錢主)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취해야 사는 것을 믿사옵니다. 헤롱’.

주독교도들은 주(酒)님을 섬길 때면 “하늘엔 영광, 땅위엔 평화, 술잔의 평등”을 외치며 창가 ‘곤드레만드레’를 즐겨 부른다. '취하면 천국, 깨면 지옥'이라는 강호의 모든 주독교도들을 위해 메롱!(계속)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