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역전·추격...민주당 전북 경선 '최대 분수령?'
[뉴스 큐레이션] 2021년 9월 18(토)
'대세론', '대역전', '추격전', '전북 대첩', '정세균 사표 어디로?'...
팬데믹 시대에 맞이하는 추석 명절이 비대면 분위기 확산 속에 냉랭하기만 하다. 하지만 정치판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밥상머리가 사라진 추석 명절이지만 정치권은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잡겠다'며 저마다 아우성이다. 특히 전북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표에 관심이 뜨겁다.
전북뿐만 아니라 호남 표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언론들은 호남지역 표심 향배에 온통 관심을 좇는 분위기다. '정세균 사퇴가 전북 정치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전북 정치권의 자위적인 해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는 외면하고 온통 대선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힐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호남일정 돌입한 민주당 경선 주자들…사활 건 지지 호소"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일제히 전북을 찾았다. 다음 주 지역 순회경선이 열릴 호남 민심잡기에 전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달 25일 광주·전남지역과 26일 전북지역 경선이 결선 투표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 70여만명의 권리당원 중 호남은 30%인 20여만명을 차지한다. 따라서 양보 없는 각축전이 호남지역에서 예측되고 있다. 호남은 대의원·권리당원(광주·전남 12만 7,524명, 전북 7만 6,089명)이 약 20만명에 달해 이미 순회경선을 치른 충청(7만 6,623명), 대구·경북(1만 6,170명), 강원(1만 6,292명)을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또 호남 경선 이후인 다음달 3일 공개되는 2차 선거인단 규모는 49만명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역 정가에선 "호남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대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호남은 본선에서 이길 후보에 대한 전략적 투표를 하기 때문에 경선에서도 그 흐름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종 대선 후보를 1~3차 슈퍼위크에서 1~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결과와 11개 지역 순회경선 결과를 각각 세 차례 합산해 결정한다. 1차 슈퍼위크(9월 12일)에는 충청권(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지역 대의원·권리당원 선거인단과 1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까지 75만여명, 2차 슈퍼위크(10월 3일)에는 호남권(광주·전남, 전북), 제주, 부산·울산·경남, 인천 선거인단과 2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까지 약 80만명, 3차 슈퍼위크(10월 10일)에는 경기, 서울 선거인단 약 31만명과 현재 모집 중인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재외국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합산한다.
‘대세론, 대역전, 추격전’...민주당 전북 경선 최대 '분수령' 전망
슈퍼위크에서 과반 득표 즉, '매직넘버'를 달성한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한다. 따라서 호남지역 경선 마지막날인 26일 전북지역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란 분석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호남에서 반전을 노리는 이낙연 후보, 3위에서 추격하고 있는 추미애 후보의 각축전이 볼만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후보들은 향후 대선 경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호남인데다 추석 연휴가 겹친 만큼 여러 날 동안 지역에 머물며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는 앞선 1차 슈퍼위크까지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세를 호남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확실한 과반으로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7일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광주·전남·전북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성남시 대장동 화천대유 특혜 의혹이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데 대해 이 후보는 이날 "불법과 뇌물로 얼룩진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을 공영개발로 바꿔 5,500억 원을 공익 환수했는데 칭찬할 일이 아니냐"며 "그냥 민간개발 허가해서 민간업자가 돈을 벌 수 있도록 방치했으면 칭찬할 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향해 역공을 가했다.
이낙연 후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16일 캠프에 합류한 친문 핵심인 홍영표·신동근 의원이 17일 전북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낙연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도 과반 이상의 승리를 거둔다면 사실상 경선은 끝난다"며 "중도층 확장성이 있는 이낙연 후보를 선택하면 역동적인 경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국민연금 연계, 세계 10대 국부펀드 운용 국가로 만들겠다” 시선
이날 추미애 후보도 전북을 찾았다.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결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데 이날 추 후보 옆에는 장영달 전 국회의원(우석대 전 총장)이 자리를 함께 해 시선을 끌었다.
전북지역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장영달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도왔으나,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0만원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우석대 총장직을 상실한 보기 드문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이날 추 후보는 그린·디지털·균형발전 등을 모토로 한 '전북형 그린 뉴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와 한국투자공사 등의 시너지를 통해 전주를 세계 10대 국부펀드의 도시로 육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스마트 농업 전진기지 구축, 탄소중립을 선도한 탄소 산업 중심지 육성 등을 전북지역 발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와 한국투자공사 간의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켜 현재 세계 17위의 수준인 국부펀드를 3,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10대 국부펀드 운용 국가로 만들겠다"는 이날 추 후보의 공약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재명 후보도 온라인을 통해 “본선에서 확실히 승리하고 국민이 만족할 국가개혁, 경제 성장, 공정 사회를 이뤄내겠다며, 기득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자신에게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민주당 대선 경선의 분수령이 될 추석 연휴와 호남 경선을 앞두고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이들 후보들의 지지선언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몰이 지지선언 잇따라...“줄서기”, “꼴불견” 비판도
전북 청년 기업인·농수산 경영인 등은 16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락에 떨어진 민생과 지방 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는 이재명 후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이재명과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도 이날 도의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사의 압도적 경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내년 대선 승리를 상징하는 2,022명의 뜻을 같이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제·부인 주민들도 김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지역의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이 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전북지방의원과 건설 관련 노조의 이낙연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도 나왔다. 한국노총 건설산업인 노동조합 전북본부는 이날 도의회에서 "도내 14개 시군 1만여명의 기술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후보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신뢰를 얻어 나라를 안정시켰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도내 지방의원 45명(도의원 10명·시군의원 35명)도 이날 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전북의 도약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도지사, 국무총리, 당 대표 등을 두루 경험한 이낙연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이 17일 "대전환 시대의 정신에 부응하고 전북의 문예부흥을 위해 개혁적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전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추 전 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복지와 사회보장에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며 지지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지선언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불나방', ‘줄서기’, '꼴불견'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다. 도내 대학가의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내년 선거가 대선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민주당 경선만 있는 것도 아닌데 정치세력들의 줄서기가 해도 너무한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모 씨(54. 전주시 우아동) 등 시민들도 “줄서기와 지지선언이 유행병이 된 느낌”이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용하고 겸손하게 지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