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총리, 민주당 대선 후보 중도 사퇴...전북 정치권 '충격'
진단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였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함으로써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정 전 총리의 전격 중도 사퇴로 전북 정치권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캠프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30분 정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결정 배경과 사과의 뜻을 지지자들에게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 전격 후보 사퇴
정 전 총리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먼저 밝혔다.
이어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고 덧붙인 정 전 총리는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고맙다. 사랑한다. 두고두고 갚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 전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 배경에 대해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12일까지 집계된 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밀려 4위를 기록하자, 더 이상 경선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많은 계층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며 지역언론들도 지면과 영상을 상대적으로 많이 할애해 주었으나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데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홍준표 후보 이길 확실한 대항마" 주장하더니...심리적 부담 크게 작용한 듯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정 전 총리는 비장한 각오를 보였었다. 지난 10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가파른 상승세로 야당 후보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며 “홍준표 후보를 이길 확실한 대항마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 후보 측은 “도덕성, 안정감, 유능함, 확장성까지 네 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승리를 꼭 이뤄내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12일 강원지역 경선에서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정 전 총리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중도 하차했다. 이에 전북 정치권은 가장 큰 관심지역인 호남지역 경선을 앞두고 사퇴함으로써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 전북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 교수 등 시민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져 왔으나 이날 전격 사퇴함에 따라 정치권에선 "전북 정치의 구심점이 무너진 느낌"이라는 반응과 함께 "남은 대선 정국에서 새로운 판도 변화가 전북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주목된다"는 등의 반응이 엇갈렸다.
'정 전 총리, 누구 지지하느냐'에 다시 초미 관심
한편 정 전 총리는 이날 ‘향후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어떠한 역할을 상정하고 있진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엔 자신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말을 아낀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총리는 전날 발표된 누적 합산 득표율에서 4.27%(2만 3,731표)를 득표했다. 그가 탄탄한 조직세를 바탕으로 여권의 ‘빅3’ 후보로 불렸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추미애 전 장관(11.35%)에게 3위 자리를 내어주면서 추격 의지가 꺾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1위는 이재명 후보로 51.41%를 얻었으며, 2위인 이낙연 후보는 31.08%로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과 26일에 있을 호남지역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의 득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남지역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수가 전체의 30%에 달하는 약 20여만명에 이른다. 지역순회 경선 중 가장 큰 규모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열리는 광주·전남(25일), 전북(26일)의 투표가 본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북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 전 총리가 과연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남은 민주당 경선의 판도와 지역 민심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