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실] '각시붕어' 마지막회-전생의 비밀(4)

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2021-09-01     이용이

다음에는 남섬주부아래 2만 유순 깊이에 있는 아비지옥으로 보내졌다. 이 지옥은 괴로움과 고통을 받는 일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이 없다고 하며, 무간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떨어진 죄인에게는 필파라침 이라는 악풍으로 온 몸을 건조시키고 피를 말려버린다고 한다.

모든 지옥에서 갖은 고통을 주었건만 끝내 연심을 없애 버릴 수가 없어 

또 옥졸이 몸을 붙잡고 가죽을 벗기며, 그 벗겨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묶어 불 수레에 싣고 훨훨 타는 불구덩이 가운데로 집어넣어 몸을 태우고, 야차들이 큰 쇠창을 달구어 죄인의 몸을 꿰거나 입, 코, 배 등을 꿰어 공중에 던진다고 한다. 또는 쇠매가 죄인의 눈을 파먹게 하는 등의 여러 가지 형벌을 받는, 극한 고통이 끊임없이 가해지는 지옥중의 지옥이라고 전해진다.

서왕모와 태백선인은 천상의 여인인 선녀가 인간인 우랑을 사랑해서는 안 되고, 더더군다나 직녀의 남편인 우랑을 짝사랑하여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을 천계에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녀의 우랑을 향한 연심을 없애버리려고 천년이란 세월 동안 모든 지옥에서 갖은 고통을 주었건만 끝내 연심을 없애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왕모와 태백선인은 천년이란 세월동안 쌓인 연심이란 한이 사라지면 다시 천계로 불러올려 선녀의 소임을 다하게 하려고, 마지막으로 선들부락의 마을 우물을 지키며 연심을 없애가며 수행 하도록 각시붕어로 만들어 하계로 보내버렸다. 천년의 세월동안 연심을 없애려고 온갖 고초를 겪어온 선녀는, 아직도 우랑을 잊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며 답을 찾지 못한 채 '연모의 정이란?' 시를 읊어 보았다.

연모의 정이란?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은

그리움은 무엇일까

지나가는 바람

떠나가는 구름

우랑 에게 물어 본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연모하는 나

어찌하면 좋을까

천궁 옆에는 직녀를 도와 베를 짜던 직물공방이...

천상에서는 하계의 인간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는 등 생명을 키워 내는 것을 최고의 공덕으로 삼는데, 영심은 장애인의 몸으로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인데도 불구하고 관세음보살의 은덕을 입어 딸을 낳았다.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착하게 길렀다.

그리고 “딸을 잘 키워 외손주 3명을 두게 됐고 외손주들이 자라 6명의 증-외손주를 두어 생명을 번창케 했으니, 천년동안의 죄를 사하고 상을 내릴 것이다.” 했다. 안내하는 선녀를 따라 영심이 구름을 헤치고 천계에 올라가보니, 구름위로 중국의 자금성보다 훨씬 큰 천궁이 변함없이 금빛을 내뿜으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천궁 옆에는 직녀를 도와 베를 짜던 직물공방이 있고, 그 앞의 정원에는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피어나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었다. 후원으로 발걸음을 돌려보니, 천궁에서 신선 등 귀빈을 초청해서 잔치를 베풀 때에 내놓는다는 하늘에서 자라는 과실 '천도복숭아'를 재배하는 과수원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한 무제에게 바쳐진 서왕모의 천도복숭아 30개중에서 3개를 훔쳐먹은 동방삭이가 3천 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시피,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불로불사 할 수 있다”고 전해오며, 찬상의 과수원에서 천년동안 이슬을 먹고 자란다.

영심이 천상에 올라가 천제와 서왕모, 태백선인을 차례로 뵙고, 천궁에서 같이 일하며 친하게 지냈던 선녀들을 차례로 만나 반갑게 인사하며 예전에 있었던 추억을 더듬어 이야기하며 천궁의 곳곳을 방문하여 보니 세월은 흘렀지만 변화가 없었다.

영심, 보살의 제자가 되어 새롭게 불도에 정진하며 살아... 

며칠을 쉬고 있던 영심선녀가 서왕모에게 직녀와 직녀의 애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을 하자 “직녀와 애들을 만나서 오래 머물지 말고, 얼굴 만 보고오라” 하여 먼저 오작교 끝으로가 직녀를 만나 회포를 풀고, 아이들과도 재회를 하였다.

다시 천궁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관세음보살의 시녀가 나타나 “영심선녀는 전생에 영심과 영심의 할머니, 어머니가 관세음보살에게 많은 치성을 드렸다.” 그리고 “주위의 불쌍한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도와주는 덕을 베풀어 왔다” 그 마음이 갸륵하여 특별히 “관세음보살의 제자로 삼아서 신선교육을 시키겠다.”고 하니 함께 가서 “관세음보살을 모시며 열심히 불도를 닦아 신선이 되도록 하라” 했다

관세음보살이 살고 있는 남인도 해안 보타낙가산으로 구름을 타고 가서 관세음보살을 알현했다. 보살께서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위로하며 “앞으로 정심을 가지고 공부에 정진해 빠른 시일 내에 깨달음을 얻어, 불쌍한 중생들에게 베풀어 주라”고 하셨다. 영심은 보살의 제자가 되어 새롭게 불도에 정진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보타낙가산의 중앙에 있는 끝이 보이지 않은 태평양처럼 넓은 연못에 피어있는 하양, 빨강, 분홍, 연미색 등 수많은 연꽃들도 고개를 들고 예쁜 꽃을 활짝 피워냈다. 싱그러운 향기를 사방으로 내뿜어 올리며 바람결을 타고 춤을 추었다. 히말라야 산에서 수 천리 길을 날아온 불사조이자, 부처님의 축하의 말씀을 전하러온 극락조도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며 영심의 귀환을 축하해 주었다. (끝) 

/이용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