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는 서울로 가고 지스러기는 고향에?...지방소멸 가속

[지방부활시대(24)] 정치인과 고향

2021-08-31     장호순

지방정치가 반짝 떳다방처럼 등장하는 때가 있다. 선거철 이다. 지방에 관계없이 선거 후보자들의 출신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부류는 지역에서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역사회 내에서 정당 활동이나 당원의 숫자가 지극히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당에게는 지역대표자를 배출할만한 권위도 없고 능력도 없다. 

출신지라는 사실 외에는 지역 기반이 거의 전무 

소위 지역 토호로 불리는 사람들이 지역 연고를 발판삼아 시군구 기초의원 자리를 차지하고,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지역사회 정당 활동 의 전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두 번째 부류는 지역 출신 인물로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다가 선거를 앞두고 잠깐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출신지라는 사실 외에는 지역 기반이 거의 전무해 대부분 소위 전략공천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력서는 화려하지만 지역사회의 물정도 모르고, 지역 정서를 이해하고 대변하기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소속 정당 덕분에 당선이 되면 재임 기간 동안 머물지만, 낙선하면 다시는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 들이다.

후보자의 부류가 이렇다 보니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장 신선하고 값싼 사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썩고 덜 비싼 사과를 골라야 하는 우울한 소비자나 다름없다.

그래서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투표율은 낮기 마련이다. 그렇게 선출되다 보니 국회의원은 지역 민심을 무시하고, 지방자치 단체장들이나 의회 의원들이 지역 현안 해결이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 기보다는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소멸' 위기 이유, 유능한 인재를 중앙으로 보내는 구시대 인재관 탓 

언론이 권력자들의 출신지에만 집중하고 거주지는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연합뉴스', 2017년 7월 3일 자; '서울신문', 2017년 8월 16일 자; '동아일보', 2019년 8 월 9일 자; '이투데이', 2019년 10월 3일 자.

지역 유권자들이 유능하고 청렴한 인물을 대표로 뽑기 힘든 이유는 중앙집권 군사독재 시절의 그릇된 인재관이 여전히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집권 시절의 지방사람들은 서울 명문대 입학자, 고시합격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최고로 자랑스럽 게 여겨왔다. 알짜배기는 서울로 가고 지스러기는 고향에 남는다는 식이었다.

중앙에서 지방의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에는 중앙에 지역인재를 보내서 고향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 생존전략이었다. 문제는 민주화 시대에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 인재배출 방식을 금과 옥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중앙부처의 장·차관들이 자기 고향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면 오래 그 자리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시골 마을 입구에는 서울 대학입학, 고시합격, 박사 학위 수료 등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린다. 그러나 그들이 고향에 돌아올 가능성도, 기여할 가능성도, 고향을 자랑스러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자신들이 다니던 학교들이 폐허가 되고, 고향 마을에 폐가가 늘어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빠진 이유는 유능한 인재를 중앙으로 보내는 구시대 인재관 탓이다. 지방부활시대가 도래하려면 지방사람들도 서울사람들처럼 내 지역에 사는 유능한 사람들을 내 지역 대표로 뽑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은 장호순 교수의 저서 <지방부활시대>에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발췌한 연재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