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성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비난

진단

2021-08-26     박주현 기자
KBS 본사 건물 

공영방송 새 이사진들이 속속 구성된 가운데 지역을 대표할 인물이 절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이 준수해 나가야 할 다양성과 지역성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5일 전체 회의를 열고 신임 KBS 이사 11명을 결정하고 대통령 추천을 의결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비공개로 결정한 신임 KBS이사는 △권순범 전 KBS 시사제작국장 △김종민 변호사 △김찬태 전 KBS PD △남영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류일형 현 KBS 이사 △윤석년 광주대 교수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석래 전 KBS미디어텍 대표이사 △이은수 전 KBS심의실장 △정재권 전 한겨레21 편집장 △조숙현 변호사 등 11명이다.

KBS이사 11명 결정, 지역 후보들 대거 탈락 '아쉬움'  

미디어오늘 8월 2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방통위는 지난 4일 KBS 이사 면접대상자로 선정한 후보자 40명 중 상임위원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11명을 이사로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결정되며, 임기는 3년이다.

그러나 선정된 인물들을 보면 대부분 KBS 본사에 오래 재직했거나 교수, 변호사 등이 주로 포진됐다. 지역성과 다양성 보장을 위한 선임이라기보다는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이 나올 만하다. 전북지역에서도 이번 이사진에 신청했던 지역 방송인 출신들과 시민사회단체 출신 후보자들(3명)이 모두 탈락했다. 

앞서 방통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원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면접 대상자 22명 가운데 9명을 이사로 선임했다. 방문진 감사는 상임위원간 협의를 거쳐 박신서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낙점됐다. 

방문진 이사 9명 선임..."정치권 불개입 약속 지켜지지 않았다" 비판 

이번에 선임된 방문진 이사는 △강중묵 전 부산MBC 사장 △권태선 리영희재단 이사장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양재 변호사 △김도인 현 방문진 이사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능호 전 MBC 기자 △임정환 전 MBC 보도본부 센터장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9명이다.

차기 방문진 이사진 명단을 보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부적절한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은 인물도 이름을 올려 반발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도인 이사와 지성우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가 방문진 이사로 부적격하다고 본 '5인방'에 포함됐었지만 선임됐다. 

PD저널 8월 1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또한 권태선 이사장 역시 논란과 비판이 거세다. KBS 시청자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중도 사퇴해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권태선 전 KBS 시청자위원장의 방문진 이사 지원에 대해 “KBS시청자위원장의 연이은 중도 사퇴는 공영방송 시청자대표기구의 위상을 흔드는 엄중한 일”이라며 “누구보다 시청자위원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일에 힘써야 할 위원장들이 스스로 자리를 가벼이 여기고, 위상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과 김기중 변호사는 친정부 성향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본부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최근 임기를 마친 김 전 원장이 또다시 여당을 등에 업고 3년 임기의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려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며 MBC 구성원들은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은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관행적으로 개입해왔던 정치권의 후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따가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방문진 이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KBS· MBC 이사들 대부분 서울 중심, 지역성·다양성 외면  

무엇보다 KBS와 방문진 이사의 면면을 보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욱이 지역을 대표할만한 인사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다. 

지난 11일 전국 각 지역 민주언론시민연합(지역민언련)은 공동으로 ‘지역 대표할 공영방송 이사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 

지역민언련  공동논평(전북민언련 홈페이지 캡쳐)

논평에서 지역민언련은 “공영방송 개혁을 위해 이번에야말로 지역을 대표할 이사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지역성 구현은 공공성의 또 다른 이름이자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논평은 “그동안 지역 이슈가 공론장에 거론되지 못하고 지역방송이 고사 위기에 직면한 데는 지역의 목소리,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대변할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방송법에 지역성을 명시하고 지역방송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의 참여를 명문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의지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한 논평은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KBS가 수신료 조정안을 제출하면서 5대 핵심가치로 다양성을 강조하였고, 지역방송‧서비스 강화를 다양성 구현의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는 점”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KBS 이사회에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 시청자를 대변할 인사를 참여시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며 KBS 이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도 이와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특히 “공영방송의 지역성 강화는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서 공영방송을 개혁하자는 국민적 열망을 수렴해, 그 첫 단추인 지역 대표 이사 선임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못 미치는 이번 이사진 구성에 많은 지역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실망이 크다. 지역 방송인 출신 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출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영방송들이 아쉬울 때만 '지역성 강화'를 외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