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3선 개헌'을 반대하는 김대중 의원의 열변
백승종의 '역사칼럼'
김대중 전 대통령 1969년 군중 연설(유튜브 동영상)
그날은 1969년 7월 19일이었지요. 박정희는 자신이 개정한 헌법에 따라 금지된 3선 개헌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공화당 일당 독재, 정확히는 박정희 자신의 영구 집권을 획책하는 거였습니다.
젊은 날의 김대중 의원(신민당)은 3선 개헌을 강력히 반대하며, 개헌이 되면 결국에는 박정희가 이끄는 공화당의 운명이, 실패한 대통령 이승만 자유당의 것과 똑같이 되고 만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자신은 이땅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때 김대중 의원의 대중연설은 빛났습니다. 효창운동장을 가득 메운 서울 시민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명연설이지요. 날카로운 사실 분석, 정확한 의사전달, 심각한 내용을 전하면서도 간간이 시민들이 배꼽을 쥐게 하였으니,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겠어요.
박정희의 부하들은 서울 시민들이 김대중 의원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도록 급작스럽게 예비군 동원령을 내릴 정도로 긴장하였습니다. 결국에 박정희의 뜻대로 3선 개헌을 단행하였고, 김대중 의원이 예측한대로 '10월 유신'으로 민주주의의 묘혈을 파고야 말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예후(豫候)가 있기 마련입니다. 제 욕심에 눈이 가리워지면 빤한 징후조차 보지 못하죠. 하필 정치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이 김대중 의원의 애국적인 호소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어떠하였을까요. 놀라운 기적이 연출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미친 황소'가 최후의 단말마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아쉬운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지나치면 넘치고, 넘치면 반드시 쓰러집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