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생의 비밀(2)

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2021-08-18     이용이 작가

그리고 천제와 서왕모는 어릴 적부터 직녀의 베를 짜는 시중을 들면서 자매처럼 지내온 선녀에게 은하수에서 구해낸 아이들을 잘 돌보아 주라고 신신당부 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견우와 직녀는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 하며 “선녀에게 7월 7일 서로 만날 때, 달려와서 아이들의 성장 등 자라나는 모습을 전해 달라.” 부탁했다. 이에 영심선녀는 칠석날이 되면, 구름을 타고 달려가 아이들 소식을 전해 주었다.

해가 지나가면서 선녀는 자신도 모르게 백옥 같은 피부에 소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하고, 오뚝한 콧날을 가진 견우가 좋아져서 말도 못한 채 짝사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넘어져서 무릎에 피를 흘리거나 강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려도 구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혼자 앉아 멍하니 오작교만 쳐다보고 한숨을 지었다. 

연심을 지울 때까지 지옥에서 반성하게 하여야... 

이러한 선녀의 모습을 몇 번이고 목격한 서왕모가 몇 차례고 불러서 주의를 주었으나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태백선인”에게 “선녀의 상사병을 어찌했으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태백선인이 “연정은 버리기 어렵고, 더더군다나 선녀는 인간을 사랑해선 안 된다. 연심을 지울 때까지 지옥에서 반성하게 하여야한다”고 진언했다.

이에 따라 선녀는 “죽은 모든 중생들이 심판을 받게 되며, 총 7단계로 되어 있다.”는 초반지옥 중 1단계인 온통 칼로 덮인 산을 의미하는 도산지옥에 보내졌다. 도산지옥은 진광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으로서, 주로 구두쇠들이 가는 지옥으로 이곳의 형벌은 끝없는 칼날을 맨발로 걸어가야 한다.

선녀는 이렇게 칼날이 끝없는 길을 걸어가면서 많은 피를 흘려도 연정을 버리지 못 하고, 무의식적으로 끝까지 걸어가 버려 지옥을 지키는 옥졸들이 놀라 자빠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녀를 초강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으로서, 엄청난 크기의 무쇠 솥에 물을 끓이고 있는 화탕지옥으로 보내 버렸다. 

무쇠 솥에 끓여지는 물질에 빠뜨려져, 살점들이 익어 부어올라도... 

이 지옥은 도둑질을 하거나 빌려간 물건을 갚지 않은 중생들이 가는 지옥이었다. 형벌은 무쇠 솥에 똥물, 용암, 황산 등을 부어서 끓이고, 죄질에 따라 무쇠 솥에 죄인들을 집어넣는다고 한다. 이러한 무쇠 솥에 끓여지는 물질에 빠뜨려져 있으면서, 살점들이 익어서 부어올라도 선녀는 아픈 줄 모르고 쇠로 만든 동상마냥 서있었다.

이에 놀라서 태백선인은 선녀를 송제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인, 한방협곡이라 하는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있는 한빙지옥으로 보냈다. 이 지옥은 주로 불효 여부를 판단하며 이곳에서의 형벌은 한빙협곡에 갇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빙협곡에 갇히어서 몇 달이 지나도 선녀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

또 다시 태백선인은 오관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인, 잎이 칼날인 나무로 이루어져 숲을 이루는 검수지옥으로 선녀를 떨어 뜨려버렸다. 검수지옥은 위기에 몰린 이웃을 구하지 않은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으로, 이곳에서의 형벌은 이 숲에 있는 칼날 같은 잎이 달린 나무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하였다.

나무의 칼날에 베어져 선녀는 피를 흘리면서도 아픈 줄도 모르고 숲을 지나왔다. 이에 화가 난 태백선인은 겉으로는 다른 지옥과는 달리 과일이 많이 매달린 풍요로운 과수원 같은 곳으로, 지옥의 상징인 염라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진다는 발설지옥으로 선녀를 보냈다.

이 지옥은 상대방을 헐뜯는 중생들이 가게 되는 지옥으로 이곳에서의 형벌은, 중생의 혀를 길게 뽑은 뒤에 크게 넓혀놓고 혀 위에 나무를 심고 밭을 간다고 한다. 선녀는 이 지옥에서 형벌을 받으면서 무표정 한 얼굴로, 그리움에 눈물 흘리며 깜깜한 지옥의 하늘만 응시하고 있었다.

발설지옥에서도 효과가 없자, 다음 지옥인 독사지옥으로 보내졌다. 독사지옥은 큰 독사가 살고 있으며, 변성대왕의 심판에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가는 지옥이다. 독사지옥은 강력범죄자를 다루는 지옥으로서 “이곳에서 형벌은 간헐적으로 큰 독사에게 물리게 하거나 중생들끼리 서로 싸움을 일삼도록 한다.”고 전해 내려온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된 자신의 기구한 운명

이 지옥으로 떨어진 선녀는 모두가 무서워한다는 커다란 독사가 사지를 물어뜯어도 아픈지도 모르는지 독사를 쳐다보며 가만히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오고 갖은 욕을 하면서 싸움을 걸어오며 헐뜯어도 무관심하게 가만히 서있었다.

하는 수 없이 선녀를 큰톱을 사용하여 죄수들을 자르는, 귀왕이 있다는 거해지옥으로 보내버렸다. 거해지옥은 태산대왕의 심판을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으로서 “상업적인 거래에 관한 문제와 관련된 죄를 지은 자들 중 주로 살아생전에 사기꾼들이 가는 지옥으로 이곳에서는 톱으로 죄수들의 몸을 자른다.”고 한다.

이 지옥에서는 귀왕이 시킨 대로 옥졸들이 선녀의 몸을 잘라냈다. 피가 쏟아져 내려도 선녀는 아픈 줄도 모르고 지옥의 천정만 바라보고 있다가,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된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돌아보며 '중천'이란 시를 지어 읊었다.

중천

습습한 물안개 사이로

사막처럼 끝없이 펼쳐진

일곱 개의 잿빛 구름장벽

구름의 그물망에 갇혀

지상과 천상사이에

매달려 있는 영혼들

이승에서 쌓인

시리도록 아픈 상처

몸부림치는 고통의 시간들

하나의 관문에 이레 동안 머물며

하얀 영혼으로 표백 될 때까지

잉태된 악연의 씨앗 씻어낸다

환생을 위해 천상계단 오르거나

천인으로 남기위해 기억을 지우고

또 다른 태를 찾아 떠나는 길.(계속) 

/이용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