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폭언 논란 전북테크노파크 '꼴찌' 평가...전북도 산하기관 경영개선 시급
[뉴스 큐레이션] 2021년 8월 13일(금)
전북도 산하기관 가운데 테크노파크와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은 경영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는 15곳의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운영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업부진 등을 이유로 테크노파크와 에코융합섬유연구원에 대해 가장 낮은 '라등급'을 책정했다.
전북도 출연기관의 경영평가 결과가 확정되면서 기관장 교체와 연봉 삭감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전북도가 매년 1,000억원을 투자해 운영하는 출자·출연 기관들의 총체적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평가 결과가 더욱 시선을 끈다.
전북도의회 김대중 의원(정읍2)은 지난 3월 24일 제379회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 “총체적 관리 부실로 출연기관의 상처가 곪아 터졌다”며 “전북도는 관리에 뒷짐을 지지 말라”고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전북도 출연기관들의 내부 인사·보수체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특정 출연기관은 연봉 역전 등 운영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며 “이런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북테크노파크, 에코융합섬유연구원 최하위 ‘라등급’
전북도는 12일 ‘2021년 제6차 전라북도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열고 15개 기관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평가 결과, 자동차융합기술원과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등 3곳이 ‘가등급’으로 평가됐다. ‘나등급’으로 분류된 기관은 경제통상진흥원, 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신용보증재단, 전북연구원, 여성교육문화센터, 국제교류센터 등 6곳이다.
‘다등급’은 전북개발공사, 콘텐츠융합진흥원, 인재평생교육진흥원, 전북문화관광재단 등 4개 기관으로 나타났다. 전북테크노파크, 에코융합섬유연구원 등 2곳은 ‘라등급’에 그쳤다. 지난해 이들 기관은 다등급에서 한단게 낮은 라등급으로 하락한 것이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7일 전북테크노파크는 전북디자인센터에서 폭언·갑질로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전북테크노파크 노조지부는 이를 문제 삼으며 전북디자인센터장의 재임용을 반대, 자진 사퇴를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전북디자인센터는 전북도 및 본원과 멀리 떨어진 독립된 공간으로 운영되는데다 독단적인 인사 시스템으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산업디자인 전문가인 모 팀장은 괘씸죄에 걸려 전공과 무관한 부서에 배치됐고, 일부 팀원은 강제 전출되는 등 내부 관계자들의 피해 호소가 계속 이어져 나왔다.
전북디자인센터는 전북테크노파크 산하 특화기관으로 송하진 도지사 공약에 따라 산업디자인 육성과 지역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 문을 연 곳이다. 지난해 ‘라등급’이었던 전북개발공사,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문화관광재단은 한 단계 높은 다등급으로 올랐으나 역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전북도는 이번 경영평가 결과를 기관 임직원 성과급 및 연봉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고, 부진기관에 대해서는 2022년도 정원 증원을 금지하는 등의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 밝혔지만 말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전북도는 재임기간 2회 연속 ‘라등급’ 이하 평가 결과를 받은 기관장에 대해선 전라북도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사회에 기관장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 평가 결과와 지난해 결과를 비교해 보면 해당 기관이 없다.
다만 전체 기관장 중 상당수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민선 8기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어 출연기관의 대대적인 조직 혁신과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교류센터장과 콘텐츠융합진흥원장, 여성교육문화센터장의 임기가 올해 끝나게 된다. 또 전북개발공사, 전북테크노파크, 문화관광재단 등 기관장들 임기도 내년 상반기까지다.
따라서 경영 평가에서 부진한 기관장에 대해선 재신임 여부 등 인선 작업에 불이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특히 올해만 3명의 기관장 임기가 끝나고 내년 상반기에도 3명이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있어 대거 물갈이가 예상되는 분위기다.
전북개발공사,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문화관광재단 지난해 '라등급'
한편 지난해 전북도 15개 출연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는 전북도생물산업진흥원과 전북도경제통상진흥원이 최고인 ‘가등급’을 획득했었다.
지난해 평가 결과에서는 자동차융합기술원 등 7개 기관이 ‘나등급’, 테크노파크 등 3개 기관이 ‘다등급’, 전북개발공사 등 3개 기관이 ‘라등급’, 최하인 ‘마등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전북도 출연기관 등급별 경영실적 평가는 다음과 같다.
▲가등급= 생물산업진흥원, 경제통상진흥원
▲나등급= 자동차융합기술원, 신용보증재단, 전북연구원,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여성교육문화센터, 국제교류센터
▲다등급= 테크노파크, 에코융합섬유연구원, 인재평생교육진흥원
▲라등급= 전북개발공사,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문화관광재단
앞서 2년 전인 2019년 평가에선 생물산업진흥원, 군산의료원, 전북연구원이 최우수에 해당하는 ‘가등급’을 받았다. 경제통상진흥원, 신용보증재단, 여성교육문화센터, 남원의료원은 우수 등급인 ‘나등급’에 해당했다. 전북개발공사, 테크노파크, 자동차융합기술원, 에코융합섬유연구원,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인재육성재단, 국제교류센터 등 7곳은 보통 등급인 ‘다’를 받았다.
15개 기관중 최하위 등급인 '라등급'을 받은 문화관광재단은 당시 새만금 아리울 공연 중단, 각종 공연 관광객 11% 감소, 투자 대비 수입액 22% 등 저조한 경영실적으로 낙제점을 받았었다.
전북도 15개 산하기관 운영에 1,000억 투자...'부실'
한편 전북도의회 김대중 의원(정읍2)에 따르면 15개 전북도 산하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은 1,740명으로 올해 본예산 기준 도가 기관들에 지원하는 출연금은 84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사업비 예산을 더하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출연기관들에 지원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방만하고 제멋대로인 기관운영으로 기관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역 산업 과학기술 혁신 거점기관인 전북테크노파크는 지난해 부적정한 보수체계와 이사회 운영, 근무성적 평정 및 승진 인사 소홀 등 11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또 지난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조직개편과 정원조정을 단행하면서 전북도와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하는 등 지도·감독 권한조차 무시했으며,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보수체계 산정마저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개발공사는 재직기간이 10년이 되면 초임과 비교해 2,200만원 가량의 연봉이 인상되지만,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은 연봉 상승분이 900만원도 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천차만별이어서 출연기관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중 도의원은 “곪아 터진 상처를 일시적 처방으로 덮기보다는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재도약의 지름길”이라며 “더 이상 같은 문제로 출연기관의 경영개선을 촉구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