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의 ‘입시 스펙', 어떻게 달라졌나?

[기획] 팬데믹 시대 학교 교육·대학 입시, 어떻게(1)

2021-08-13     박주현 기자

팬데믹(Pandemic, 대창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학교 교육에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시기를 건너뛰고 ‘코로나 이후’ 학교 교육과 입시를 바로 논하기는 어렵다. 팬데믹 상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텅 빈 교실,

더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학교 교육 방식은 많은 문제가 도출되고 있다. 대학 입시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팬데믹 시대의 학교 교육과 대학 입시 체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기획 시리즈'로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사례 1 

2019년 8월. 전국으로 몰아닥친 '조국 사태'라는 거대한 이슈의 물줄기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운영 등에 관한 의혹과 함께 대학 입학 공정성 논란이 주를 이루며 진보와 보수의 두 진영으로 우리 사회를 갈라놓았다. 거대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한 가운데에는 바로 대학 입학의 공정성 문제가 화두로 작용했다.

이른바 동양대 표창장 등 학교 생활 외의 스펙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당시 ‘윤석열 검찰’의 표적 수사, 선택적 수사와 보수언론들의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영어 문화권에서 자주 쓰이는 'I got you'의 약어(略語)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딱 걸렸어' 정도로 해석되는 ‘가차(Gotcha)’를 부각시킨 저널리즘의 유형)이 난무한 결과는 2년이 넘도록 진위를 가리지 못하고 공방 중이다.

학교 외 스펙 입시 활용, ‘유죄?’

조국 사태 발생 후 2년이 지난 이달 11일 법정에서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항소심 재판부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이른바 '7대 스펙'을 비롯한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딸 조민씨의 고려대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될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부장판사)는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업무방해 등)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조씨가 2010년 고려대 학부,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활용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STI) 인턴 확인서 등이 모두 허위 또는 과장됐다는 것이다. 

숱한 의혹 제기 불구, '자녀 입시 부정'에만 초점 

이번 판결로 고민에 빠진 대학은 고려대와 부산대일 것이다. 고려대의 학사운영 규정에는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와 입시 부정, 서류의 허위 기재 및 위변조 등 입학 전형 관련 부정행위가 확인된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고려대가 조씨의 입시 서류를 모두 폐기한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조씨가 입학한 시기엔 입학 관련 서류 보존 기한이 5년이었기 때문에 입시 서류가 이미 폐기됐다.  부산대 의전원의 경우도 조씨가 지원할 당시 모집요강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되면 졸업 후에도 학적을 말소한다'는 내용을 명기했다.

법원의 2심 판결을 존중해 대학 측이 학위를 취소하게 되면 조씨의 의사 면허도 무효가 될 수 있지만 문제가 복잡해진다. 의료법 제5조는 의대나 의전원 졸업자만 의사 면허를 딸 수 있는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조씨는 올해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고 현재 한국전력 산하 의료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들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당시 입학 평가 기준과 외부 스펙의 반영이 학교마다 다르고 스펙의 공정성과 평가 반영 논란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인 대학들이 지금도 많다. 

조씨 입학 취소 여부에 대해 6월 "(정 교수의) 2심 판결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던 고려대는 이날 "판결문을 확보해 검토한 뒤 본교 학사운영 규정에 의거해 후속 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부산대도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공정위)에서 조씨의 의전원 입학전형 제출 서류와 관련 판결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비리 혐의 수사로 촉발된 '조국 사태'는 결국 자녀의 입시 부정에 초점이 가해지는 형국이 됐다. 그 많던 비리 혐의들은 서서히 사라진 채 입시 비리, 즉 대입 평가의 공정성 앞에 멈춰선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많은 대학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례 2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던 2019년 하반기 전북의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에서도 입시 비리가 터졌다. 현직 교수가 두 자녀를 본인 논문의 공저자로 올려 입시에 활용했다가 들통이 났다. 

그해 7월에 실시된 교육부 특별 감사에서 지적돼 경찰 수사까지 이뤄져 '아빠 찬스' 논란이 확산됐다. 그런데 1년 후인 2020년 10월 무슨 일인지 이를 수사하던 전주지방검찰이 해당 교수의 '논문 비위'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함에 따라 파장이 더욱 컸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 있다.

검찰, 자녀 2명 논문 끼워 넣은 전북대 교수 ‘불기소’ 왜?

전북대 전경

교육부는 감사 결과 "해당 교수는 본인의 논문 여러 편에 고등학생 신분이던 자녀 2명을 공저자로 올리는 등 '부당한 저자 표시'로 연구 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감사 이후 “교수가 자녀를 허위로 논문 공저자로 기재해서 활용한 사례들은 많이 있었으나 그것을 직접 해당 대학의 입시에 활용해서 이득을 취한 경우는 처음”이라는 지적을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으로 여겼다. 

더구나 자녀 2명이 합격한 곳은 아버지가 교수로 몸담고 있는 같은 단과대학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교육부와 전북경찰은 자녀 입학 평가에 참여했던 해당 대학 교수들과 입학사정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를 펼쳤다. 

교수 자녀들이 학교 이외의 스펙인 아빠 논문을 입시에 활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수사했다. 그런데 이를 이첩 받은 검찰은 해당 교수가 연구원 인건비(6억 5,000여만원)를 빼돌린 혐의 외에 논문과 관련된 업무방해 혐의 등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소하지 않았다. 

자녀들이 참여한 실험은 고등학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연구노트를 작성하는 등 실험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적한 교수 부모를 둔 자녀들의 '아빠 찬스'와는 전혀 다른 시각이었다.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했지만 1년 만에 결과가 뒤집힌 셈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전북대 교수, 자녀와 조카까지 논문·입시·장학금...총체적 비리" 지적

2019년 10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영교 의원이 전북대로부터 제출받아 언론에 공개한 ‘전북대학교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조사자료에 따르면 해당 교수의 비리 행위 혐의는 미성년자 허위 논문·부정 입시·연구비 횡령·부당 성적 및 장학금 수여 등 교수 업무 범위 내 모든 부분에서 드러났다. 

당시 문제의 논문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5건으로, 자녀들이 실험에만 일부 참여하고 논문의 작성·수정·투고 등에 참여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부당하게 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4건은 농촌진흥청에서 사사받아 공신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연구논문에 대하여 정부 예산을 받은 인센티브를 두 자녀에게 각 100만원 지급한 사실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전북대에 입학한 조카까지 부당한 학점을 부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조카 역시 해당 교수의 7과목을 수강한 후 7과목 모두 A+를 부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두 명의 자녀와 조카는 성적을 토대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성적우수장학금·교직원자녀장학금을 포함해 총 1,700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이 교수를 경찰에 고발했고 전북대에 중징계 처분을 통고했지만, 이 교수가 행정·재정상 재심의 청구를 함으로써 징계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북대는 이러한 파문이 일자 해당 교수에 대해 직위 해제와 함께 두 자녀는 입학을 취소시켰다. 

그러나 검찰의 불기소로 문제는 달라졌다. 올 초 교육부는 전주지검의 불기소 결정을 다시 따져달라며 광주고등검찰청 전주지부에 항고했지만 논문 공저자 문제가 불거진 뒤 대학 입학이 취소된 두 자녀에 대한 입학 취소처분 철회 행정소송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입시 공정성, ‘이현령비현령’ 취급...큰 문제 

두 사례 외에도 그동안 교수 부모가 자녀의 대학 입시에 필요한 논문 등 각종 스펙을 만들어 수시전형으로 합격시키는 불공정 논란이 많은 대학에서 수시로 제기됐다. 그 때마다 사법당국은 수사를 벌여왔지만 대학-교육부-경찰-검찰-법원의 시각과 잣대가 들쭉날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입학사정관제(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가 도입되면서 이러한 공정성 논란은 더욱 심화됐다.

한쪽에서는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대학의 입시 문제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곤 한다. 

다시 조국 사태로 돌아가 보자.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항소심 재판에서도 입시 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무죄 부분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벌금과 추징금 액수가 대폭 줄었다. 

입시 비리에 대해선 1심에 이어 엄한 단죄가 내려졌고, 사모펀드 의혹은 검찰 기소가 과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데 주목할 대목은 공정성에 관한 재판부 판단과 변호인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입시제도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 내지 기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결과에까지 이르렀다”며 정 교수의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으나 변호인은 “재판부 논리를 그 시대 입시를 치렀던 사람에게 적용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냐”고 항변했다. 

조국 사태 핵심이 되어버린 '입시 스펙', 대법원 판결 주목 이유 

일부 언론들은 “남들도 그랬다는 게 면책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해석과 함께 “부모의 기득권을 이용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무겁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조국 일가'에서 입시 비리에 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를 바라는 기사와 사설들을 많이 내보냈다.

하지만 조국 사태의 본질은 애초 ‘권력형 비리’ 프레임으로 접근했었다. 이른바 검찰의 ‘표적 수사’라는 지적을 받은 조국 사태의 초기 핵심 사안이었던 사모펀드 의혹이 이번 재판부에서 부풀려진 것이란 게 판결로 확인된 만큼, 검찰의 수사·기소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입시 관련 외부 스펙들의 유죄 인정 또한 상당부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이 점에서 대법원 판결이 더욱 주목된다. 교수가 직접 작성한 논문에 자녀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려 입시에 활용했지만 검찰의 기소거리조차 안 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입시 문제의 핵심인 공정성 논란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취급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누가 하면 죄가 되고, 누가 하면 죄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아말로 가장 '불공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 (계속)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