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림 열전(8)

정치 풍자 '콩트'

2021-08-11     조상식 객원기자

윤춘장과 전대갈

'쿵푸 팬더 취권' 말고는 이렇다 할 무공 내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윤춘장. 느닷없이 구김객잔에 신상을 까고 기어 들어가니 강호의 뻐꾸기들이 들끓었다. 서로 윤춘장을 보쌈하려던 종인거사는 다 된 밥 뜸들이다 엎은 격이오, 따릉이는 낄낄빠빠 쓴웃음을 날렸다. 종인거사의 의문의 일패다.

흡정마공(吸精魔功).

상대방의 원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공력을 증강시키는 마교의 무공으로 진기를 흡수당한 상대는 정혈이 고갈되어 목숨을 잃게 된다. 무림 강호를 시산혈해(屍山血海)로 만들며 지존의 옥좌를 강탈했던 마교 전대갈의 독문절기다.

기실 윤춘장이 전대갈의 흡정마공을 전수받은 전인이 아닐까 강호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 첫째는 무공 구결과 기수식(첫 초식 자세)이다.

전대갈의 흡정마공 구결은 '정의사회구현' 여섯 글자다. 기수식은 '안하무인'이다. 윤춘장의 무공 구결도 '정의공정상식' 여섯 글자다. 기수식은 '도리쩍벌'이다.우연이라치기엔 너무 닮았다.

둘째는 흡정마공 시전이다. 전대갈은 수많은 정파 무림인들의 피를 먹고 대가리를 탈취했다. 윤춘장은 정파무림의 아픈 손가락 조구기와 꿩잡는 추매의 진기를 빨아들여 절정 고수가 됐다. 주군을 물어뜯는 추임새 또한 빼박이다.

셋째는 지전푼 앵벌이다. 전대갈은 천외천의 수공을 핑계로 코묻은 지전까지 삥뜯었다. 윤춘장은 강호 약탈을 막겠다며 구김행을 감추고 강호인들의 지전푼을 거둬들였다. 지전푼 긁어모으는 수법이 닮고도 닮았다. 정파 무림인이라면 반드시 풀어야 할 의문의 숙제다.

설지검(舌之劍)

정파 무림에 때아닌 연장 시비가 붙었다. 닭칼과 소칼은 다르다는 여니의 썰공(攻)에 이무상 호위무사가 소칼로 닭도 못잡냐고 반사썰공(攻)을 날리면서다. 설지검(舌之劍) 일합이다. 규니는 진검으로 겨루자고 일갈했으나 메아리는 없다. 낙엽은 바람을 원망하지 않고, 무사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표창검의 이쑤시개는 표창이 되어 사파 고수들의 급소를 찔렀고, 나베의 빠루는 도검이 되어 정파 고수들의 가슴을 베었다. 강호 무사들은 '연장관리 철저!'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산다.

소칼과 닭칼이 다르지 않고, 제것이라면 이쑤시개와 빠루도 연장관리에 철저하다. 무사라면 칼을 뽑을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삼사일검(三思一劍), 세 번 생각하고 칼을 뽑는단 뜻이다.

부득불 칼을 뽑았다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게 강호의 법도다. 한 번 뽑은 칼을 도로 칼집에 넣는 것은 무사의 수치다. 무사라면 그만큼 칼을 뽑는 것을 무겁게 여긴다. 병서에는 상대를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상대방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것이라 했다.

기세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최상의 병법이다. 혀의 칼로 상대방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려는 건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야비한 수법이다. 무림 지존에 도전하는 절정 고수라면 기세와 내공으로 상대를 넘어 강호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규니의 일갈처럼 그만 설지검을 거두고 일도양단(一刀兩斷), 진검 승부에 나서는 게 옳다. 강호인들은 '원칙 있는 승리'를 보고 싶다.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소화자의 취권을 연성해 연일 술만 찾는 윤춘장. 보다 못한 이무상이 술꾼이나 하라며 일장을 날렸으나 어찌하랴. 익힌 게 취권이라 술없이는 '도리쩍벌' 품새도 흐느적이다. 

취권을 터득할 때까지 술을 끼고 살 것이나 소화자마냥 빨간코가 되어야 그 때를 알 수 있다. 윤춘장의 구김행으로 천하대전의 정족지세(鼎足之勢)가 일거에 무너진 듯 보이나 강호의 내일을 누가 알리오.

정사무림의 틈새에서 유쾌한 반란을 꾀하는 경장동연의 보법이 빨라지고 있다.호위무사 조정검이 전환방과 민생련의 합병에 나서며 천하삼분의 계책을 도모하고 있음이라.

민생련. 한 때 강호 3대 문파로 위세를 떨쳤으나 경자(庚子)대첩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전멸하며 절치부심 봉문(封門)에 들어갔다. 비록 봉문 중이나 은거 고수들이 즐비하니 때가 이르매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기실 민생련의 창업주는 철수포차 안초딩. 민생련을 창업하여 천하삼분의 기세를 올렸으나 수성에 실패하며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구김객잔과의 합병으로 생로(生路)를 열고자 하나 따릉이의 갑질로 수모를 겪으니 구김의 푸대접이 복(伏)중 북풍한설이라. 사면초가다.

궁즉통(窮則通), 달리 길이 없으면 경장동연과 합종(合從)에 나설 공산이 있다. 경장동연과 철수포차의 합종은 천하대전의 판을 흔들 수도 있으리라. 강호 소졸의 구경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주초위왕(走肖爲王) 

반정으로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 된 중종. 개혁가 조광조를 중용하여 반정 공신을 견제하고 개혁을 추진했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조가 성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된다.'

나뭇잎에 새겨진 주초위왕 네 글자는 개혁가 조광조를 함정에 빠트려 비운의 죽음을 맞게 했다. 표ㆍ창ㆍ장 세 글자는 개혁가 조구기를 멸문지화에 이르게 했다. 무림지존도 '마음의 빚을 졌다'며 애잔해했다.

조구기는 정파무림의 아픈 손가락이다. 자신의 가족을 멸문지화로 내몬 윤춘장에게 살부지수(殺父之讎)와 다름없는 원한이 맺혀있다. 조구기를 궁지에 몰아넣은 윤춘장은 '도리쩍벌' 쿵푸 팬더의 품새로 소화자의 취권을 시전하며 강호를 주유하고 있다.

허나 전대갈의 흡정마공(吸精魔功)을 전수받아 상대의 공력을 빨아들이며 반사체로 그 허세(虛勢)를 유지(Yuji)하니 조구기와 추매가 그 상대라.

추매. 꿩잡는 매라며 기세를 높였으나 약하디 약한 공력마저 윤춘장에게 빨리니 녹슨 동경(銅鏡) 신세가 되었다. 조구기의 내공은 입신의 경지로 명경(明鏡)과 같았으나 윤춘장의 흡정마공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공력을 소모하니 일신(一身)을 보호하기도 곤란한 지경이다.

윤춘장이 조구기의 진기를 완전 흡수하는 날, 스스로 발광체가 되어 강호인들의 눈을 멀게 할 지도 모른다. 참담한 일이나 당금 무림의 현실이다. 은원(恩怨) 관계를 셈하여 계산하는 게 강호의 섭리라.

은혜를 모르거나 원수를 갚지 않고서 진정한 무사라 할수 없는 법. 허나, 조구기의 시간은 아직 이르지 못하였으니 운기조식으로 뒤틀린 기혈을 가다듬고 일공일수 허허실실(一攻一守 虛虛實實)하며 후일을 도모함이 마땅하리라.

지존 내심(內心) 

정파무림 육룡간 혈투가 무공 대결은 뒷전인 채 적자 서자 얼자 시비로 홍역을 치렀다. 비무(比武)로 서열을 정하는 게 강호 이치거늘 출신 성분따라 성골 진골 육두품으로 가르고 나누는 암수에 강호인들은 혀를 찼다.

그 중심에는 무림지존의 내심(內心)이 있다. 천하대전에 무림지존의 불개입 원칙은 강호의 불문율이다. 하여 지존은 묵언하며 천하대전과 거리두기하나 내심을 빙자한 잡썰들로 개꼰주점이 소란하다.

무림지존의 분신이라던 바둑이의 강호 퇴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가 천리전음(千里傳音)으로 엄근진 여니에게 내심을 전하니 강호가 술렁였다. 이에 질세라 사이다 이무상도 좌주민 우재정을 '부엉이' 양날개 삼아 맞짱을 질러갔다.

부엉이는 자타 공인, 지존의 친위무사 집단 아니던가. 지존 내심을 둘러싼 일합이다. 여니가 재차 지존의 정신적 지주인 송인선사를 업고 공세를 펴자 이무상은 지존의 복심이자 무관의 책사 양철봉이 우군인양 연기를 피웠다.

지존 내심을 둘러싼 이합이다. 송인선사는 여니말고 김이장도 돕고 있으니 하늘을 걸어다닐 경지의 경공인 능공허도(凌空虛道)를 시전중이다. 초절정 고수다운 초식이다.

개꼰주점 고수 확보전도 뜨겁다. 이무상과 여니가 각 40을, 규니가 30을 규합해 세몰이중이다. 김이장은 필마단기를 얻었고 추매와 용진협은 나홀로 뜀박질이다. 남은 고수들은 속내를 감추고 형세를 관망중이나 조명모낙(朝明暮洛: 아침에는 이무상, 저녁에는 여니란 뜻)하는 고수들이 적지 않은 지라 드러난 병력만으로 군세를 가늠키는 어렵다.

강호인들은 육룡들의 고수다운 절정 내공과 갈고 닦은 고강한 무공이 펼쳐지길 기대했다. 전에 볼 수 없는 수준높은 비무는 간데 없고 서로 치고 패는 박투술(搏鬪術)이 전부라 실망하는 강호인들이 늘고있다. 지존 내심은 강호인들의 관심법에 맡겨두고 육룡들은 각성하고 분발하기 바란다.(계속)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