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천사의 날개 옷(4)

이용이 소설 '각시붕어'

2021-08-04     이용이

우리나라 왕궁의 조원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비원을 구경하고, 벤치에 앉아 오후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딸 정자와 외손녀, 외-증손들과 모여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영심은 “딸을 잘 둬 가족이 많아지게 되었다.”생각하며 행복을 느꼈다.

다음날 사위가 남산 타워에 올라가 보자고 졸라댔다. 정자와 함께 자가용으로 출발,삼선교를 거쳐 종로와 을지로, 충무로를 지나 대한적십자 앞으로 올라갔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 정상으로 가면서, 광화문을 비롯한 남대문 등 시내전경을 구경했다. 

1초에 4미터 이동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전망 엘리베이터 홀에 올라가보니... 

케이블카에서 내려, 봉화대를 지나 팔각정에 앉아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236.7미터 위용을 자랑하며 남산위에 우뚝 솟은 남산타워로 향했다. 남산타워는 2005년 남산서울타워의 타워층을 N서울타워로 개칭, 개.보수했다.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 우리나라 서울의 공간적 중심지이며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남산은 서울의 아름다운 자연과 21세기 첨단기술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조화로움으로 휴식공간이자, 문화복합공간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었다.

1초에 4미터를 이동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전망 엘리베이터 홀에 올라가보니, 서울전역은 물론이고 동쪽으로는 양평 용문산, 서쪽으로는 인천 앞바다와 남 인천항, 남쪽으로는 남한산성, 북쪽으로는 개성 송악산까지 파노라마처럼 연이어 펼쳐져 보였다.

전망엘리베이터 홀에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과 국내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발 디딜 틈이 없어, 천천히 관광객들의 뒤를 따르며 유리창너머로 경치를 구경했다. 남산 구경을 마치고 서울 도심에서 가까이 위치하면서 천혜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에 있는 서울대공원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서울대공원은 창경궁을 복원하기 위해 1984년에 창경궁의 동물원과 놀이시설을 과천시로 이전하면서 개원했고, 국내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 테마파크라한다.

세계 각국의 야생동물들이 살아 숨 쉬는 서울동물원,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서울랜드, 자연과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테마가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서울대공원 캠핑장, 신나는 어린이 체험놀이터 기린나라, 근현대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구성되어있었다. 많은 구경거리가 눈에 띄었다. 

어느덧 영심이 100세가 되어 정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내려와 수연 잔치를... 

영심은 특히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와 키가 180센티미터 정도인 고릴라를 보았다. 캥거루와 커다란 새같이 생긴 타조, 등에 혹이 달린 낙타, 물웅덩이 쪽에서 물을 뿌리고 있는 코끼리, 자주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코뿔소, 물속에서 잘 나오지 않은 하마, 사자우리에 있는 사자 등을 재미있게 구경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며칠 동안 유명 관광지 구경도 하고 정자와 가족들과 함께 재미있게 지냈다. 가족들에게 많은 선물을 받은 후, 정자의 자가용을 타고 조성 집으로 내려왔다. 영심은 집에 내려와 평소에 하던 습관대로 마루에 앉아, 손톱으로 삼을 째가지고 가는 삼들을 허벅지에 문질러 삼실을 만들어 갔다. 길쌈에 몰두하여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매일 동네 아낙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일했다, 어느덧 영심이 100세가 되어 정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내려와, 마을사람들과 모여 “상(100세)수연 잔치를 벌였다. 모두들 영심의 장수를 축하해주며 “장애인 몸으로 굽히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어주고, 좋은 일을 해주어 복을 받았다.”고 칭찬해주었다.

상수연 잔치가 끝나고 삼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동네 아낙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영심이 슬며시 쓰러졌다. 아낙들이 깜짝 놀라서 보성에 있는 아산병원으로 옮겼다. 정자와 가족들이 서울에서 내려와 병원으로 가보니, 담당 의사 선생이 “다른 병이 있는 것이 아니고, 연로 하셔서 돌아가실 때가 된 것이니 준비하라.”고 알려주었다. 

“엄마는 지옥같이 힘든 세상에서 네가 있어서 항상 즐겁고 행복했다, 참으로 고맙고, 잘살아 가거라..." 

그날 저녁에 영심의 임종이 다가왔다는 연락을 받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 눈을 감고 있던 어머니 영심이 눈을 뜨고 정자부터 찾으며 가족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그리고 정자의 손을 꼭 잡고 “엄마는 지옥같이 힘든 세상에서 네가 있어서 항상 즐겁고 행복했다. 참으로 고맙고, 잘살아 가거라.” 하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갔다.

정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을 보내다, 툇마루에서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잠이 들었다. 어디선가 어머니의 젖 냄새가 바람결에 묻어나와 콧등을 적시자, 어머니를 그리는 사모곡 같은 졸시를 지어 읊으며, 명복을 빌어 주었다.

어머니! 살바람타고 오셨나요

송글송글 피어나는

분홍치마바람 같은

어머니의 살바람이

나의 가슴으로 들어오며

주변을 맴 도네

살바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어머니의 불사조바람

그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바위를 쪼개는 것처럼

언제나 좁은 틈새로 들어오시네

아기 찾는 어머니처럼

문풍지를 헤집고 들어와

여기저기 고향의 집 주위를

맴돌고 있다네

얼굴을 스치는 살바람 결에서

어머니의 땀에 젖은 살 내음이

묻어나오네

어머님 나이가 된 자식들이

마냥 아이들 같이 걱정되고 그리워서

떠나지 못하고 오늘도 찾아오시네. 

 /이용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