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림 열전(5)

정치 풍자 '콩트'

2021-08-01     조상식 객원기자

‘정치 무림 열전’이 지난 7월 23일 첫회를 시작으로 많은 독자들의 관심 속에 주 1-2회 소개되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바라본 우리 시대 정치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콩트란 점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콩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 정치인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가상의 인물들이란 점, 정치를 풍자한 콩트이기 때문에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사파무림

시절이 하 수상하니 기상천외한 무공으로 강호를 어지럽히는 무림 집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황산벌 벌교 싸나이들의 거시기는 귀요미요, 여무사들도 빠루검법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구김객잔이 사파무사들의 은신처이며 점소이는 '따릉이'다. 따릉이가 "바지짱 안하고 대가리 하겠다"며 영업 방식을 바꾸면서 호기심 많은 강호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일단은 성공했다. 호객(呼客)투구전(鬪口戰)이 그 시작이다.

그동안 '대가리' 맘대로 뽑았던 호객꾼을 목청 큰 순서대로 선발하니 보기에 좋았더라. 그 여세를 몰아 강호 입문 자격 조건에 '폭주 본능(엑셀) 확인서'를 추가하자고 나서니 구김객잔 내에서조차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차하면 '실성기감별서'도 추가하자 나설 태세다. 사파무림에서 천하 대전에 참전한 고수들만 줄잡아 스물을 헤아린다. 구김객잔 소속 무사가 열넷이요, 따릉이가 '보쌈귀법'으로 사로잡겠단 장외 무사도 서넛이다. 

따릉이가 사파무림 미래 먹거리는 '비빔밥'이라며 열심히 비비고 있다. 빈약해 보이던 고물도 '제이' 형을 첨가해 그럴듯해 보인다. 당근과 시금치만 빠진 상태란다. 없어도 그만이라는 투다. 허나 어찌하리오. 고물을 모아모아 비빈들 정작 밥이 빠졌으니 사파무림이 허걱하고 있다.

타투 요정의 변복심법(變服心法) 

0.5초의 빠름과 느림에 승패가 좌우되는 강호 고수들의 무공 대결. '변복심법'은 시선 강탈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가공할 무공이다. 창시자는 전설의 남장여걸 옥선녀다. 

여인으로서 남장을 한 채 강호를 누비며 호령했던 진정한 무림 고수였다. 한때 강호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촉새'의 '빽바지'도 변복심법의 아류이나 일회용 초식에 그친 연유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당금 무림에서 변복심법의 대가는 누가 뭐라해도 정의문의 '타투 요정'이다. 강호에 출두하며 현란한 변복심법 초식으로 강호인들의 뇌리를 강타한 바 있다. 허나 변복심법은 찰나의 허를 노리는 단순한 수법이라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

무림에서 가장 빠른 검술인 쾌검이 수반되어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비로소 무림 고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타투 요정은 당금 무림에서 손꼽히는 후지 기수 중 한 명이다. 그가 자신의 절기인 변복심법을 넘어 검객 '킬비리'로 변신했다. 

부단한 수련을 통한 쾌검의 성취가 있었음이다. 타투 요정이 일취월장한 무공 증진으로 강호 무림의 고수로 부상했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무림 강호의 소문파 정의문도 후지 기수인 타투 요정의 성취로 변화의 도도한 흐름을 맞으리라. 

사생결단(死生決斷) 

'사이다 이무상'과 '엄근진 여니'의 혈투가 예사롭지 않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끝장을 보겠단 심산이다. 100여 합을 겨루며 절정 고수다운 초식은 간데없고 마구잡이 닭 싸움으로 번졌다. 과거 사파무림의 '명바기'와 '달구신녀'의 피비린내나는 혈투와 닮았다.

두 사파 고수는 당시 입은 내상의 여파로 여직 가막소에 있다. 이무상과 여니가 죽기살기로 일장 일검을 교환한 살수(殺手)는 별이 된 무현대사와의 강호시대 은원(恩怨)이다. 두 고수 모두 오십보백보, 명분이 없건만 막싸움에 무현대사를 끌어들이니 혀를 차는 강호인들이 차고 넘쳤다.

'규니'와 '김이장'의 간헐적 참전도, '추매'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참견도, '용진협'의 날 좀 보소 장타령 모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신세다. 허나 무림 강호의 내일을 누가 알 수 있으랴. 

정파 무림의 치명적 사건이었던 '빽바지 난닝구 항쟁'의 기억을 소환했으니 막싸움이 두 고수에게는 낭패를 가져온 반면 규니와 김이장의 입가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번졌다. 

닭 싸움이건 개 싸움이건 초식없이 막던지는 난투극에서는 임기응변과 내가진기의 공력 수준에서 승패가 갈린다. 임기응변은 순간순간의 위기를 모면할 순 있다.

하지만 개운찮은 뒤끝을 남겨 종국에는 자신을 찔러오는 독침이 되나 둘다 만독불침의 고수들이라 개의치 않으니 막싸움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임기응변에 능한 '이무상'. 내가진기가 심후한 '여니'. 두 무림 고수 간 혈투의 끝은 어디일까? 강호인들이 충혈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연판장(連判狀) 

구김객잔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근항쟁의 서막을 알리는 전서구가 강호를 날기 시작했다. 따릉이가 윤춘장을 당근에 빗대자 친윤감별사인 좌진석 우성동이 빠직하고 나선 것. 

“누구인가? 누가 당근을 탐하는가?” 

관심법만으로 친윤감별에 한계가 와서인지 난데없이 연판장(連判狀)을 돌리고 나섰다. 연판장이란 군신간 충성 맹약을 연기(連記) 서명하거나 역모의 결사를 혈기(血記) 날인하며 피의 술잔을 나누던 강호의 오랜 의례라. 

전서구가 날자 강호인들은 저마다 전자거니 후자거니 의견이 분분하다. 강호소졸은 앞서 따릉이가 윤춘장을 보쌈하겠다 호언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며 윤춘장은 거꾸로 구김객잔을 통째 보쌈할 속내라고 썰을 날린 바 있다.

하여 윤춘장이 보쌈에 나설 때를 대비해 앙탈부르지 않고 다소곳이 보쌈당하겠다는 서약의 연판장일 공산이 크다고 본다. 무림 강호의 떠오르는 별에서 위기의 무사로 뒤바뀐 윤춘장.

강호인들은 곰도 사람으로 변하는 환골탈태의 기연으로 초절정 고수의 출현을 기대했었다. 허나 마늘 대신 죽순과 당근을 즐겼던 것일까? 귀욤뿜뿜 쿵푸 팬더가 등장한 격이라. 

연신 멧돌 잡으러 갔다 집돌 잃는 횡보(橫步)에 기대를 접는 강호인들이 넘쳐나니 위기다. 연판장은 위기타개의 고육지책이나 이 역시 하책중 하책이라. 점점 더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계속) 

/조상식(강호 소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