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정신도 모르는 자여, 즉시 대선을 접어라

김명성의 '이슈 체크'

2021-07-21     김명성 논설위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레이스가 시작됐다. 여야 무소속 합해 스무 명이 넘는 입지자들이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지역의 거점을 방문하며 선열을 기리고 자신의 출마 동기를 밝히고 있다.

국립 현충원을 방문하고 광주의 민주묘지를 찾는다. 전북의 정신을 알 리가 없는 자들은 기껏해야 도청을 방문하는데 그칠 것이고 전북의 정신을 알릴 의지가 없는 자들은 어디에서 이들을 맞이해야할지도 개념이 없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전북의 정신, 호남의 얼, 이 나라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정읍의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은 묵묵히 혁명의 발자취를 찾는 탐방객들의 발걸음만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정치는 개혁의 과정, 동학농민혁명은 '현재사'

혹자는 정치를 ‘목적 지향적인 사회 행위’(오젠, Oertzen)라고 말한다. 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 딱 맞는 말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다원 사회나 권력 투쟁, 계급 갈등의 연속선상에서 정치가 작동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과제가 쌓여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남북관계부터 식민지 잔재 청산까지 정치가 떠안고 있다.

남북긴장에 따른 기회비용이 너무나 큰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수입을 기습적으로 중단시키는 나라가 이웃이라고 버젓이 행세하는 나라가 이 땅이다. 이 특수한 상황에 놓일수록 정치가 다소간 목적 지향적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 목적 지향을 ‘개혁’이란 말로 바꿀 때 정치는 개혁의 과정이 될 것이다.

내년 3월의 대선이 더 중요해진 것은 이런 거시적인 국가적 난제 외에 양극화 불평등 문제까지 풀어야할 실타래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변화를 뛰어넘는 혁명적인 발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사는 불의와 항쟁해 온 발자취이다. 보수는 보수 나름대로, 진보는 진보 나름대로. 그 불의는 멀리는 일제 강점에서에서부터 군사 독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근현대사를 지배해왔다.

KBS 시사기획 '창' 화면 캡쳐(2014. 8.12)

동학농민혁명은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놓인 이 땅을 지키려는 농민혁명군의 의기(義氣)에서 기포가 이뤄졌다. 그 혁명의지는 숱한 희생 속에서 해외로 거점을 옮겨 지속됐으며 해외독립전쟁의 시작을 알렸다(2015년 KBS 8.15기획 녹두꽃 독립운동으로 피다).

동학농민혁명 정신은 일본이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경제적 침략을 도발하는 한 후손들인 우리가 견지해야할 생존 철학이어야 한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이미 지난 과거사가 아닌 지금 이 땅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현재사(comtempory history)이다.

동학혁명 헌법 전문 반영 때 비로소 독립국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미사일 사정거리 800km 제한이 풀렸다.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된 것인데, 미사일 사정거리까지 족쇄 걸린 주권국가가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평화정책도 아니고 나라 대 나라관계에서 이 무슨 창피한 일인가. 이게 엄혹한 현실이다.

한 때 북한 공격계획도 수립됐었다. 자국민 사상자가 많고 한국인 피해도 많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앞서 지적한대로 일본의 ‘반도체 산업 죽이기’는 비슷한 핍박이 다반사로 이어질 것을 예고한다.

일본은 진보정권 때리기로 자국에 순종하는 보수정권으로의 교체와 길들이기를 기도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어떠한가. 북한 유사시 중국의 북한 접수 계획도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리나라 국정 지도자가 치열한 생존전략과 분명한 국정철학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 전경.

막연히 주변국에 듣기 좋은 얘기를 불쑥불쑥 꺼내면서 선열들이 지켜온 이 땅의 정신을 내팽개치려는 자들을 경계해야만 한다. 안일한 자세였다면 그들도 즉시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독도가 논란이 된 것도 지도자라는 자들이 돈에 눈이 어두어 방치한 것이며, 간도를 내준 것도 지도자연한 자들의 무능에서 빚어진 것이다.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 본토가 갈라지지 않고 엉뚱하게 이 땅이 분단된 것도 무능한 조상들이 자기 욕심에 빠져 덜컥 이 땅을 내줬던 탓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내내 모셔지고 있지 않은가?

동학농민혁명의 헌법 전문 반영은 오래된 숙원이다. 이는 헌법 개정이라는 어려운 과정이 따르고 반외세적 목소리가 드높은 동학농민혁명을 놓고 보수 진보 간 치열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가해자인 일본이 한 발 물러서야 한다. 반성은 한없이 반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우리가 다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동학농민혁명군의 넋을 기리는 ‘죽창가’를 비아냥거리며 겉으로 실용적인 정치를 주장하는 자들도 대선을 꿈꾸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진정한 독립 국가는 아직도 요원하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의 보고(寶庫)이며, 현실의 역사는 생생히 살아있는 현재사다.

도지사는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에서 대선 주자를 맞이하라

정읍시 황토현 전적지 일원의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 부지.

전북의 위상이 약한 탓인지 아직 우리 지역을 찾는 유력 주자는 많지 않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지역 순회 활동이 시작될 것이다. 도지사는 대선주자를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에서 맞이해야 한다. 에어컨 바람 시원한 집무실이 아닌 뙤약볕의 동학 선열의 영령이 잠든 곳에서 그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선열들께 고개 숙이고 리더로서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지 다짐해야 한다. 선열의 무덤에서 손님맞이에 나설 경우 그들은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에 빗대서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다. 취재진들도 동학농민혁명에 비추어 국정철학을 따져 물을 것이다. 동학농민군이 잠든 곳에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미완의 과제가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

많은 언론인들도 동학혁명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북의 정신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자들이 동학농민군 복장을 하면 얼마나 멋진가. 그들이 죽창을 들고 출마 선언하면 얼마나 박진감이 있을까. 농민군이 먹던 주먹밥으로 한 끼 해결하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은 대선 주자 맞이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해설가도 배치해야 한다. 언론 브리핑 룸도 마련해야 한다. 포토 존도 제대로 조성해야 한다. 정읍시는 교통편도 서둘러야 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은 30만 제곱미터(10만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기념관과 기념탑, 기념공원, 동학기념 설비가 주요 시설이다. 전라북도와 기념재단, 정읍시, 유족회는 서둘러 지혜를 짜내야 한다. 선열을 알리고 정읍을 알리고 전북의 정신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기념공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 동안의 대선 의제는 민주화가 주된 목소리였고 부자 되기가 한때 인기였다가 적폐청산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제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개혁과제를 놓고 리더들의 혁명적 발상이 요구되고 있다. 국립 현충원, 광주 민주묘지, 제주 4.3 평화공원, 정읍 동학농민혁명군의 무덤에서 대선주자들의 국정 비전이 옹골지게 빚어져야 할 것이다. 

/김명성 논설위원(전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