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된 정의, 혹독한 대가...장점마을 '집단 암', 원인 밝히는데 '20년'

[뉴스 큐레이션] 2021년 7월 16일

2021-07-16     박주현 기자
2010년 10월 26일 집단 암으로 고통을 받아 온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조용하고 살기 좋은 농촌 마을 인근에 들어선 비료공장 때문에 20여 년간 30명이 넘는 주민들이 암에 걸려 그 중 20여 명이 사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익산의 한 농촌 마을에서 발생했다. 

기업의 탐욕과 부도덕, 행정의 무책임과 무관심, 거기에다 지체된 사법 정의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참극이 20년 동안 빚어진 것이다. 2001년 익산시 장점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30명이 넘는 마을 주민이 암에 걸려 20여 명이 숨진 사고는 그러나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마을 주변 비료공장에서 담뱃잎 찌꺼기를 불법 건조해 배출된 발암물질로 암 발병의 원인 규명이 되기까지 20년 동안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왔다. 더구나 익산시와 전북도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마을 주민들은 이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을 신청해 조정에 나섰지만 수 차례 조정까지 오면서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서야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을 불러온 비료공장 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대법원 판결로 최종 확정됐다. 집단 암 발명 원인이 최종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대법원, '익산 장점마을 사태' 연초박 업체 대표 징역 2년 확정

전주MBC 7월 15일 보도(화면 캡쳐)

15일 익산시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와 주민들은 비료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유)금강농산 대표이사와 검찰이 낸 상고에 대해 대법원이 무변론 상고기각 판결을 내려 원심의 형이 지난 2월 최종 확정된 사실을 최근에야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2월, 비료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금강농산'의 전 대표 이 모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는 것. 재판부는 금강농산 측이 용도가 제한된 담뱃잎 찌꺼기를 KT&G로부터 받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재가공했고 환경재앙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장점마을 주민대책위 측은 “최근에야 이 재판 결과를 알게 됐으며, 업체가 이미 파산해 피해 책임을 묻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2월 1심에서 비료공장 대표이사 이 모 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공장장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또 다른 공장장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60시간을 각각 선고받았었다. 또 비료공장은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대표이사 등이 2015년 1월쯤 회사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비료 공정규격에 규정되지 않고 관할관청인 익산시에 비료 제조 원료로도 등록하지 않은 연초박(담뱃잎찌거기)을 사용해 비료를 제조하고 판매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폐기물 전자정보처리프로그램인 올바로 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한 혐의(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과 대표이사 이 모 씨 등은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비료관리법 위반 혐의와 사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혐의가 경합범 관계에 있다며 직권으로 파기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다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공장장 A씨와 B씨, 비료공장에 대한 부분은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다시 검찰과 대표이사 이 모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무변론 상고기각 판결을 내림으로써 형사처벌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비료업체 이미 파산, 피해 책임 묻기 어려워...주민들 '막막'

JTV 7월 15일 보도(화면 캡쳐)

이에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위원 등 마을 주민들은 “이미 많은 마을 주민들이 암에 걸려 사망하고 지금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뒤늦게나마 대법원을 통해 비료공장의 행위가 명백히 불법이었다는 점이 확인돼 다행”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밝혔지만 업체는 이미 파산돼 피해 보상 등 책임을 물을 길이 막막하다. 

더구나 업체의 부도덕과 행정 당국의 허술한 감독이 집단 암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돼 긴 세월 동안 집단 암 발병으로 황폐화된 마을과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주민들 표정에서 가득 묻어나고 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조만간 ‘장점마을 환경피해사건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암 발병에 대해 비료 공장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법원이 비료 공장의 불법 행위를 최종적으로 인정하기까지 무려 20여 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무고한 주민 30여 명이 희생됐다. 지체된 정의로 인해 너무 가혹하고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던 것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