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가장 긴 '오수망루', 마을 한복판 설치...조선인들 '감시'
[기획 특집] 미완의 친일 청산(27)
일제 감점기에 우리 민족을 통제하고 우리 농산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설치한 가장 높은 망루와 저수지 댐, 터널, 철도 교각 등이 임실과 순창지역에 남아있다.
임실과 순창지역의 친일 잔재들 중 대표적인 '임실 오수망루'와 '임실 사이토 총독 탁본(운암대제 탁본)', '향가터널', '일제시기 철도 교각(현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 목교)'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임실 오수망루
1940년경 조선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건출물이다. 붉은 벽돌을 이용하여 원기둥 모양으로 지은 높이 12m, 하부 지름 2.4m의 오수망루는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망루 가운데 가장 높다.
천도교의 세력이 컸던 임실의 중심지 오수에 일본인들이 모여들면서 일제는 일본인을 보호하고 조선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마을 한복판에 순사 주재소를 만들고 망루를 세운 것이다.
한국전쟁 시기에 오수망루는 빨치산을 경계하는 초소로 이용되었고 이후에는 주변 지역의 화재를 감시하는 등 비상 상황이나 야간 통행금지를 알리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임실 사이토 총독 탁본(운암대제 탁본)
사이토 마코토가 운암제 완공 기념을 위해 남긴 암각서의 탁본이다. 운암제(雲岩隄) 섬진 저수지의 둑으로 1925년 11월에 착공하여 1929년 11월에 준공됐다.
이 댐은 섬진강 물의 일부를 동진강으로 돌려 식민지 수탈의 핵심이던 호남평야에 안정적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어졌다. 당시 총독이었던 사이토 마코토는 '운암대제(雲岩大隄)'라는 글자를 바위에 새겨 댐 완공을 기념했다.
사이토 마코토는 일본군인으로 1919년 제3대 조선 총독부 총독으로 취임해, 문화통치라는 기만적인 정책을 펴며 약 8년간 조선 총독을 역임했다. 새로운 댐이 1965년에 지어지면서 이 암각서는 현재 물속에 잠겨있고 물문화관에 탁본만이 있다.
향가터널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옥출산에 384m 길이의 터널로 일제시기 순창과 남원, 담양 일대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철로를 가설하기 위해 만들었다.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완성하지 못한 채 터널로 남게 됐다. 일제 강점기 수탈 현장의 흔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제시기 철도 교각(현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 목교)
향가터널과 이어지는 철도 교각으로 일제시기 순창과 남원, 담양 일대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설하려했다.
그러나 1945년 광복이 되면서 완성하지 못한 채 교각만이 남아있었는데, 향가유원지의 강물 속에 박혀 있는 8개의 철도 교각은 일제 강점기에 순창과 남원을 연결하는 철도를 가설하려다 중단된 흔적으로 지금은 이명박 정부 시절 섬진강 자전거 종주 길의 일부로 만들어졌다.
일제 강점기 수탈의 현장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참고 자료 : 전라북도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2020.12)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