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금호(藏于金壺)

최범서의 ‘정치 여울목’

2021-07-10     최범서 객원기자

우리 생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 스님이 있습니다. 살 땅을 고를 때도 묘지를 조성할 때도 집안에 거울이나 책상을 놓을 때도 이 스님이 주장한 내용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사례가 너무 많습니다.

원효나 의상대사처럼 불경으로 마음으로 사로 잡은 것이 아니라 풍수사상으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스님의 업적을 기려 마을에도 그의 법명이 들어 있고 큰 사찰 이름에도 들어 있습니다.

도선. 통일신라시대 사람입니다. 조선풍수 시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풍수사상으로 과학적 사고가 지배하는 21세기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게 하는 것은 그가 남긴 비기 때문입니다. 

'도선비기'의 비밀은?

그가 남긴 비기는 '도선비기'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오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흘렀고 조선조시대엔 금서중 금서로 지정되었기에 현존하는 것이 원본이라고 또는 첨삭이 없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자로 되어 있기에 까막눈인 일반 백성은 읽을 수가 없었지만 학식이 있는 식자들만 읽고 해석할 수 있었던 271자. 통일신라시대에 산 사람이 고려가 세워지고 그후 500년 뒤에 조선이 들어선다고 예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500년 뒤 조선이 망한다고 써 놓았습니다.

271자 대부분이 조선 중기 이후와 조선 말과 그 이후를 적시 했습니다. 조선이 망한다고 했으니 조선왕조가 흐를수록 이 책을 달가워하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숨겨졌고 위기 때마다 비기에 적힌 예언적인 이야기가 주막으로 사랑방으로 떠 돌아 다녔습니다.

271자 가운데 장우금호(藏于金壺)란 네 글자가 나옵니다. 비기를 연구한 학자들도 다른 문장은 다 해석이 가능한데 이 네글자가 해석이 안되어 전전긍긍 했다고 합니다. 壺(병 호)가 앞뒤를 연결시킬 수 없었기에 난관이었지요.

왜 갑자기 병 호자가 들어 있을까? 아무리 앞뒤를 붙여 해석해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이 호 글자는 아무곳에서나 쓰이는 글자가 아니었기에 해석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죠. 그렇게 완전한 해석을 가로막고 비기 연구가들을 전전긍긍하게 했던 그 네글자가 드디어 풀리게 되었습니다. 

271자, 드디어 '완역' 

도선비기 271자가 드디어 완역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들의 후손들이 잘못을 저지른 조상들의 죄상을 빈다는 뜻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시해 현장을 찾은 것이 해석의 단초가 된 것입니다. 그들이 찾은 장소가 경복궁내에 있는 옥호루(玉壺樓), 즉 명성황후의 거처였습니다.

세상에나. 도선비기의 호(壺)자가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옥호루의 호자와 똑 같다니... 한문은 한글과 달리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가 없으니 해석하기가 난해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숨겨져 있는 호에서 총이나 칼로 죽임을 당한다'(을미사변)

이렇게 해석을 한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천년전에 도선스님이 옥호루에서 이런 참사가 벌어진다고 어떻게 알고 글로 남겨 놓았을까요? 일제는 이 옥호루를 부셔버리고 일제 총독부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중앙청이라고 불리웠던 총독부 건물이 헐리면서 옥호루도 복원되었지만 일반인에게는 개방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니 옥호루를 알기도 어려웠고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 271자의 완결이 지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언서 '도선비기'와 대한민국 미래? 

'호랑이 태(태아)를 가진 여자가 금호에서 감추어진다' 

앞문장과 함께 해석하면 이런 글이 되는데 호란 곳에서 호랑이 태를 가진 사람이 없어진다로 해석되잖아요? 조선과 조선 말에 대한 여러 예언이 있지만 이 지점에선 읽는 저도 흥미진진하고 흥분도 되고 야릇한 기분에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최범서 전 언론안

왜 뜬금없이 꽃사진이나 올리고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이 예언서인 도선비기를 들어 장우금호를 이야기하는지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곧 치러질 대통령 선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너무 글이 길어졌습니다.(계속)

/최범서(전 언론인, 전 한국공항공사 이사회 의장)